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진의 에어 카페>고객불만 대처할 때 가장 먼저 할 것은 ‘마음과 귀 열기’

“사무장님, 손님이 찾습니다.”

기내에서 이런 부름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 십중팔구 불만을 표출하는 고객이 책임자를 부르는 경우다. 그것도 화가 머리끝까지 난 상태로 말이다. 그 경험치가 쌓여가도 여전히 타인의 부정적인 감정을 받아내는 일이란 참 녹록지 않은 일이다. 고객 감동은 당연한 말이고 이제는 고객 ‘기절’ 정도는 돼야 훌륭한 서비스라는 우스갯소리도 그냥 흘려보낼 말은 아닌 듯하다.

현장에서 여러 유형의 고객 불만에 대처할 수 있는 매뉴얼 정도는 있겠으나 100% 성공률을 보장하진 않는다. 오히려 고객들을 상대하는 경험치가 쌓여갈수록 새삼 느끼는 것은 화려한 대처 지식보다는 단순한 ‘진심’이 더 통한다는 것이다. 진정성을 가지고 천천히 다가가면 화난 고객은 더 이상 무섭거나 성가신 존재가 아닌 고마운 사람이 된다는 소중한 깨달음을 얻어가고 있다. 어떻게 다가가면 좋을까에 대한 고민과 경험을 공유해 본다.

우선 마음과 귀를 열어라. 불만 고객의 호출에 나는 즉시 달려가지 않고 우선 물 한잔을 마시며 마음을 차분히 한다. 이는 상대방의 말을 오롯이 집중해서 경청하기 위한 준비 단계다. 그런 다음 고객을 만나 그가 얼마나 불편을 겪었으며 마음이 상해 있는지 무조건 들어주기만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눈높이를 맞추고 시간을 충분히 주는 것이다. 가급적 중간에 말을 끊어서는 안 된다. 대부분의 경우 집중해서 고객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부정적인 감정의 온도가 몇 도는 내려가곤 한다.

그런 다음 셰도잉(Shadowing)을 한다. 영어 공부를 할 때 원어민의 문장을 그대로 따라 하는 기법을 ‘셰도잉’이라고 흔히들 말하기도 하는데 이는 불만 고객과의 대화 시에도 활용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고객이 말한 내용을 그대로 한 번 더 말해 준 다음 그 내용이 맞는지 확인받는다. 이 과정에서 고객은 이미 자신이 존중받고 이해받고 있음을 느끼며 조금씩 마음을 연다.

세 번째로 공감과 사과다. 그 내용과 감정에 공감하는 반응을 보이며 부정적인 감정의 빌미를 제공한 부분에 대해 즉시 사과한다. 다소 억울한 부분이 있더라도 오해를 푸는 것은 추후로 미루고 고객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불편하고 불쾌한 경험을 한 것이니 서비스를 제공한 측에서 우선은 사과하는 것이 맞는다. 고객이 안정을 찾은 것이 느껴진다면 우리의 입장을 부드럽게 이야기한다. 고객의 명백한 오해로 인한 불만사항이라고 할지라도 이 단계에서 풀어줘야 한다. 마음이 열리기 전에 사실을 전달하려고 하면 오히려 더 화만 가중시킬 뿐이라는 것을 수없이 경험해 왔다.

마지막으로 고객이 원하는 바와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일이다. 승무원의 불친절함이나 단순 실수 또는 고객의 오해에서 비롯되는 불만사항은 보통 이 전 단계에서 대부분 해소가 되는 편이다. 그러나 보다 복잡한 보상문제 등이 수반돼야 하는 사안들이라면 스마트한 업무처리와 사후관리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사람을 상대하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감정 노동자’라는 말처럼 몸이 힘든 것보다 사람으로 인해 상처받는 것이 배로 힘든 일이다. 그러나 적이었던 고객이 내 편이 될 때, 화난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비행기에서 내리며 나를 찾아 고맙다며 인사를 건넬 때는 그보다 몇 배로 보람과 성취감을 느낀다. 뒤늦게 인터넷으로 불만사항을 접수하는 고객보다 직접 나에게 불만을 표현해 주는 고객이 진심으로 감사하다. 직접 그 오해를 풀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승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