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 정신병원서 조현병 환자가 다른 환자 살해

“잔소리 너무 심하다” 앙심
조현병 관리 우려 더 커져

경북 칠곡에서 정신병원에 입원한 조현병 환자가 다른 환자를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하는 일이 벌어졌다. 최근 경남 진주와 창원에서 조현병 환자가 아파트에서 흉기를 휘둘러 이웃을 살해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한 가운데 정신병원 살인사건이 또 일어나 정신질환자 관리 부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6일 칠곡경찰서와 칠곡군에 따르면 25일 오후 10시쯤 칠곡군 한 병원에서 환자 A(36) 씨가 병원 7층 옥상에서 둔기로 B(50) 씨 머리 등을 수차례 때려 숨지게 한 뒤 휴대전화로 경찰에 자수했다. 경찰은 A 씨를 살인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조현병과 알코올 중독으로 지난달 중순 입원한 A 씨는 경찰에서 “B 씨가 평소 잔소리를 해서 둔기를 휘둘렀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 씨가 다른 지역에서 이 병원에 찾아와 스스로 입원한 것으로 파악하고 입원 전 치료 여부와 행적도 조사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이동우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책연구소장은 “병원에서 이런 사태가 벌어지는 건 여러 가지 문제가 얽혀 있다”며 “인권보호 강화 차원에서 정부가 입원 요건을 강화하다 보니 애매한 환자들은 상태가 악화한 상태에서 입원하고, 병원의 치료 부담이 더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정작 환자들이 입원해도 열악한 의료인프라로 인해 제대로 치료가 되지 않는 등 입원 전 상황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이 소장은 지적했다. 이 소장은 “일반 정신병원은 열악한 수가로 인해 198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어 시설 개선은커녕 제대로 된 치료도 어려운 상태”라며 “대학병원 역시 정신병동을 운영하면 적자가 심각해져 전체적으로 최근 10년간 400침상 이상 병동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비자의입원(강제입원) 여부를 법원이 판단하는 사법입원제도 도입을 정신보건법에 포함해 개정하고, 의료 및 지역사회 인프라를 조속히 강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칠곡 = 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이용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