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 충돌>지정되면 충돌 격화… 무산되면 4黨공조 해체

한국당 국회 보이콧 불보듯
“결국 협상 참여할것” 분석도

무산 땐 거대양당 대결 전환
어떤 경우든 법적분쟁 불가피

선거제도 개편안 및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안 등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두고 국회가 ‘난장판’이 된 가운데, 26일 여야 힘겨루기 결과에 따라 향후 정국도 급변할 전망이다. 패스트트랙 지정이 결국 무산되면 더불어민주당이 어렵게 끌고 온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과의 여야 4당 공조가 무너지고 선거제 개편도 원점에서 재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패스트트랙 지정이 이뤄지면 자유한국당이 국회를 보이콧하는 등 여야 갈등은 더욱 격화될 수 있지만, 늦어도 내년 초에는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는 만큼 한국당까지 포함한 협상 테이블이 꾸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패스트트랙 지정 시 =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패스트트랙 지정이 이뤄지면 민주당으로서는 ‘꽃놀이패’를 손에 쥐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늦어도 내년 초 선거제와 공수처법 관련 본회의 표결이 이뤄지게 돼 향후 정국 운영의 주도권을 여당이 쥐고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여야 4당은 패스트트랙 지정만 이뤄지면 결국 한국당도 협상 테이블에 나올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당장의 정국 경색은 불가피하다. 한국당이 국회를 거부하고 전면적인 장외 투쟁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여야 4당 공조를 둘러싸고 찬반으로 쪼개진 바른미래당도 당의 진로를 두고 심각한 내홍이 불가피하다.

◇패스트트랙 무산 시 = 한국당이 전날(25일)에 이어 이틀째 패스트트랙 지정을 막는 데 성공할 경우 정국이 급변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다음 주에라도 패스트트랙 지정을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이번 주를 넘기면 패스트트랙은 물 건너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갖은 무리수를 두며 버틴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의 입지가 급격히 흔들리면서 바른미래당이라는 여야 4당 공조의 중요한 한 축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야당 관계자는 “오늘(26일)도 패스트트랙 지정이 안 되면 정치적으로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레 여야 4당 공조는 해체되고, 민주당과 한국당 등 거대 양당의 정면충돌 양상으로 정국이 재편될 수 있다. 선거제 개편은 원점에서 재검토될 수밖에 없고, 공수처법 등의 처리 여부도 장담하기 어려워진다.

◇법적 다툼 불가피 = 민주당과 한국당 모두 25일 극한 대치 과정에서 발생한 물리적 충돌 및 회의 진행 파행 등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어서 법적 다툼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7년 만에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이 사실상 무력화된 상황에 대한 책임론도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일부 의원이 낸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의 사·보임과 관련한 권한쟁의심판 청구 관련 헌법재판소의 결정도 정국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