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균의 푸드 X파일>조기, 소화 잘되는 고단백·저지방 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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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강·황하 그리고 우리나라 여러 큰 강에서 흘러내리는 먹이로 살찌는 조기는 서해의 주인공이다. 칠산(七山) 앞바다로부터 연평도까지 산란하기 위해 이동하는 조기 떼를 달 반을 두고 잡아낸다. 산뜻한 단맛을 풍기는 조깃국은 일품이고, 굴비가 없이는 여름 살림을 못 하는 줄 알았던 시절이 오랫동안 있어 왔다. 꾸들꾸들하게 반쯤 마른 알배기 굴비를 구운 것은 잊기 어려운 한국의 특미다.”

인천의 향토 사학자인 한옹 신태범(1912∼2001) 박사의 조기 상찬(賞讚)이다.

조기는 동해엔 없고 서·남해에서만 난다. 흔히 서해안을 대표하는 생선으로 친다. 호남에선 함경도의 명태처럼 많이 잡힌다고 해 ‘전라도 명태’라고 불렸다. ‘조기(助氣)’란 이름부터 특이하다. 원래 명칭은 석수어(石首魚)다. 머리에 돌같이 단단한 2개의 뼈가 있어서다. 조선의 실학자 서유구가 쓴 난호어목지엔 “석수어를 한글로 ‘조긔’라 한다”는 대목이 나온다. 조선 정조 때 이의봉이 엮은 어학사전인 ‘고금석림’엔 “석수어의 속명이 ‘조기(助氣)’인데 이는 사람의 기(氣)를 돕는 것”이라고 했다. 명칭과 관련한 다른 주장도 있다. 조선 후기 조재삼이 편찬한 백과사전인 ‘송남잡지’엔 “조기는 중국어로 종어인데 종어란 음이 급하게 발음돼 ‘조기’로 변했다”고 쓰여 있다.

조기는 민어과 생선이다. 조기 외에 부세·흑조기·황강달이·민어도 민어과에 속한다. 이 중 조기가 가장 비싸다. 부세를 조기로 속여 팔기도 한다. 조기는 배 상단의 옆선(흰색 2줄)이 두껍고 선명하다. 부세는 옆선이 약하고 희미하다. 조기는 참조기·후조기·보구치 등으로 나뉜다. 이 중 대표 격인 참조기는 노란색에 입술이 불그스름하고 몸통이 통통하다. 한방에선 소화가 잘되는 보양식품으로 친다. 평소 소화력이 약하거나 입이 ‘짧은’ 노인·어린이에게 추천된다. ‘동의보감’엔 “순채와 같이 국을 끓여서 먹으면 식욕을 돋우고 소화가 잘되며 기를 보(補)한다. 음식이 잘 소화되지 않고 배가 불러오면서 갑자기 이질이 생겼을 때 유용하다”고 기술돼 있다.

흰 살 생선인 조기는 고단백(참조기 생것 100g당 18.3g)·저지방(1.7g) 식품이어서 맛이 담백하다. 100g당 열량이 93㎉로, 붉은 살 생선에 비해 훨씬 낮다. 평균 몸길이는 20∼30㎝, 평균 무게는 280g이다. 몸길이가 40㎝까지 자라는 놈은 비늘도 엄지손톱만 하다. 눌렀을 때 살에 탄력이 있고 전체적인 색은 거무스레하되 배 부위는 붉거나 황금색을 띠는 것이 상품(上品)이다. 간혹 싱싱하게 보이도록 배 부위를 치자 색소 등으로 노랗게 칠한 것도 있으므로 주의한다. 살 때는 잿빛을 띤 은색 광택이 나는지, 눈은 선명한지, 살이 전체적으로 윤기가 흐르는지, 아가미의 색이 선홍색인지 확인한다. 국산 참조기는 꼬리의 길이가 짧고 두툼하며 부채꼴 모양인 것이 특징이다.

조기의 산란기는 4∼6월이며, 알을 낳기에 적당한 수온은 10∼13도다. 조기는 산란할 때 소리 내어 우는 습성이 있다. ‘산후 우울증’(?) 탓인지 산란을 마친 뒤에도 울기를 멈추지 않는다. 이때가 곡우(穀雨·4월 20일)를 전후한 요즘이다. 곡우 무렵 전남 흑산도 근해에서 잡은 조기를 곡우살조기 또는 오사리조기라고 한다. 곡우살조기는 크진 않지만 연하고 맛이 뛰어나다. 조기는 곡우 때가 되면 알을 슬기 위해 어김없이 칠산 앞바다에 나타난다. ‘조구(조기)만도 못한 놈’이란 말은 약속을 못 지키는 사람을 꾸짖는 표현이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