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관 싹쓸이… 다시 불붙은 ‘스크린 독과점 논란’

개봉 첫날 상영 점유율 80.8%
“관객선택권 넓혀야” 주장 나와

‘어벤져스:엔드게임’(엔드게임)이 국내 상영관을 싹쓸이하며 스크린 상한제 도입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5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4일 개봉한 이 영화는 첫날 133만8795명의 관객을 모으며 역대 최고 오프닝 기록을 세웠다. 이날 이 영화가 잡은 스크린 수는 2760개로, 지난해 ‘어벤져스:인피니티 워’가 개봉일에 확보한 2460개보다 많은 역대 최다다.

‘엔드게임’의 이날 스크린점유율은 57.2%로, 전체 스크린(4829개) 중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스크린 수는 해당 영화가 1회차 이상 상영된 상영관의 수를 말한다. 1개 스크린에서 4개의 영화가 교차 상영되었다면 전체 스크린 수는 4개로 산정된다. 그렇기 때문에 한 영화가 해당일에 얼마나 많은 극장을 차지했는지 확인하려면 상영 횟수를 봐야 한다. 이 영화의 상영횟수는 1만2544회로 전체(1만5525회)의 80.8%를 점유했다. 러닝타임이 3시간 57초로 길어 다른 영화가 상영될 기회가 줄어들었다. ‘인피니티 워’의 최대 상영점유율은 77.4%였다.

이에 따라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재점화됐다. 배장수 반독과점영화인대책위원회 대변인은 “강력한 스크린 독과점 규제 법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24일 ‘엔드게임’을 포함해 123편의 영화가 상영됐다. 나머지 122편의 영화를 보고 싶어 하는 관객의 권리가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 대변인은 이어 “역대 1000만 돌파 영화 중 상영점유율 30%대의 영화가 7편 있다”며 “한꺼번에 스크린을 배정하지 않아도 볼 영화는 다 본다. 관객들의 선택권을 넓히는 게 중요하다”며 “이런 식으로 1위만 살아남다 보면 영화 생태계가 파괴돼 관객이 영화를 외면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극장업계의 입장은 다르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엔드게임’ 개봉 전까지 100석 기준 3∼4석만 채워지는 비수기였다”며 “기록적인 예매율이 나오는 영화에 많은 스크린을 배정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특수를 누리지 않으면 극장 운영이 어려워진다”고 항변했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