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논단>장애인 문제는 인권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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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묵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흔히 장애인들이 겪고 있는 3가지 고통이 경제적인 어려움, 사회적인 어려움 그리고 가족 간의 갈등이라고 한다. 집안에 중증장애인이 생기면 누가 돌볼지를 두고 갈등이 생기는데 주로 엄마 차지가 된다. 그래서 장애인 문제는 바로 여성의 문제이기도 하다. 장애인들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은 쉽게 짐작이 될 것이다. 많은 기관과 단체에서 장애인을 위한 직업교육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교육 후 중증장애인의 실제 취업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 결과 장애인들조차도 열과 성을 다하지 않게 되고 많은 직업교육이 형식적으로 끝나기 일쑤다.

그렇다면 장애인들의 자립을 위한 직업교육이 의미가 없다는 말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장애인들을 그냥 두면 끝까지 도와줘야 하고 이는 사회와 국가에 큰 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진다. 단순히 복지 비용을 아끼려는 경제적인 이유 때문만이 아니다. 사람에게 직업은 그가 속한 사회에서 인정받고 자아실현을 통해 사회와 연결되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삶의 의미를 부여하고 그 질을 좌우하는 게 직업이다. 그 누구도 남의 도움을 죽을 때까지 받아야 하는 삶을 원치 않을 것이다. 장애인에게 직업은 당당한 사회 일원으로서 모두 함께 살아가는 데 매우 중요한 매개체다.

예전에 우연히 미국과 캐나다 국경에 있는 몬태나주의 작은 도시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 나처럼 손 하나 까딱 못하는 중증장애인 크리스를 만났다. 그런데 그는 전동 휠체어에 탄 채로 낚시도 하고 사냥도 했다. 미국이 아무리 복지국가라고 하지만, 국가가 중증장애인들의 낚시와 사냥을 위해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좀 심한 게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몬태나에서는 특별한 혜택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장애인이 되면 움츠러들기 쉬운데 레크리에이션과 야외 활동을 많이 하는 장애인일수록 건강을 유지하고 직업을 찾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고 보니 미국 국립공원들에는 한두 개라도 휠체어로도 갈 수 있는 길이 꼭 있었다. 그를 만나고 나오면서 옐로스톤과 그랜드티턴 국립공원에 들렀는데 안내소에 적힌 제32대 대통령 프랭클린 델러노 루스벨트의 글귀가 눈에 띄었다.

‘국립공원관리청은 미국의 정신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어야 한다. 그것은 국가에 모든 시민은 동등하며 그 정신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 국립공원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미국이 장애인의 천국이 된 것은 장애인 문제를 인권의 문제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1960·1970년대 인종차별 문제로 많은 내부 갈등을 겪었지만, 그 결과 미국 사회는 차별 금지에 관한 일종의 기본 틀과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 그 기본틀을 바탕으로 인종차별 문제를 해결한 다음 여성에 대한 차별을 금지했고, 장애로 인한 차별을 철폐한 것이며 오늘날은 성소수자들의 권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장애인 문제를 진정한 인권 문제로 여길 때 우리에게도 희망이 있다.

최근 정부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많은 공공 빅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고 한다. 자료가 디지털화돼 클라우드를 통해 제공된다면 몸이 불편해 출퇴근이 힘들고 집에서 근무해야 하는 장애인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돼 새로운 일자리 기회가 될 것이다. 나아가 단순히 장애인 의무고용 비율 3%를 넘어서 열심히 공부한 장애인들에게 양질의 직업에 대한 취업의 문을 크게 넓혀 준다면 장애인들에게 매우 효과적인 교육이 이뤄질 수 있는 확실한 동기 부여가 될 것이다. 그러면 정말 기술의 진보가 모두가 함께 잘사는 사회의 주춧돌이 되지 않을까 하는 작은 바람을 가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