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무역·인권·군사 대규모 압박 가해… 핵포기 않으면 정권 붕괴된다 설득해야”

‘아산플래넘 2019’

“한·미는 가능성 낮게 보지만
北 ‘주한미군 철수 가능’ 여겨”

미국과 중국 전문가들이 지난 2월 말 ‘미·북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의 최대 요인으로 꼽히는 ‘한반도 비핵화’의 개념을 둘러싸고 팽팽한 설전을 벌였다. “한국이 미·북 간 중재자보다는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는 미국 측 주장에 중국 전문가가 “미국이 남한에 제공하는 핵 억지력이 한반도 비핵화의 걸림돌”이라면서 반박하고 나선 것. 남·북·미·중 간 명확한 인식 차가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에번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차관보는 아산정책연구원이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개최한 ‘아산플래넘 2019’ 이틀째인 24일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 혹은 평화적 공존’ 세션에서 “미국은 북한이 남한을 침공할 경우 중재자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싸울 동맹이라는 점을 남북한 모두가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리비어 전 차관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하노이 회담에서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전략적 선택을 보여줬다”면서 “지금은 정치·무역·인권·군사 모든 분야에서 대규모 압박을 가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북한 정권이 붕괴한다고 설득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야오윈주(姚云竹) 중국군사과학원 수석고문은 “중국의 표현은 ‘한반도 비핵화’”라면서 “북한만의 비핵화가 아니며, 미국이 남한에 제공하는 핵 억지력을 포함한 모든 것이 비핵화 개념에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야오 고문은 “미국은 한국이 계속 미국 편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북한에 CVID 방식의 비핵화를 원한다면 이를 달성하기 위해 대한민국이 핵 억지력을 갖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냐”고 반문했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도 “한·미는 가능성을 낮게 보지만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자력갱생’을 내세우고 있는 김 위원장이 하반기에는 미·북 및 남북 대화에 다시 관심을 표명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이 하노이에서 미국이 제기한 비밀 핵시설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면서 “하반기에는 영변 외 비밀 핵시설을 협상 대상으로 내밀면서 5개 주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해제를 시도하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