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ifty+ >“담벼락 그림, 민·형사상 죄”… 재밌는 사례로 ‘미술과 법’ 풀어써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영철 변호사가 서울 시내 한 미술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 김영철 변호사 제공

‘법, 미술을 품다’ 책도 출간

김영철 법무법인 정세 대표 변호사가 쓴 ‘법, 미술을 품다’에서는 미술과 법에 대한 흥미로운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위작 구매에 따른 법적 책임 문제다.

A가 B로부터 미술품을 구매했다. 그 미술품은 C가 1년 6개월 전에 B에게 도난당한 것이다. A는 이 사실을 모르고 구매했다. 이 경우 A, B, C의 법적 관계는 어떻게 될까. 민법 제250조가 피해자 또는 유실자는 도난 또는 유실한 날로부터 2년 이내에 물건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A는 C에게 미술품을 반환해야 한다. 물론 이 경우 A는 B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그 손해배상액은 A가 B에게 지급한 미술품 대금에 해당한다. B에게는 형법상의 절도죄가 성립된다.

그러나 A가 B로부터 구매한 미술품이 도난당한 물건임을 알고 있었을 경우는 조금 다르다. 이 경우는 ‘2년’이라는 기한에 상관없이 A의 소유권이 인정되지 않고 C가 여전히 미술품의 소유자로 인정돼 A를 상대로 미술품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A가 C에게 미술품을 반환해야 하기 때문에 A는 B에게 지급한 미술품 대금에 상당한 금액을 손해배상 청구할 수 있다. 물론 이 경우 B는 절도죄, A는 장물취득죄가 적용될 수 있다. 예술가의 담벼락 낙서에 대한 법적 설명은 또 어떨까. 예술일까 범죄일까.

미국의 낙서화가로 유명한 장 미셸 바스키아나 키스 해링 등은 모두 대도시의 거리 예술가였지만 독창적인 그림 스타일과 사회적 메시지 전달력으로 주목을 받아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반면 이들의 성공 신화를 이으려는 수많은 거리 예술가들의 늘어나는 낙서들을 지우느라 뉴욕 시가 골머리를 앓기도 했다. 낙서화가 세계적인 작가의 작품이 될 수도 있지만 타인의 기물을 훼손하는 행위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결론적으로 김 변호사는 이 경우 형사와 민사 모두에서 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민법 제214조에 따라 낙서를 한 자에게 직접 낙서를 지우고 원상태로 회복시켜달라는 방해제거 청구를 할 수 있다. 이와 별개로 재산에 금전적 손해가 발생한 경우 원상회복에 필요한 비용에 대해 손해배상청구 역시 할 수 있다. 형법상으로는 재물손괴죄가 성립하거나 경범죄처벌법상 경범죄가 성립될 수 있다.

김 변호사는 “예술성을 높이 평가받을 수 있는 대가의 작품이라도 주인이 원하지 않는다면 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할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