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24∼26일 방러>러는 北의 ‘새로운 뒷배’?… 정제유 공급 中의 9배

올 1~2월에 1만358t 보내
中은 美와 무역분쟁에 주춤
회담서 경제지원 요청할 듯

러시아가 지난 1∼2월 중국보다 9배나 많은 정제유를 북한에 공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무역 분쟁으로 미국의 눈치를 보는 중국을 제치고 러시아가 북한의 새로운 ‘뒷배’로 떠오른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오는 2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것도 미·북 비핵화 협상 장기화 국면에서 러시아에 정치·경제적 지원을 요청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2월 북한에 정제유 690t을 제공했다. 이는 1월(479t)보다 소량 증가한 규모지만, 지난해 중국의 월평균 대북 정제유 지원량(1600t)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미·중 무역 협상 과정에서 미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아야 한다고 판단한 중국이 북한 지원을 크게 줄인 여파로 보인다.

그러나 러시아는 1∼2월 북한에 1만358t의 정제유를 공급했다. 같은 기간 중국의 1117t보다 9배가량 많은 규모로, 전년 동기 대비 4.6배로 늘었다. 지난해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 정제유 지원량은 각각 1만9188t, 2만9240t으로 러시아가 약 1만t가량 많았는데, 올해는 이미 러시아가 북한에 보낸 정제유가 중국보다 9000t가량 많다. 안보리는 앞서 2017년 12월 대북제재 결의 2375호를 통해 연간 북한에 공급할 수 있는 정제유 상한선을 50만 배럴(6만∼6만5000t 사이)로 정했다. 러시아가 2월까지 북한에 보낸 정제유는 이 상한선의 15%에 해당한다.

더욱이 러시아는 공해상에서 선박 간 환적을 통해 북한에 불법으로 석유를 공급하는 주요 국가로 낙인찍혔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3월 21일 대북제재 위반 선박 목록에 러시아 선박 두 척을 포함하고, 제재 위반 선박이 입항한 곳으로 러시아 극동지역 항구인 블라디보스토크항과 나홋카항을 지목한 바 있다. 이번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밀월 관계’를 형성하고, 이 같은 불법 행위가 묵인될 경우 대북제재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 위원장은 미·북 비핵화 협상 장기화를 염두에 두고 연일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회담에선 러시아를 확실한 지원군으로 삼는 한편, 석유 공급을 비롯한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 잔류 허가 연장, 식량 지원 등 경제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만큼 대북제재 완화 지원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