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돌’·‘K디자이너돌’·‘개그돌’… 아이돌 ‘콘셉트 차별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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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비 직접 만드는 ‘베리베리’
韓디자이너 옷만입는 ‘ENOi’
토끼탈 쓰는 ‘핑크…’ 등 등장
보컬·퍼포먼스 넘어 경쟁 심화

‘크리에이티브돌’ ‘중남미돌’ ‘K-디자이너돌’….

해마다 수십 팀이 쏟아져 나오는 K-팝 아이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신인들의 경쟁이 올해도 변함없이 계속되고 있다. 그동안엔 특징적인 보컬과 안무가 다른 팀과 구별되는 장점이었다면 최근엔 전문화된 콘셉트로 차별화를 추구하고 있다.

올해 초 데뷔한 7인조 베리베리는 빅스·구구단을 배출한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가 빅스 이후 7년 만에 선보이는 남자 아이돌이다. 지난 24일 두 번째 미니 앨범 ‘베리어블(VERI-ABLE)’을 발표하고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베리베리는 일명 ‘크리에이티브돌’이라 불린다. 앨범 타이틀 곡 ‘딱 잘라서 말해(From Now)’가 서서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만, 그보다는 이들이 작사·작곡은 물론 뮤직비디오까지 직접 만들었다는 점에서 화제가 됐다. 처음엔 소속사가 내주는 숙제하듯 했던 게 이젠 전문가 수준이 됐다. 멤버 민찬은 독학으로 영상 편집을 배웠다.

이달에 데뷔한 신인 보이그룹 뉴키드는 ‘중남미돌’로 통한다. 국내 무대에선 낯선 신인그룹인데 벌써 중남미 쪽에서는 소문이 났다. 이 때문에 데뷔 타이틀 곡도 맞춤형으로 만들었다. ‘너는’이라는 의미의 스페인어인 ‘뚜에레스’로 제목을 정했고, ‘너는 예쁘다’는 뜻의 ‘뚜에레스 보니따’라는 가사를 넣었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K-팝을 경험하기 힘든 지역인 남미에 초점을 맞춰 미리 스페인어를 공부했다. 올여름에는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나라가 많은 남미 지역으로 투어 콘서트를 떠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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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갓 데뷔한 7인조 이엔오아이(ENOi)는 ‘K-디자이너돌’로 부를 만하다. 국내 패션 디자이너 의상을 고집해 한국 문화의 다양성을 알리는 하나의 브랜드가 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데뷔 방식에 있어서도 버스킹 공연을 함으로써 차별화를 꾀했다.

6인조 원어스(ONEUS)는 ‘리얼 라이프(Real Life)돌’로 데뷔했다. 지난 2017년 11월부터 데뷔 프로젝트 ‘RBW 연습생 리얼 라이프 데뷔하겠습니다’를 통해 트레이닝 과정 등 자신들의 성장 모습을 팬들과 함께 공유했다.

걸그룹들 중에서도 톡톡 튀는 콘셉트로 시선을 끄는 팀이 있다.

지난해 데뷔한 8인조 걸그룹 핑크판타지는 신선하다 못해 신기할 정도다. 이들은 ‘개그아이돌’ 또는 ‘핑크래빗’으로 통한다. 멤버 대왕이 항상 토끼 탈을 쓰고 무대에 오른다. 탈을 쓴 이유는 남다른 의지 때문. 빌보드 차트 1위를 달성한 다음 얼굴을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12인조 이달의 소녀는 ‘천상지상돌’이다. 이들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처럼 데뷔 전부터 나름의 세계관을 구축했다. 12명이 3개의 유닛으로 나뉘어 3분의 1은 지구인 ‘지상계’, 다른 3분의 1은 이상향인 ‘천상계’, 나머지 3분의 1은 ‘중간계’라는 콘셉트를 만들었고 각 유닛은 저마다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팬들은 멤버나 유닛에 얽힌 비밀을 밝혀내면서 그들과 더욱 강한 연대감을 느끼고 있다.

아이돌 전문 기획사 관계자는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처음부터 타깃을 정해 틈새를 공략하는 그룹이 많아지고 있다”며 “활동 방식이나 외모·패션 등 퍼포먼스 이외의 영역에서도 차별화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