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공수처 만들어선 안 되는 4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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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19-04-26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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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일명 ‘공수처’의 설치 논쟁은 23년 전 참여연대가 부패방지법을 입법청원하면서 시작됐다. 제16대 국회부터 지금까지 수없이 발의됐으나 매번 국회의 회기만료로 폐기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사정이 좀 다르다. 버닝썬, 김학의 전 법무차관, 고 장자연 사건 등 경찰·검찰·권력층이 결부된 사건들로 인해 국민의 분노가 한껏 고조된 지금의 분위기상 이른바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을 타고 공수처 설치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1년 발간한 저서 ‘운명’에서 ‘민정수석을 두 번 하면서 끝내 못한 일, 그래서 아쉬움으로 남는 일, 그 첫 번째가 공수처 설치 불발’이라고 밝혔을 정도로 대통령을 비롯한 현 정권 인사들은 공수처 설치에 집착하고 있다.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를 수사할 수 있는 기관을 별도로 설치하면 검찰과의 상호 경쟁의 원리에 따라 부패행위의 적발과 처벌 기능이 강화되고, 이러한 기구가 상설화되면 단기적 처방인 사후 단속에만 그치는 게 아니고 장기적으로 예방적 프로그램까지 병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는 듯하다.

하지만 공수처의 실체를 냉철하게 들여다보면 설립 취지인 부패 척결과 검찰권 통제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그 속에 심각한 문제점들이 숨겨져 있다.

첫째, 공수처장을 비롯한 공수처 조직을 어떻게 구성하든 정치적 중립성은 절대 보장될 수 없다. 공수처장이 임명권자의 의중에 따르거나, 자신이 임명된 정치적 배경을 고려해 수사 대상자를 선정할 가능성을 결코 배제할 수 없다.

둘째, 공직 비리는 상당 부분 민간 부문의 부패와 연계되는데, 이를 무 자르듯 잘라 공수처와 검찰이 나눠 수사하게 되면 수사의 역동성을 훼손시켜 부패 범죄인들이 빠져나갈 기회만 주게 된다.

셋째, 공수처는 그 설립 취지와 달리 사찰 기구로 변질될 우려가 크다.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는 비리 행위에 대한 첩보 수집과 인지가 필수적이므로 수사 대상자에 대한 상시적인 미행, 감시 및 사찰 등 법치주의를 위반하는 불법행위가 자행될 가능성이 매우 크지만 이를 현실적으로 통제·감시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넷째, 공수처를 통해 기소 권한을 나누는 건 국가의 구성원리 또는 근대 형사사법 체계와 맞지 않다. 기소권이 분점되면 소추기관과 재판기관이 맞대응해야 한다는 탄핵주의 원칙상 공수처에 대응하는 특별법원이 있어야 하는 문제점도 있다.

공수처만 설치하면 부패 문제가 개선될 것이란 착각은 버려야 한다. 이러한 착각을 심어주는 정치인들의 정치 선전도 중단돼야 한다. 공수처의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하고 공수처의 막강한 권한을 통제할 방안이 있다면, 그 방안을 기존 검찰 조직에 대입해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하고 외부적 통제를 강화하면 된다. 공수처는 여러 사람이 기대하는 것처럼 순기능적 기구가 되기보다는 더욱 정치화된 옥상옥의 기구가 될 수밖에 없다.

한번 만들어지면 결코 쉽게 없어지지 않는 것이 조직의 생리다. 부패의 문제는 부패 발생의 근본 원인을 발본색원하고 구조적 부패 환경을 개선해야 하는 것이고, 검찰의 문제는 검찰 조직과 인사 시스템을 개편해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공수처라는 새로운 조직을 설치하면 이러한 문제들이 한 방에 해결될 수 있다는 선전전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그 어느 때보다 국민의 현명하고 냉철한 판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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