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at >佛 유명기업들 수천억원씩 내놓자 “가난한 사람 위해 무엇을 했나” 피켓 시위

- 사회적 갈등 부른 거액 기부

브라질 갑부 佛에 255억원 지원
자국 SNS “박물관은 어쩌고…”

프랑스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등으로 소실된 문화재 복원을 위한 기부금 때문에 오히려 사회적 갈등이 발생하는 사례도 있다.

23일 프랑스24 등에 따르면 지난 20일까지 노트르담 대성당 복원을 위해 프랑스 안팎에서 10억 유로(약 1조2840억 원)에 달하는 기부금이 모인 가운데 같은 날 프랑스 전역에서 2만7900여 명이 모인 23번째 ‘노란 조끼’ 시위가 열렸다. 시위대는 기업인 등이 중심이 돼 대성당 복원에 사용하라며 거액을 기부한 데 대해 “위선적”이라고 비판하며 “우리가 노트르담이다” “노트르담에는 수백만을, 가난한 자들에게는 무엇을”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기업인들이 저임금에 시달리는 근로자 문제는 해결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며 정부에 자신들에게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루이비통모에에네시(LVMH)그룹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 2억 유로(2569억 원)를 기부한 것을 비롯해 구찌·이브 생로랑 등 패션브랜드가 있는 케링그룹의 프랑수아 앙리 피노 회장이 1억 유로(1284억 원), 화장품업체 로레알과 이를 이끄는 베탕쿠르 가문이 1억 유로를 쾌척하겠다고 밝히는 등 선뜻 거액을 내놓은 데 대한 불만이 컸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16일 “어젯밤 파리에서 우리가 본 것은, 힘을 모으고 연합하게 하는 능력이었다”며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직후 한마음으로 성당 복구를 염원한 시민들에게 찬사를 보내자마자 프랑스 사회가 분열하는 모습을 보인 셈이다.

브라질에서는 한 여성 갑부가 노트르담 대성당 복원에 8800만 헤알(255억 원)을 기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역시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화재로 불에 탄 리우데자네이루 국립박물관 보수공사에는 1년간 겨우 110만7000헤알(3억2125만 원)의 기부금만 모인 상황과 대비됐기 때문이다. 유럽 금융재벌의 미망인으로 알려진 이 여성은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다음 날 곧바로 기부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SNS 등에서는 “허탈하다”와 같은 반응이 줄을 이었다. 한 브라질 네티즌은 “브라질 부호들이 지난해 불타버린 국립박물관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데다 ‘브라질 정부가 우리가 기부한 돈으로 뭘 할지 못 믿겠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 무섭다”고 의견을 올리기도 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