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Focus >주변국 “방위비 지출 몸사린다” vs 獨 “다자기구 지원 평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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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군사·외교‘나홀로 행보’… 나토 회원국간 갈등 심화

F-35 전투기 도입 전면중단
FCAS 실전 배치는 미지수
나토 항공 전력 공백 불가피

주변국, 군사 책임 회피 의심
트럼프 “獨분담금 적어”비난

독일측 “방위비 비중 늘어나
나토 실질 군사력 강화 기여”

최근 독일에 대한 주변국의 눈총이 따갑다. 미국은 물론 유럽 동맹국가들과의 군사·외교관계에서 갈등을 빚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에 이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2위 경제국이자 유럽 최대 부국인 독일이 스텔스 전투기 F-35 도입 중단 결정을 내린 이후 이 같은 지적은 더 힘을 얻고 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2021년 정계 은퇴를 선언한 앙겔라 메르켈(65) 총리가 몸 사리기에 급급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독일과 함께 2차대전 패전국인 일본이 군사력 팽창으로 ‘전쟁 가능한 나라’로의 회귀를 노리면서 주변국의 우려를 사고 있는 현상과는 정반대의 이유다. 유럽에서 러시아의 위협을 가로막아주는 주축이 돼야 할 독일이 응당 해야 할 군사적 책임을 회피한다고 비난받고 있다. 독일은 외교적 노력도 병행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나 홀로 군사·외교정책에 비난 = 2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독일은 지난 1월 노후화하는 토네이도 전투기의 후속 모델로 유력하게 도입을 검토했던 록히드마틴사의 F-35 전투기에 대해 도입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독일은 지난 2월 프랑스와 함께 6세대 전투기인 미래공중전투시스템(FCAS) 개념 연구에 합의했다. 문제는 FCAS가 실전 배치될 때까지 얼마나 오랜 시일이 걸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F-35 도입 중단 결정으로 유럽에서 나토 항공 전력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독일 국방부는 유로파이터 타이푼과 보잉사의 F-18 등을 추가 도입한다는 계획이지만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이 상당 기간 기존 4세대 전투기에 의존할 경우 합동훈련 등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더구나 미국, 영국, 이탈리아 등은 물론 벨기에까지 5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F-35 도입을 추진하는 상황이다. 조너선 호일 록히드마틴 유럽 담당 부사장은 FT 인터뷰에서 “F-35를 구매하지 않기로 한 독일의 결정은 나토 파트너들과 같은 수준의 작전능력을 유지하는 것을 역행하는 행보”라고 비판했다. 그는 최근 나토 회원국들을 방문하는 동안 몇몇 외교관이 독일의 결정에 실망을 표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물론 유럽 주변국들이 최근 독일의 군사·외교적 행보에 우려를 표하는 것은 독일이 방위비 지출 등 군사 부문에서 국가 위상에 걸맞은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의심 때문이다. 나토 회원국들은 2014년 국내총생산(GDP)의 최소 2% 이상을 방위비로 지출하기로 합의했는데도 지난해 독일이 지출한 방위비는 목표치에 한참 못 미친 GDP 대비 1.24% 수준에 머물렀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4월초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독일의 분담금은 GDP의 1%에 불과하다”고 직접 비난하기도 했다. 독일은 오는 2024년까지 GDP의 1.5%를 국방비로 지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당초 나토의 GDP 대비 2% 지출 목표치에 못 미쳤다. 이마저도 독일 재무부의 중기지출계획으로 볼 때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의구심 키우는 행보 =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이 국제적 분쟁 등에서 차츰 발을 떼고 있어 유럽 자체적으로 더 많은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미국 등 나토 동맹국들은 러시아의 위협 등을 막는 데 독일이 핵심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일 스웨덴 비영리 싱크탱크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발표한 지난해 세계 군비 지출 동향에 따르면 독일이 지출한 방위비는 495억 달러로 프랑스(638억 달러), 영국(500억 달러) 등에 못 미쳤다. 주변국들은 독일이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경계감이 없는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내놓는 상황이다. 대다수 유럽 국가와 달리 독일이 미국 등의 반대에도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유럽에 수출하는 노드스트림2 사업을 밀어붙이는 점도 의혹을 키우고 있다. FT에 따르면 최근 설문조사에서 독일 국민은 중국이나 러시아보다 미국을 전 세계 평화에 위협적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특히 적극적으로 유럽의 미래에 대한 자신의 비전을 알리고 있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달리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2021년 9월 총리직에서 물러날 예정인 메르켈 총리가 수동적 태도로 일관하면서 독일이 점차 유럽에서 고립돼 가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외교적 노력도 인정해달라” 해명 = 독일이 군사적 책임을 회피하고 나 홀로 노선을 걷는다는 비판에 대해 독일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독일 정부 관계자들은 방위비 비중이 국제적 기준에서 볼 때는 낮을지 몰라도 최근 들어 크게 늘었다는 주장이다. 또 단순히 서류상으로만 GDP의 2%를 채우는 국가들과 달리 독일은 리투아니아에 탱크를 배치하고 해외 파견 독일군 숫자를 늘리는 등 나토의 실질적 군사력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나토가 집계한 지난해 독일의 방위비는 419억1300만 유로로 2011년 346억3000만 유로에 비해 21.0% 증가했다. 독일 측은 국제사회에서의 리더십은 단순 방위비 규모로만 결정되는 게 아니라 평화 안정화 노력을 비롯해 유엔 등 다자기구에 대한 재정 지원, 난민 수용 등 외교적 기여도 평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