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회법 거꾸로 해석한 패스트트랙 강행은 不法이다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및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된 법안들에 대한 신속처리(패스트트랙) 안건 지정의 정당성을 둘러싸고 정치적 충돌이 격화하고 있다. 이른바 ‘동물국회’를 막기 위해 고육책으로 도입된 국회 선진화법 조항들이 실효성을 잃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정치적 격돌 이전에 불법(不法)의 소지가 큰 것은 매우 심각한 일이다.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4당이 연대해 추진 중인 이들 법안은 24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의 일원인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의 ‘반대’에 가로막혔다. 바른미래당은 오 의원을 사개특위 위원에서 강제로 배제하는 ‘위원 사·보임(辭補任)’을 강행해 25일 패스트트랙 절차에 돌입하려 한다. 그러나 국회법 제48조 6항은 임시국회 회기 중에는 위원을 바꿀 수 없음을 명시하고, 다만 ‘위원이 질병 등 부득이한 사유로 의장의 허가를 받은 경우’에 한해 예외로 하고 있다. 임시국회 회기 중인 현 시점에서 오 의원 소신에 반하는 사·보임은 명백한 불법이다. 이 조항의 신설 취지를 보면 더 선명하다. 2003년 당시 김홍신 의원 사·보임 논란 이후 국회법이 개정될 때, 국회사무처가 발간한 국회법 해설서에는 ‘당 지도부에 앞서 의원 개인의 활동을 존중하기 위해 개정됐음’을 적시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소속 의원에게 당론을 강제할 경우엔 의원 총회에서 3분의 2가 찬성한 경우에 한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 23일 바른미래당 의총에서 찬반은 12 대 11이었다. 오 의원에게 당론을 강제하는 것은 당규 위반도 된다. 바른미래당이 이런 조항을 무시하고 원내대표가 자의적으로 사·보임을 명령한다면 헌법 제8조 ‘정당은 조직·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취지도 벗어난다. 이런 행태는 지역구민을 대표하는 ‘헌법기관으로서의 국회의원’의 정체성과 권위를 스스로 허무는 일이다. 더욱이 바른미래당 의총에서 반대 의견이 속출하자 원내대표가 강제 사·보임을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는 주장도 여러 의원에게서 나왔다. 따라서 여당과 이에 동조하는 정당들의 ‘불법 패스트트랙’ 강행 움직임은 의회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하는 중대한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