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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9년 04월 22일(月)
脫규제 시급한 원격의료·투자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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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강흠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중앙아시아를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우즈베키스탄에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타슈켄트 인하대(IUT)였다. 한국의 정보통신기술(ICT) 및 의료 기술을 융합한 원격 협진 의료 서비스 시연을 참관하기 위해서다. 한국의 인하대에서 진료를 받고 돌아간 우즈베키스탄 환자들의 엑스레이 영상과 심전도 검사 결과 등을 양국 의료진이 확인하고 협의하며 진료하는 과정이 전개됐다.

시연을 지켜본 문 대통령은 첨단 IT산업을 응용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의료 서비스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망한 미래 산업의 하나임을 강조했다. 그리고 의료계의 반대로 진전되지 않는 원격 의료에 대한 정부 지원 의지와 함께 국민의 인식 개선 필요성을 언급했다. 의료 영리화에 부정적이던 문 대통령이 처음으로 핵심 탈(脫)규제 과제인 환자와 의사 간 원격 진료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피력한 것이다. 반가운 소식이지만, 해외 원전 수출 지원과 별개로 진행되는 국내 탈원전 정책의 모순이 연상된다. 탈원전과 데칼코마니가 돼 원격 의료 기술의 수출은 지원하면서 국내에선 안정성과 유효성을 이유로 새로운 의료 기술을 이용한 의료행위를 억제할지도 몰라 걱정된다.

국내에서 원격 진료는 신산업으로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의료 정보를 관리한다는 차원에서 이미 2000년 강원도에서 시범사업으로 시행됐다. 그러나 오진과 개인 정보 노출을 문제 삼고 의료전달 체계 무력화를 이유로 반발하는 1차 의료기관과 진보 진영의 반대에 부닥쳐 의료법 개정조차 안 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선거 정책 공약집에도 ‘원격의료를 의료인 간의 진료 효율화 수단으로 한정한다’고 밝혀 의료인과 환자 간 원격 진료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역대 정부는 신성장동력 산업에 의료산업을 포함시키고 투자개방형 의료기관을 허용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의료 분야의 혁신과 규제 개선을 통해 의료 서비스업을 활성화함으로써 고용을 늘리고 생산 유발 효과를 얻기 위해서다. 그 결과 2015년 12월 보건복지부가 제주에 최초의 투자개방형 의료기관인 녹지병원의 사업계획서를 승인했다. 당시에는 의료관광산업의 육성이 제주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제주도가 내국인 진료를 제한해 외국인 환자 전용으로 조건부 허가하고, 최근에는 녹지병원이 사업성 악화로 개원을 주저하자 허가를 취소해 버려 없던 일이 됐다. 복지부도 앞으로 영리병원 허가를 내주지 않겠다고 한다. 제주도와 정부가, 의료 공공성 약화와 의료 양극화라는 이분법적 사고로 구태의연한 주장을 해온 일부 시민단체의 반대에 굴복한 것이다. 이로써 경제자유구역에 외국 법인의 투자병원 설립이 허용된 2002년 이후 17년 동안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하고 원점으로 돌아갔다.

대선 공약은 대통령 후보가 선거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기 위해 실행할 정책을 약속하는 것이다. 그러나 공약은 당선자가 임기 중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숙제가 아니다. 문 대통령에게 투표한 유권자라도 1169개 세부 공약 모두를 동의하는 건 아닐 것이다. 공약이라고 해서 무조건 지킬 게 아니라,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위해 필요하다면 수정하고 폐기해야 한다. 의료산업의 혁신은 의료 서비스와 일자리의 수혜자인 국민 편에서 접근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저해하지 않는다면 새 기술이나 서비스에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적용하는 것부터 시작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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