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페이 띄우려 할인 퍼주기… 공공시설이용료 年88억 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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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393곳 요금 인하추진
시립과학관·식물원·한강공원
제로페이 결제 최대 30%할인
일각 “실적위해 세외수입 손대”

박원순 서울시장의 역점 사업인 간편결제 서비스 ‘제로페이’의 활성화를 위해 시가 서울대공원과 서울식물원, 시립과학관, 한강공원 등 공공시설 이용료를 제로페이로 결제하면 할인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시 관련 기관의 수입 감소액이 연간 최대 88억여 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서울시는 직영, 투자·출연기관, 민간위탁 등 형태로 운영 중인 총 393개 공공시설 등에서 제로페이로 결제하면 이용료를 적게는 5%에서 많게는 30%까지 할인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25일 시의 ‘공공시설 이용자 제로페이 할인(감면) 추진계획’에 따르면 393개 기관에서 제로페이 할인을 적용하면 연간 수입액이 지난해와 비교해 88억4200만 원이 감소한다는 추계가 나왔다. 시는 제로페이 할인을 우선 올 연말까지 일시적으로 적용한다는 방침으로, 7개월 기준으로는 51억5800만 원의 수입이 감소한다. 시는 필요하면 할인 기간을 1년 연장하겠다는 계획도 논의 중이다. 각 자치구의 시설 2363곳도 할인을 적용하면 별도로 자치구는 연간 330억 원의 수입이 감소할 것으로 시는 예상했다.

시는 직영 기관의 세입 감소분을 제외하고 투자·출연기관, 민간위탁 운영 시설의 손실액을 내년 출자금·출연금 조정이나 올해 민간위탁금 추가편성 등으로 보전한다는 방침이다.

시는 관련 조례안 18개를 시의회에 무더기로 발의했다. 현재 소관 상임위원회 심사 중으로, 이를 통과하면 오는 30일 열릴 본회의에서 심사하게 된다.

시가 공공시설 이용료 할인을 적용하는 것은 지금까지 장애인이나 국가유공자, 다자녀 가정 등 할인 대상에 관한 사회적인 합의가 이뤄진 경우뿐이었다. 시책을 홍보하기 위해 수십억 원의 손해를 감수하며 할인을 추진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대상 시설에 화장시설·봉안당 등 장사 시설도 포함돼 소상공인 지원이라는 애초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소양(자유한국당) 서울시의원은 “제로페이 실패 조짐이 보이자 거래 실적을 늘리려고 공공요금을 통한 세외수입까지 손대려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서울시 관계자는 “제로페이 할인으로 시설 이용이 활발해지면 이용료 수입의 파이 자체가 커질 수도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후민 기자 potat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