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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정준모의 미술동네 설설 게재 일자 : 2019년 04월 22일(月)
大화재로 잃은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얻어야 할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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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르담 대성당의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로 만들어진 장미창.
폐허·복원 거듭한 파리 상징
새 공법 접목한 ‘창조적 복구’
한국도 원형복원 고집 버려야


파리에 18일(한국시간) 도착했다. 공항에 내리면서 걱정이 앞섰다. 지난 15일 저녁 대화재로 프랑스의 자존심이자 파리의 상징이던 노트르담 대성당이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는 보도 때문이었다. 우리도 2008년 숭례문을 잃어보아 그 심정을 잘 알고 있지 않던가. 여행의 호기심과 즐거움 때문에 사뭇 망연자실해 있을 파리시민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할까 조바심이 났다. 여장을 풀자마자 단숨에 현장으로 내달렸다.

성당은 마치 조각가 송영수가 못을 하나하나 용접해 만든 ‘십자고상’(1963, 못, 용접, 89×30.5×16㎝, 국립현대미술관 소장)처럼 화마의 고통으로 몸부림친 흔적이 역력했다. 그럼에도 유난히 아름다웠던 스테인드글라스의 장미창(Rose window)을 비롯한 가시면류관, 루이 왕의 튜닉 등 일부는 안전하고 특히 대성당 정면 두 개의 종탑과 서쪽 파사드는 불을 피했고 석조골조가 크게 훼손되지 않아 복원이 가능하다는 점은 그나마 위안이라면 위안이었다.

노트르담 성당은 하늘에 닿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을 실현해 준 고딕양식 건물이다. 외부로 드러난 늑골(갈비뼈) 모양의 부재(部材)로 아치형 지붕인 늑재궁륭(肋材穹륭, Rib vault)을 만들고 아치형 지붕의 수평력을 버티기 위해 로마네스크 양식에서 사용된 두꺼운 버팀벽 대신 건물 바깥에 공중부벽(flying buttress)을 설치, 창문을 더 넓고 크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가 벽을 대신하면서 빛이 들어와 장미창은 장엄함이 충만한 내부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노트르담 대성당도 나이만큼 많은 일을 겪었다. 폐허가 됐다가 복원되기도 하고 새로운 공법과 기술로 다시 태어나기를 거듭했다. 특히 1790년대 프랑스혁명 당시 성당은 화마에 휩싸여 종은 불에 타 녹아내리고 성당은 폐허로 변했다. 여기에 세월이 보태지면서 19세기 들어서는 음식물을 저장하는 창고로 전락해 철거를 고려할 정도가 됐다. 하지만 1831년 빅토르 위고(1802~1885)가 쓴 ‘노트르담의 꼽추’로 더 잘 알려진 소설 ‘노트르담 드 파리’(Notre Dame de Paris)가 발표되면서 처지가 달라졌다.

추한 외모를 가진 노트르담 대성당 종지기 콰지모도와 아름다운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의 이룰 수 없는 비극적인 사랑의 무대가 되면서 성당 복원에 대한 시민적인 요구가 일어났다. 프랑스의 마지막 황제 루이 필립(Louis Philippe, 1773~1850)의 명에 따라 1844년부터 20여 년간 대규모 복구작업이 진행됐다. 2차 세계대전 시 총에 맞아 깨진 스테인드글라스는 현대적인 공법으로 복구됐다.

▲  정준모 큐레이터·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1963년 문화부 장관 앙드레 말로(Andre Malraux, 1901~1976)의 제안으로 성당 건립 800주년을 맞아 그을음과 오물로 더러워진 벽을 원래대로 복원했고 그 이후 청소와 복구작업(1991~2000)을 실시했다. 그리고 지난 2018년부터 다시 대대적인 복구와 복원 작업을 실시하던 중 이번 변고를 당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와 다른 점은 국가적 재난에도 누구의 책임을 묻기 전, 일치단결해서 복구와 복원을 논의하고, 정교분리가 엄격한 프랑스에서 종교시설물을 국가가 관리하는 것이 합당한가에 대한 토론을 다시 시작했다는 점이다.

또 문화재 복원에 대해 열린 입장이다. 불에 타 무너져 내리면서 우리를 허리가 꺾이듯 아프게 했던 96m 첨탑도 100여 년 전 바람에 부러진 것을 방치했다 제거한 것을 1844년 새롭게 만들어 세운 것이다.

프랑스는 800여 년 전으로의 환원이 아닌 새로운 시대의 기술·공법을 전통과 연결시켜 새로운 문화로 만들어왔다. 이번에도 국제적인 현상을 통해 첨탑을 복원한다고 하니 이는 복원이 아니라 창조적 복구라고나 할까. 복원 현장에 대장간을 재현하는 ‘쇼’ 없이, 원형을 원재료로 복원한다는 시대착오적 발상 없이 말이다.

세우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잃는 것은 순간이다. 다시금 새겨야 할 말이다.

큐레이터·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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