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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사회] 파워인터뷰 게재 일자 : 2019년 05월 03일(金)
“文정부 정책 압도적 폐단… 나라가 어디까지 버틸지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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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가 지난 4월 30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를 길러주고 부양한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나가야 한다”며 “보수주의자들은 그동안 무엇을 잘못했는지 스스로 뼈저리게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최저임금·주52시간·탈원전 등
국민 반대·원성 불구 밀어붙여

국내 갈등엔 경제적 요인 작용
상대적 박탈감 이용 좌파 확장
보수보다 재산 많은 좌파들도
그 틀 안에서 못벗어나고 있어

좌파들 사회 주요 포스트 장악
권력향한 ‘배고픈 이리떼’전락
무엇이든지 물어뜯기에 바빠


“나는 보수주의자다….” 진보주의자와는 다르게 보수주의자라고 대놓고 말하기가 눈치 보이는 요즘 시대에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는 자신을 “싸움닭”이라고 불렀다. 가냘프고 여린 어깨, 조심스러운 말씨에 어떻게 그런 서릿발 같은 소신 가득한 글과 말들이 나오는지 몰라도 그는 떠오르는 보수 칼럼니스트다. 서 명예교수는 박정희 시대의 1인 독재를 비판하면서도 1972년 한국 현실에서 유신 개헌은 긍정적 측면이 있다고 역설한다. 또 부패한 우파보다 더 비겁하고 권력욕에 물든 좌파의 타락과 위선을 거침없이 쏘아붙인다. 서 명예교수가 바라보는 한국사회 주요 포스트를 장악한 좌파는 “권력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물어뜯는 굶주린 이리떼”다. 물론 우파에 대해서도 “자기 욕망에 갇혀 기반이 허물어져 새롭게 수양이 필요한 존재들”이라는 질책을 잊지 않는다. 그는 영문학자다. 문학을 사랑하고, 평생을 영어 원서에 파묻혀 지낸 교수다. 지금도 그의 집에는 영어 원서와 문학 소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보수주의 영문학자의 시각에서 현실을 진단하는 서 명예교수를 지난 4월 30일 만나 세상에 대한 관점과 이슈에 대한 시각 그리고 인간 존재의 지향점 등을 들어보았다.

―영문학자로서 신랄한 시사논평 기고가 눈길을 끌고 있다.

“사실 인터뷰도 망설였는데, 영문학을 전공하고 첫 직장인 영자신문사에서 1년 남짓 일했다. 중·고교 시절에는 국가나 사회는 그저 두려운 괴물 같은 것이었는데, 대학 졸업 이후 신문사에서 일하면서 사회에 눈을 뜨게 됐다. 문학도 사실 인간 삶의 모든 양상을 탐구하는 학문인데, 개인의 삶은 반드시 국가와 사회, 역사의 배경에서 전개되는 것이니까 문학작품을 읽으면 프랑스 혁명이나 영국의 산업혁명, 기타 역사적 사건에 대해서 자연히 곁들여 배우게 된다. 영국과 미국, 프랑스 등의 사회 분위기, 관습, 인간관계의 기본전제도 알게 된다. 그러나 체계적인 사회분석은 취약점이 있는 만큼 무슨 사회평론가 같은 타이틀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최근 칼럼에서 ‘문재인 정부가 대한민국을 망국으로 이끌어 가고 있다’고 언급했는데, 너무 극단적인 평가가 아닌가.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감히 하기 어렵지만, 문재인 정부는 잘하려고 하는데 정책을 잘못 써서, 또 의도한 결과가 나오지 않아 나라가 이렇게 기울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말 믿기지 않고 믿고 싶지도 않지만, 이 나라의 미래에 대해 현 정부가 어떤 의도를 갖고 있는지 의심이 든다. 탈원전 정책만 하더라도 나는 감성이 여린 사람이라서 국민이 방사능 유출 재앙이라도 당할지 몰라 추진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고, 현실성이 없는데도 밀어붙이고 있다. 온 국토가 태양광 패널로 누더기가 되고 있는데도 멈추지 않고 있다. 최저임금, 주 52시간 노동, 산업안전법 모두 그렇다. 처음엔 좋은 의도, 약자에 대한 의협심에서 나온 정책이려니 했지만 얼마 안 가서 이점은 거의 없고 폐단만 압도적인데 수정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좌파 활동가들이 대한민국 정부에 위장취업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생긴다. 나라가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지 걱정이 든다.”

―한국 사회에서 개인과 사회의 갈등구조를 진단하면.

“한국 사회는 1945년 해방과 함께 참으로 복잡하고 격렬한 모순을 안고 출발해 개인과 사회의 갈등이 매우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자본과 성장의 동력이 부족한 가운데 좌우의 이념대립이 극심해 좌파 주도의 폭동까지 몇 차례 일어났다. 찢길 대로 찢겨 인간 상호의 의심과 경계가 극심한 사회였다고 생각한다. 다행스럽게도 이승만 박사가 이끄는 대한민국이 수립됐다. 하지만 2년 후에 민족적 비극인 6·25전쟁이 발발했고, 희생의 대가라 할 수 있을지 몰라도, 대다수 국민이 공산주의의 무서움을 알게 됐다. 그 반작용으로 1960년대와 1970년대 경제건설에 매진할 수 있었다. 박정희 대통령이 ‘1인 독재’를 하던 18년간 우리나라는 도약을 했다. 박정희 대통령의 청렴성은 신뢰하지만, 3선 개헌은 국민에게 실망감을 안겨준 것도 사실이다. 10월 유신은 참담함도 안겨주었다. 하지만 유신이 없었다면 한국사회는 어떻게 됐을까 생각해 보라. 국민소득 3만 달러 달성은 물론 그나마 조금 이룬 경제발전의 열매를 갈라 먹느라 아비규환이 벌어지지 않았겠나 하는 생각도 든다. 경제가 버팀목이 돼주지 못하는데 민주주의가 번창한 나라가 있는가. 물론 박정희 대통령의 장기집권에 대한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 있다.”

―스스로를 보수주의자라고 여기는가.

“글을 쓸 때 영자신문 같은 곳에서는 거의 인간의 심리, 내면 민족적 특성 같은 보편적 인간성에 관한 글을 많이 썼지만 국문 일간지에서는 거의 사회적 병폐를 비판하는 글을 썼다. 그래서 내가 ‘보수’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해 본 일이 없었는데 노무현 정부 시절에 기고한 어느 글에 대해 ‘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노사모)’ 회원이 나를 ‘보수 꼴통’이라고 불렀다. 그들의 구분법을 보니까 ‘보수’로 분류될 수밖에 없었다. 이후부터 그냥 ‘보수’로 자처하고 있지만 언젠가 ‘진보’ 타이틀을 탈환할 생각으로 벼르고 있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 개인과 사회의 갈등은 경제적인 요인이 작용한다. 좌파가 세력을 확장하게 된 것도 경제, 즉 가난 그 자체보다는 사회구성원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기술적으로 이용한 부분이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이제 ‘보수’는 경제사정이 향상돼서인지 밥그릇 다툼을 심하게 하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좌파들은 배고픈 이리가 돼서 무엇이나 물어뜯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요즘에는 보수보다 더 재산이 많은 좌파도 많은 것 같다. 그런데도 모두 배고픈 이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2013년 출간된 ‘서지문의 소설 속 인생’을 보면 책을 통해 사람과 사회의 관계를 탐구하는 것 같다. 지금의 한국사회는 어떤가.

“19세기 영국에서 좌파 이념은 논쟁의 주류가 아니었다. 카를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이 1848년에 나왔지만 영국에서는 자유방임주의와 중상주의, 국가개입주의에 대한 논쟁이 주로 이뤄졌다. 19세기 영국과 1970년대 한국은 비슷한 부분이 있는데, 당시 한국에서는 좌파사상이 많은 문학작품에서 등장한다. 우파가 잘못한 부분은 좌파의 무기가 되고 양분이 됐다. 우파는 적진에 얼마나 많은 무기를 제공하는지도 모르고, 자기 욕망에 갇혀서 지금 모든 기반이 허물어지는 상황을 맞고 있다.”

―보수주의자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문학은 사회적 과제, 역사적 과제에 대해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문학은 개인의 처신, 그가 신사와 숙녀에 걸맞게 행동했는가? 그렇지 못했다면 왜 그랬는가? 선택의 기로에서 옳고 그른 처신이 무엇인지를 고민한다. 보수의 할 일 등 거대담론에 대해서는 조심스럽지만 공업을 일으키고, 좋은 정책으로 경제를 성장시켜 나가야 한다. 요즘 우파들은 과거의 공로만 내세우면서 자기들은 모두 잘했다고 주장하면서 ‘좌파가 나라를 들어먹고 있다’고 외친다. 하지만 오늘날의 좌파는 우파들의 허점을 통해 만들어졌다. 보수주의자들은 무엇을 잘못했는지 스스로 뼈저리게 반성할 필요가 있다.”

―지식인, 지성인이란 무엇인가.

“정말 사양하고 싶은 표현이 지성인이다. 돌이켜 보면 문학을 전공하다가 더 연구하고 싶고, 운이 좋아 장학생으로 선발돼 미국 유학을 갔다. 박사학위 소지자를 받아주는 직장이 대학밖에 없어서 ‘할 수 없이’ 교수가 됐다.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가 된다는 것은 너무나 두렵고 피하고 싶은 일이었는데 마땅한 생업이 없었다. 내가 생각하는 교수의 자격에 미달한다는 생각에 고뇌도 많았다.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니 정말 내가 생각하는 교수의 자격에 합당한 사람도 드문 것 같고, 누군가는 강의를 해야 한다는 자기 합리화로 여기까지 왔다. 대학교수라면 지성인답게 사고하고 처신해야 하는데 늘 부족함을 느끼며 고민한다. 지성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기대가 너무 높은 것은 사실이다. 조선시대의 많은 선비가 임금의 잘못을 간하다가 목숨을 잃었다. 우리 역사를 보면 고급관리는 문인이기도 했다. 적어도 역사책에서 배우는 관리치고 귀양을 안 가본 사람이 없다. 기축사화에서 선비 2000여 명이 국문으로 죽기도 했다. 영국의 신사와 숙녀는 물려받은 재산이 있어 인간의 도리를 고민할 수 있었다. 역설적으로 기본적인 자산과 기반이 있어서 그것에 대한 과감한 포기도 가능했다. 우리나라는 관리가 되기조차 어려웠고, 과거를 통해 인생의 성공을 붙잡으려고 했다. 과거에 급제하면 줄을 서서 권력에 다가가려고 했다. 오늘날에도 그런 조선시대 문인들의 유전자가 한국 지식인들에게 흐르고 있는 것 같다. 어쨌든 지성인이라는 명찰은 엄청나게 부담스럽다. 놀랍게도 그 표찰을 달고도 별로 제약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어떤 경우에는 그런 사람들이 약간 부럽기도 하다. 미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대법원장, 군 장성이다. 그 말은 대법원장이나 군 장성 등은 국민의 존경을 받고, 그에 합당한 처신을 하는 사람이고 그것이 미국의 힘이 된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교수나 법관 같은 사람들이 그 직위에 수반되는 특전은 원하면서 그에 걸맞은 처신은 거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참으로 많다. 때로는 소름이 끼치기도 한다. 그것은 위법은 아니지만 그래도 반칙이 분명하다.”

―미국 얘기가 나왔으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평가하면.

“솔직히 말하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싶지 않은데, 여성으로서 그의 당선 이전에는 ‘어떻게 이런 지저분한 인간이 있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싱가포르 1차 미·북 정상회담 결과를 보고 너무나 속상한 마음이 들었다. 또 어떻게 김정은과 사랑에 빠졌다고 말할 수가 있나. 일부에서는 핵포기로 유도하기 위한 트럼프의 전략이라고도 하지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시간이 지나면서 트럼프 대통령도 바보가 아닌 만큼 기대도 생겼다. 베트남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을 결렬시키는 것을 보고 그나마 안심이 됐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 같은 인사에게 희망을 걸 수밖에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는 마음은 지울 수가 없다.”

―칼럼을 통해 궁극적으로 담아내고자 하는 것은.

“무슨 확실한 목적을 갖고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우연히 처음에 영자신문에 칼럼을 썼고, 그다음 국문일간지에서 기고 요청이 와서 글을 썼다. 계속 기고 요청이 들어와서 오늘날까지 칼럼을 쓰게 됐다. 원래 말수가 적고 분개하는 일이 있어도 그저 마음속에 담아두는 편이다. 지면이 주어지면 내 분노를 표출할 수가 있어서 구원을 받는 느낌도 든다. 우리 주변에는 현실에 대해 분노를 느끼면서도 벙어리 냉가슴을 앓는 사람이 정말 많은 것 같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칼럼들이 지적하는 부분에 대해서 조금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정책 결정에 도움이 되고 수정 보완에 조금이라도 역할을 하길 바라는 마음인데, 현 정부는 들으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 국가의 위기를 걱정하고, 사회의 후진을 속상해하는 국민의 마음을 헤아릴 필요가 있다.”

―인간과 사회의 변화는 누가 먼저인가. 대중은 항상 합리적인가.

“인간과 사회의 관계는 어려운 문제다. 사실 둘을 완전히 분리할 수도 없고 선후를 가릴 수 없을 정도로 엮여 있는 것인데 인간이 편히 살고 행복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이 존중받고 자신의 능력을 연마하고 발전시켜 발휘할 수 있는 사회적 토양이 필요하다. 그래야 개개인의 내면이 충실해지고 마음이 여유로워져서 인간관계도 부드럽고 행복해질 수 있다. 대중은 참, 정말 모르겠다. 2016년부터 2017년 사이에 촛불시위에 참여했던 대중은 자신들의 행위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그들은 지금 문재인 정부를 자기들이 세운 정부라고 생각하고 모든 상황을 너그러운 마음으로 참아주면서 받아들이고 있을까. 촛불시위에 참가했던 대중의 솔직한 심정을 오히려 듣고 싶다.”

―보수진영이 할 일은.

“우리 사회에서 보수주의자들은 경제번영과 발전에 무임승차해, 물론 학습도 하고 능력을 기르고 일도 했지만, 많은 혜택을 누렸다. 그런데 이제는 그 많은 축복을 가져다주었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좌파의 맹공에 무너질 지경이 되고 있다. 지금 보수진영은 자기가 누리는 번영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보수인사가 거리에서 보수의 제도와 가치를 역설하는 대열에 동참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신을 길러주고 부양한 자유민주주의를 왜 지켜나갈 필요가 있는지, 시장경제가 어떻게 인간 본성에 적합하고 최대한의 사람을 안전하게 해 주고 번영하게 해 주는 제도인지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 그리고 자녀에게, 주위의 젊은이들에게, 동료들에게 이론과 실제를 설득할 수 있도록 자기 수양을 해야 한다. 나 자신부터 민주시민이 되기 위해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수호하기 위해서, 전사(戰士)가 돼야 한다.”

인터뷰 = 이제교 사회부장 jklee@
e-mail 이제교 기자 / 정치부 / 부장 이제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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