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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 게재 일자 : 2019년 04월 26일(金)
‘괴물’ 스크린수 30% 독점 논란 촉발… ‘어벤져스’는 점유율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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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싹쓸이’논란으로 본 스크린 상한제

상영비율 법적 제한 도입 놓고
“선택 다양성 vs 규제 역효과” 팽팽

‘군함도’스크린수 2000개 넘자
영화계 ‘상한제’ 필요성 제기돼

작년기준 총스크린수 2937개
교차상영따라 스크린수 늘기도
‘상영점유율’로 배정 편중 확인
작년 1~3위 영화가 67% 차지

‘부산행’1100만 흥행독주 뒤
‘독립·저예산영화 지원’목적
특정시간 과다상영금지 내용
‘영화·비디오법’ 개정안 발의

佛 다양성 확보위해 편성규제
“하루상영횟수 30%초과 금지”


영화 ‘어벤져스:엔드게임’이 24일 개봉하며 첫날 상영점유율 80.8%로 전국 극장을 싹쓸이하자 스크린 상한제 도입 필요성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스크린 상한제란 영화 한 편이 상영관을 독식하는 스크린 독과점 현상을 막기 위해 한 극장에서 특정 영화에 배정하는 스크린 수를 법으로 제한하는 조치를 말한다. 관객 선택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과 오히려 독립·예술영화 등 작은 영화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주장이 부딪히며 논란이 일고 있다. 또 극장업계에서는 운영 차질을 우려하며 이 제도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  스크린 독과점 논란은 지난 2006년 개봉한 영화 ‘괴물’(맨 위)이 30%가 넘는 스크린을 차지하며 촉발됐고, 2017년 ‘군함도’(가운데)가 처음으로 스크린 수 2000개를 넘기며 극에 달했다. 24일 개봉한 ‘어벤져스:엔드게임’(아래)은 80.8%의 상영점유율을 기록해 스크린 상한제 논의에 불을 지폈다.
1 스크린 독과점 논란 시작은

1988년 한·미 통상협상을 통해 할리우드 영화사가 한국에서 자사 영화를 직접 배급할 수 있게 되며 스크린 독과점 우려가 일기 시작했다. 할리우드 첫 직배 영화는 UIP의 ‘위험한 정사’로, 한국 영화인들이 이 영화 상영을 막기 위해 극장에 뱀을 풀고, 최루탄 분말을 뿌리기도 했다. 1998년 CGV강변 1호점을 시작으로 멀티플렉스 체인이 들어서며 국내 스크린 수가 빠르게 늘었고, 2006년 1000만 관객을 돌파한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본격적인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촉발했다. 당시 전국 스크린 수는 1648개로, 이 영화가 30%가 넘는 620개를 차지했다. 그 후 여름 시즌을 겨냥한 한국영화 대작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개봉할 때마다 이 문제가 불거졌고, 2017년 여름 개봉한 ‘군함도’가 처음으로 2000개가 넘는(2168개) 스크린을 잡으며 논란이 극에 달했다. 이때부터 영화계 내부에서 스크린 상한제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2 독과점 어떻게 확인하나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는 ‘스크린점유율’ ‘상영점유율’ 항목이 있다. 스크린점유율은 특정 영화가 1회차 이상 상영된 스크린 수가 전체 스크린 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표시한 수치다. 예를 들어 한 극장의 1개 상영관에 4개 영화가 교차 상영되면 스크린 수는 4개가 된다. 2018년 기준 전국 실제 스크린 수는 2937개지만 이 항목에는 일별 상영 배정에 따라 4000개가 넘는 스크린 수가 표기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 항목 수치로는 한 영화의 독점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상영점유율은 전체 상영횟수 중 특정 영화의 상영횟수 비중을 표기한 항목이다. 여러 영화가 1개 스크린에서 상영되더라도 회차가 많은 영화가 상영점유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이 항목을 통해 특정 영화의 독점 상황을 알 수 있다.

3 상영 얼마나 편중됐나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행한 ‘2018년 영화산업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일별 상영점유율 1위 영화가 일별 전체 상영횟수의 평균 33%를 가져간 것으로 나타났다. 2위와 3위 영화는 각각 20.7%, 13.8%를 기록했으며 1위에서 3위까지의 합계가 67.5%에 달했다. 최근 5년간의 평균값도 63.5%로, 국내 극장에서의 상영배정 편중 현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또 상영점유율과 흥행의 상관관계도 조사됐다. 최근 5년간 일별 상영점유율 40% 이상을 기록한 영화가 당해 연도 흥행 순위 3위 이내에 들었다. 이 영화들은 개봉일 기준 1주일 내에 최고 상영점유율을 달성했다. 지난해에는 마블영화 4편이 상영점유율 40% 이상을 기록했으며 이 중 ‘어벤져스:인피니티 워’는 40% 이상 일수가 21일로, 최대 77.4%를 찍었다. 한국영화 ‘신과 함께-인과 연’은 개봉일 상영점유율 53.3%로 시작해서 4일 만에 59%로 올라갔다. 상영점유율이 높다고 반드시 흥행이 잘되는 것은 아니다. 흥행 가능성을 기대해 상영횟수를 많이 배정받아도 실제 좌석판매율은 낮게 나오는 경우도 있다.

4 ‘…엔드게임’ 독점 현황은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 1세대를 마감하는 ‘어벤져스:엔드게임’은 개봉 전부터 마블팬들의 열광적인 관심 속에 흥행 광풍이 예상됐다. 개봉 전날 98%에 육박하는 예매점유율을 나타냈으며 사전 예매 관객 수도 역대 최다인 230만 명을 기록했다. 개봉일인 24일 2760개의 스크린을 잡아 57.1%의 스크린점유율을 나타냈다. 이날 총 123편의 영화가 1만5526회를 상영했는데 이 중 ‘어벤져스:엔드게임’의 상영횟수는 1만2544회로 80.8%의 상영점유율을 기록했다. 이 영화는 둘째 날에도 55.0%의 스크린 점유율(전체 스크린 5017개)과 78.4%의 상영점유율(총 상영횟수 1만5739회)을 기록하며 83만2598명의 관객을 추가했다.

5 ‘상한제’관련 개정안은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 일부 개정안 3건이 이미 발의돼 국회에 계류 중이다. 도종환(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안철수(바른미래당) 의원이 2016년 10월 31일 각자의 ‘영비법’을 내놨다. 영화 ‘부산행’이 1100만여 관객을 모으며 흥행 독주를 한 뒤다. 제안의 이유는 대동소이하다. “대기업의 영화상영업과 영화배급업 겸영에 일정한 규제를 하고, 영화상영관 독과점에 따른 폐해를 방지하며, 독립·저예산영화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필요성 때문”이다. 그러나 세부 항목에선 차이가 있다. 동일한 영화상영 비율의 범위, 저예산 영화의 연간 상영일수, 위반 시 벌칙의 강도가 다르다. 도종환 의원안은 동일한 영화 비율 이상 상영 시 시정명령이지만 안철수 의원안은 영업정지 및 등록취소까지 가능하다. 조승래(민주당) 의원안은 2017년 11월 15일 대표 발의됐다. 영화 ‘택시운전사’가 1200만 명 이상 흥행한 후다. 역시 스크린 독과점 문제를 제안 이유로 꼽았다. “대기업 직영상영관은 영화의 상영비율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상한과 하한을 준수하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6 ‘우상호 영비법’은

앞서 발의된 3건에 이어 지난 15일 우상호(민주당) 의원이 새로운 ‘영비법’ 개정안을 추가했다. ‘어벤져스:엔드게임’의 개봉 전이지만 할리우드 슈퍼히어로물의 독과점 폐해가 예상돼 오던 시점이다. “일부 대규모·고예산영화가 개봉과 동시에 과다하게 상영관을 차지해 다른 영화의 상영 기회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일정 수 이상 상영관을 보유한 복합상영관에서 특정 시간대에 동일한 영화가 상영될 수 있는 최대 비율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르면 6편 이상의 영화를 동시에 상영할 수 있는 복합상영관에서 같은 영화를 오후 1∼11시 프라임 시간대에 총 영화 상영횟수의 50%를 초과해 상영해서는 안 된다. 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상영제한의무 준수 등에 관해 실태조사를 실시하거나 관계 공공기관 또는 관련 법인·단체·개인에게 필요한 자료 제출 또는 관계인 출석 등의 협조 요청을 할 수 있다. 이 경우 요청받은 관계 공공기관 또는 관련 법인·단체·개인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그 요청에 따라야 한다.

7 문체부는 어떤 입장인가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22일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스크린 독과점 개선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박 장관은 “스크린 상한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며 “최종적으로 국회와 조율이 필요해서 몇 % 수준인지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법 개정 작업에 들어가 있어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 영화가 세계시장에서 커나가려면 다양하고 좋은 영화가 많이 나와야 한다”며 “다양하고 좋은 영화가 많이 만들어지려면 스크린에 다양한 영화가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우상호 의원안에 힘을 실었다. 추가로 문체부 측은 “우상호 의원이 대표발의한 ‘영비법’ 개정안을 기준으로 협의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앞서 16일 영화계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영화계와 협력해 법 개정을 포함해 적합한 방안을 모색하고, 실현가능한 것부터 우선적으로 추진해 당면한 독과점 문제를 지혜롭게 풀어가자”고 말했다. 그는 또 “법 개정 외에도 공정한 영화산업 환경을 만들기 위해 영진위 공정환경센터 역할을 강화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8 ‘상한제’찬성 입장은

스크린 상한제를 찬성하는 측에서는 영화의 다양성 확보와 건강한 영화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 이 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독과점 영화인대책위원회는 스크린 상한제 도입에 적극 찬성하고 나섰다. 배장수 반독과점 영대위 대변인은 “영화의 다양성을 무시하고, 부익부 빈익빈을 심화시키는 스크린 독과점 구조가 깨지지 않으면 한국영화산업은 발전할 수 없다”며 “스크린 상한제와 함께 독립영화를 의무적으로 상영하고, 상영일수를 보장해주는 규정도 만들어야 한다. 박찬욱, 봉준호 같은 세계적인 영화인이 나오려면 건강한 생태계가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 대변인은 이어 “스크린을 과도하게 많이 잡지 않아도 잘 만든 영화는 관객의 선택을 받는다”며 “역대 1000만 영화 중 개봉일 상영점유율이 20% 이하인 영화도 많다”며 “‘변호인’은 13.2%로 시작했고,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겨울왕국’도 18.4%의 상영점유율로 개봉했다. 또 ‘국제시장’ ‘해운대’ ‘광해, 왕이 된 남자’ ‘7번 방의 선물’ 등은 20%대의 상영점유율로 시작해 1000만 관객을 넘어섰다”고 소개했다.

9 반대 입장은 어떤 건가

규제를 통해 과도하게 시장에 개입하면 영화산업 전체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체 상영관 수에 비해 개봉 편수가 많은 한국영화 시장에서 스크린 수를 규제하면 극장에서는 관객의 관심이 쏠리는 영화를 최대한 오래 잡아두려 할 거고, 그렇게 되면 다음에 개봉할 영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다 보면 대중성이 강한 상업영화만 릴레이식으로 상영관을 이어가고, 저예산 독립영화와 예술영화는 상영관 잡기가 지금보다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극장업계에서는 명절, 여름, 연말 등 성수기에 기대작을 많이 배정해 비수기 적자를 메워야 하는 상황에서 스크린 상한제가 도입되면 운영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했다. 한 멀티플렉스 체인 관계자는 “‘어벤져스:엔드게임’ 개봉 전 상영관이 텅 비어 있었다”며 “평균 100석 기준으로 3∼4명이 차는 수준이었다. 기록적인 예매율이 나오는 영화에 많은 상영관을 배정해야 극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푸념했다.

10 다른 나라는 어떻게 하나

프랑스는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극장 편성 규제 정책을 펼치고 있다. 프랑스에는 2000여 개 극장에 5800여 개의 스크린이 있다. 국립영화영상센터는 멀티플렉스를 중심으로 편성약정을 맺는다. 이 약정에는 한 영화의 극장 내 여러 스크린 상영을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극장 측이 센터에 편성약정제안서를 제출하면 영화중재관이 이를 심의한다. 센터 대표는 최소 1년에서 최대 3년의 유효기간을 정해 약정을 승인하고, 극장은 매년 실행보고서를 센터에 제출한다. 프랑스 1위 멀티플렉스 체인인 고몽 파테가 지난 2015년 센터의 승인을 받은 편성약정서에는 ‘8개 스크린 이상을 가진 극장에서는 영화 1편이 일일 상영횟수의 30%를 초과할 수 없다. 단, 매년 2편까지 예외를 허가한다’ ‘파리 극장들의 상영 계획에 미개봉 유럽영화나 거의 배급되지 않은 영화를 최소 100편 편성해야 한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극장이 편성약정을 지키지 않으면 규제를 가하며 극장 운영이 어려워지면 지원금을 지급한다.

김구철·김인구 기자 kckim@
e-mail 김구철 기자 / 문화부 / 부장 김구철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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