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여권의 동남권 신공항 불장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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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동 전국부장

10년 넘게 부산·울산·경남과 대구·경북이 심각하게 대립·갈등하다가 2016년 가까스로 봉합된 동남권 신공항 문제를 집권여당이 다시 무덤에서 끄집어냈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과 함께 여당이 괜찮은 지역으로 꼽던 부울경이 최근 경제난 등 연이은 실정으로 이탈할 조짐을 보이자 동남권 신공항 카드를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 때 다시 사용하기 위해 불을 지피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영남권 내 지역대결 구도를 만들면 TK는 어차피 어려운 지역이니 포기하더라도 부울경에서는 해볼 만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4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동남권 관문공항 검증단’의 최종보고회에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부산시장·울산시장·경남지사와 부산 출신 국회의원 6명이 모두 참석해 김해 신공항(김해공항 확장) 백지화를 주장했다. 특히 문 대통령의 최측근이면서 지난 대선 때 ‘드루킹’ 일당과 연계한 댓글조작을 통해 대선 여론을 왜곡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가 1주일 전 보석으로 풀려난 김경수 경남지사는 이 자리에서 “신공항 문제는 정치적 이슈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백년대계를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여권이 오히려 정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동남권 신공항은 2006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검토 지시로 불이 붙었고, 2007년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대선 공약에 포함됐다가 2011년 건설이 백지화됐지만, 2013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추진을 약속하면서 부울경과 TK가 건설지역으로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을 놓고 격돌했다. 그러다 2016년 6월 예산 19억2000만 원이 든 정부 용역을 수행한 국제적인 전문기관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김해공항 확장안’에 영남권 5개 시장·도지사가 합의해 정부 정책으로 결론이 났다.

그런데 느닷없이 부울경 광역단체장들이 합의해 만든 정체불명의 검증단이 2026년 개항하려는 정부의 김해 신공항 건설계획을 백지화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부울경 단체장들이 지난해 10월 급조한 검증단은 누가 참여하고 있는지 명단조차 공개가 안 된 정체불명의 조직으로, 이들이 400여 전문가를 보유한 세계 3대 공항설계회사보다 전문성이 높다고 보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일련의 흐름이 의심스러운 건 여권 수뇌부의 짜고 치는 듯한 반응 때문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3월 1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부울경 검증단과 국토교통부가 김해 신공항 재검증에) 조정이 안 되면 총리실이 나서야 한다”고 말해 부울경의 기대감을 높였다. 앞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3월 13일 부산을 방문해 “동남권 관문공항이 필요하므로 부울경에서 힘을 모아 과감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부울경 검증단의 결과가 발표되면, 김해 신공항을 관문공항으로 결정한 국토부보다 총리실을 주관으로 재검토해야 하며, 당 차원에서 적극 지원할 것이다”고 밝히는 등 여권 수뇌부가 대놓고 동남권 신공항 불씨를 살리려 애를 쓰는 모습이다. 야당이 이래도 욕먹을 일인데, 국정을 책임진 집권여당이 아무렇지도 않게 불장난을 벌인다. 정권은 어쩌다 잡았지만, 책임성 없는 행태는 여전히 야당스럽다.

sdg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