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大기업 중 총 59개 기업 ‘번 돈’보다 ‘이자’가 많았다

- CEO스코어 조사결과

지난해 이자보상배율 1.1P ↓
이자상환 능력 급속도로 악화
한진·쿠팡 등 6곳 첫 좀비기업

지난해 벌어들인 이익으로 은행 대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대기업이 59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태가 3년 연속된 ‘좀비기업’도 전년과 비교하면 3곳 늘어난 16곳으로 집계됐다.

24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500대 기업 중 사업보고서 및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385개 기업의 지난해 이자보상배율을 조사한 결과, 전체 평균 8.6으로 전년(9.7) 대비 1.1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의 한 해 수입이 이자비용에 비해 얼마나 많은지 나타내는 재무건전성 지표다. 지난해 이들 기업의 영업이익은 170조2016억 원으로 전년보다 10조9876억 원(6.1%) 축소됐는데, 이자비용은 18조6939억 원에서 19조7103억 원으로 5.4%(1조164억 원) 늘었다.

이익은 줄고, 이자비용은 늘어나면서 기업들의 이자상환 여력도 크게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영업이익만으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 즉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곳은 총 59개로 집계됐다. 2년 전인 지난 2016년 39곳에서 20곳이나 늘어났다. 특히 이 같은 상태가 3년 연속 지속돼 ‘좀비기업’으로 분류되는 기업은 전년 대비 3곳 증가한 총 16곳이다. 한진, 쿠팡, 대우전자, 우리이티아이, 대성산업, 신성이엔지가 올해 처음으로 좀비기업에 올랐다. 좀비기업 업종별로는 유통업(7개)이 가장 많았다. 오프라인 유통의 실적 악화, 온라인 유통의 출혈 경쟁 등으로 영업이익 적자를 내는 기업이 많은 탓이다.

지난해 반도체 호황에 따라 좋은 실적을 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전체 조사 기업의 영업이익은 20.5%(23조3516억 원)나 급감했다. 게다가 올해는 반도체 시장도 전망이 나빠지면서 더 큰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 업종별로 보면 공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이 평균 1.0으로 가장 낮았고, 운송이 1.4, 조선·기계·설비가 2.2, 에너지가 2.4, 유통이 3.4 순으로 나타났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