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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주철환의 음악동네 게재 일자 : 2019년 05월 02일(木)
“꿈을 미루진 않을 거야”… 음악이 운명인 1992년생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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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나비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꿈꾸는 빈센트’는 두 아들의 아빠이자 행복한 직장인이다. 그분의 블로그를 우연히 엿보게 됐다. “첫째 아들은 엑소 세대, 둘째 아들은 BTS 세대라고 한다. 신해철, 015B 세대인 아빠가 이해 못하는 게 당연한 거 같다.” ‘마요네’는 집안일과 육아 틈바구니에서 허덕이는 주부다. 이분에게 음악은 “여전히 세대를 뛰어넘고 누군가의 가치관에 불을 놓는 변화무쌍한 현실의 바로미터”다.

음악동네엔 동사무소가 따로 없다. 등기부 등본도 없다. 음악을 사랑하는 누구나 주민이 될 수 있다. ‘만나면 좋은 친구’가 될 것 같은 예감의 두 블로거가 요즘 한 밴드에 꽂혔다. ‘마요네’님의 말을 옮기면 “1990년대에 태어나 1970년대를 떠받치고 살던 나보다 더 복고를 연상시키게 하는 그들의 정서, 영롱한 멜로디(중략). 나혼산의 이슈를 뛰어넘은 그들의 음악은 여전히 충격적이다.” 참고로 ‘나혼산’은 산이 아니다. 이 밴드의 보컬이 출연한 ‘나 혼자 산다’라는 프로그램이다. ‘그럼에도 내 사랑은/ 또 같은 꿈을 꾸고/ 그럼에도 꾸던 꿈을/ 난 또 미루진 않을 거야’(‘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중)

동네친구(경기 성남 분당의 서현동·이메동)인 그들의 팀 이름은 잔나비(사진)다. 멤버 5명이 모두 잔나비띠(1992년생)다. 관심의 시작은 드라마 OST였다. 노희경 작가의 ‘디어 마이 프렌즈’(tvN)는 오래된 우정을 그린 명작인데 엔딩곡이 나를 사로잡았다. ‘앙칼진 바람도/ 그 나름대로 매력이 있다구요/ 언제나 난 니 곁에서 함께 해줄게’. 노래 제목인 ‘얼마나 좋아’는 내가 평소에 자주 쓰는 말이다. 이 말을 쓰면 좋은 일들이 생길 거라는 믿음이 있다. ‘YWCA가 뽑은 좋은 TV프로그램상’ 심사를 하면서 시상식에 잔나비를 부르자고 제안했다. 형제 같은 친구들이어서인지 산울림(3형제)에 두 명 더 추가된 느낌이었다. 소박했고 건강했다. 내가 작사·작곡한 ‘도시재생 캠페인송’을 불러달라고 요청했더니 흔쾌히 수락했다. 순식간에 친구가 됐다.

▲  주철환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노래채집가
지금 이 친구들은 세계적인 그룹 방탄소년단(BTS)과 나란히 서 있다. 각종 음원차트와 KBS 2TV ‘뮤직뱅크’, MBC ‘쇼 음악중심’ 등 순위프로그램에서 1, 2위를 다툰다. ‘작은 것들을 위한 시’(BTS) 옆에 작은 것들의 반란이 일어난 모양새다. 보컬 최정훈을 만나서 어떤 느낌이냐고 물었다. “BTS와는 동지죠.” 어떻게 동지가 됐을까. “운명을 사랑하죠. 음악이 운명이니까요.” 동지(同志)란 존경과 흠모의 정을 나타내는 말이다. BTS의 리더 RM도 트위터에서 호의를 표했다. ‘창을 열고/ 세상 모든 슬픔들에게 손짓을 하던 밤/ 노래가 되고/ 시가 될 수 있을 만큼/ 그만큼만 내게 오길’(잔나비 ‘나의 기쁨 나의 노래’ 중).

드라마를 보면 차 안에서 음악을 공유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사랑이 움트기 쉬운 온도와 습도다. 잔나비 최정훈도 차 안에서 엄마랑 함께 들은 음악이 원기소가 됐다. “6학년 때 들은 엘턴 존의 ‘굿바이 옐로 브릭로드’가 정말 좋았어요.” 가사에 ‘이 소년은 블루스를 노래하기에 너무 어리다(This boy’s too young to be singing the Blues)’는 부분이 나오는데 지금 이 청년은 블루스를 차분하게 뛰어넘어 빈티지로 이동하는 중이다.

노래는 동심원 같다. 중심이 같으니 다시 노래로 만난다. ‘생일 선물로 받았던 기타/ 산울림의 노래들을 들으며/ 우리도 언젠간 그렇게 노래하고 싶었지’(동물원 ‘우리가 세상에 길들기 시작한 후부터’ 중). 드디어 2016년(잔나비해)에 SBS FM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에 출연했는데 산울림 김창완이 다섯 청년에게 이런 글을 써주었단다. “내 청춘이 잔나비탈을 쓰고 대성리 강변숲에서 춤을 추고 있는 것 같다.” 청춘의 본좌가 하사(?)한 글을 엄마에게 자랑하던 그날은 스스로 본좌가 된 느낌이었을 것이다. ‘어디쯤 왔을까 우리들은/ 이대로 멈출 진 모른대도/ 얼마나 좋아/ 오! 얼마나 좋아’.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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