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A형간염 공포확산… 원인은 깜깜

3~4월에만 신규 환자 423명
4년간 발병률 전국 최고인데
수년째 원인 못 찾아 ‘미궁’

급수시설·식당 등 조사했지만
바이러스 검출된곳 하나없어
시민 “왜 못알아내나” 불안감

대전이 4년째 전국 최고 수준의 A형 간염 발병률을 보이는 가운데 대전시와 질병 당국이 집중 발생원인에 대한 역학조사를 2년째 벌이고 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전염성이 매우 강한 1군 법정 전염병에 대한 역학조사가 수년간 미궁에 빠진 사이 지역 신규 환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일 대전시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적으로 A형 간염 환자가 전년보다 237% 급증한 가운데 대전의 A형 간염 발병률은 최근 4년간 전국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2016년(인구 10만 명당 발병률 15.30명)·2017년(15.98명)·2019년(42.85명) 모두 전국 1위를 기록했고 작년(8.89명)만 3위였다. 특히 지난 3·4월 두 달간 대전의 신규확진자 수가 423명이나 쏟아져 대유행의 전조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예년의 경우 전국평균의 2배 정도였던 발병률도 올해는 평균 대비 6배로 치솟고 있다.

대전시와 방역 당국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정 지역에서 유독 수년간 특정 전염병이 집중 발생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 역학 조사 등을 벌이고 있지만 번번이 원인 규명에 실패하고 있기 때문이다.

A형 간염은 주로 환자 분변을 통해 옮겨진다. 보균자가 만진 그릇, 문고리, 음식류 등의 접촉을 통해 전파되는 수인성 전염병이다. A형 간염 면역력이 취약한 세대인 20~40대 환자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대전 역시 이 연령대 환자가 89%에 이른다.

시는 지난해부터 아파트 음수대 등 115개 민방위 급수시설에 대해 전수 조사를 벌였으나 바이러스는 검출되지 않았다. 지난달에는 6명의 환자가 집단 발생한 지역의 한 종합병원 직원들이 공통으로 이용한 식당을 찾아내 검체 분석 등 정밀 조사를 벌였으나 역시 허탕을 쳤다. 최근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팀과 함께 5팀(총 10명)의 가족 간 감염군에 대한 심층 역학조사도 벌였지만 역시 무위에 그쳤다.

시민들은 동일 질병이 전국 최고 빈도로 확산되는 현상이 수년째인데도 한 차례도 발생 경로를 알아내지 못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A형 간염 확산과 관련, 뚜렷한 원인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철저한 질병 관리와 홍보 강화를 위해 재난안전 문자 발송 등을 포함한 대책을 강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전=김창희 기자 ch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