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아동학대치사 화곡동 위탁모’ 17년刑

이례적으로 중형 선고

15개월 된 여아를 상습적으로 굶기고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베이비시터(위탁모)에게 법원이 이례적으로 중형을 선고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 오상용)는 26일 아동학대처벌특례법위반(아동학대치사)·아동복지법위반(아동학대) 혐의를 받고 있는 김모(여·39) 씨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하고 20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다시는 이 사건과 같은 참혹한 비극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는 사법부의 의지를 표명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아이를 키울 수 있는 더 발전된 모습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 씨는 지난해 10월 자신이 돌보던 문모 양이 설사가 잦다는 이유로 열흘 동안 하루 한 끼만 먹이고 발로 머리를 차는 등 학대행위를 해 그 다음 달 10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문 양은 생후 15개월에 불과했다. 조사과정에서 김 씨가 폭행을 당해 뇌출혈 상태에 빠진 문 양을 32시간 가까이 방치했던 사실이 드러나며 국민적 공분을 사기도 했다. 김 씨의 학대 사건은 피해 아동 부모가 청와대 국민청원에 관련 내용을 올리면서 22만 명이 넘는 동의를 받기도 했다.

김 씨는 문 양과 함께 돌보던 장모 양(당시 6개월)과 김모 군(당시 18개월)을 학대한 혐의도 받고 있다. 김 씨는 장 양의 코와 입을 틀어막고 욕조 물에 얼굴을 담그고, 김 군을 목욕용 대야에 눕혀 뜨거운 물을 틀어 얼굴·목·가슴에 2도 화상을 입힌 것으로 드러났다. 학대 피해를 입은 아이들은 주중 24시간 어린이집에 위탁됐다가 주말엔 김 씨에게 맡겨졌다. 검찰은 지난달 22일 결심공판에서 “아이를 직접 키우지 못하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출산을 포기하지 않고 어린이집과 사설 위탁모의 도움을 받아 아이를 키워 온 가정에 큰 충격을 줬다”며 김 씨에게 징역 25년형을 구형했다.

이희권 기자 leehek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