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모레 총선… 민주화 후 첫 극우 원내진출 유력

극우 ‘복스’ 지지율 10.7% 돌풍
의석 30석 이상 차지할 가능성

오는 28일 스페인 조기 총선이 실시되는 가운데 38년간 독재자로 군림했던 프란시스코 프랑코 정권 이후 처음으로 극우 정당이 원내에 진출할 전망이다.

25일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선거 전 여론조사 종합 결과 극우 정당 복스(VoX)는 28일 총선에서 10.7%의 지지율을 얻어 전체 350개의 의석 중 30석 이상을 얻을 것으로 예측됐다. 복스의 부상 속도가 빠른 만큼 실제 선거에서는 예상치 이상의 지지율을 얻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 제1당인 우파 국민당(PP)은 20.1%의 지지를 받으며 2위로 내려앉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위는 29.2%의 지지를 얻은 좌파 사회노동당(PSOE)이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 결과대로 복스의 원내 진출이 이뤄지면 극우 정당이 의회 내 의석을 차지하는 것은 1975년 프랑코 총통이 사망한 이후 처음이다. 프랑코 총통의 독재를 견뎠던 스페인에서는 민주화 이후 극우를 견제하는 기류가 강해 극우 정당이 하원에 진출한 사례가 없었다. 복스는 2016년 총선에서 0.2%의 득표에 그치며 원내진출에 실패했던 것과 달리 지난해 12월 안달루시아 지방의회 109석 중 12석을 가져가며 급등세를 예고했다. 안달루시아 지방은 전통적으로 PSOE의 텃밭으로 분류되는 곳이었다.극우·포퓰리즘 바람과 더불어 집권당 PP가 부패 스캔들에 휘말려 마리아노 라호이 전 총리 내각을 중도실각시킨 것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또 2017년 카탈루냐 지방이 스페인에서 분리 독립하겠다고 강력히 추진하며 우파 유권자들이 복스로 대거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

라틴어로 ‘목소리’라는 뜻의 복스는 2013년 강한 우익 민족주의 성향을 내세우며 창당했다. 카탈루냐 분리독립 추진에 반대하며, 낙태법 강화, 가정폭력 방지법 폐지 등을 주장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다른 유럽 우익·포퓰리즘 정당들과 달리, 국내 문제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