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패스트트랙 3일 만에 ‘30席 증원’ 운운…국민 우롱이다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이 지난 29·30일 신속처리(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한 3개 안건이 사흘도 지나지 않아 요지경으로 전락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의 시발이 된 선거제도 문제는 정략적 야합이었다는 사실이 더 확연해졌다. ‘게임의 룰’인 선거법은 모든 정당 간 합의가 기본인데, ‘패스트트랙 4당’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배제한 채 밀어붙였다. 오죽하면 지난달까지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여당 소속 김영춘 의원조차 대놓고 “야당과 합의 처리해야 한다”는 인터뷰를 했겠는가.

더 큰 문제는, 지역구를 28석(席) 줄이고 그만큼 비례대표를 늘리는 선거법을 패스트트랙에 올린 직후부터 4당에서 “의석수 변동 폭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딴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지역구가 사라지거나 조정될 것을 우려하는 의원들이 불만을 제기하자 지역구는 그대로 둔 채 비례대표만 늘려 국회의원 정원을 300석에서 330석으로 증원하자는 주장이 제기된다고 한다. 당초 330석∼360석을 거론했던 정의당은 물론 민주당에서도 점차 그런 목소리가 커지는 양상이다. 마치 선거제도 개편이 정치개혁인 양 내세우더니 일단 패스트트랙에 오르자 정당과 의원들의 밥그릇 챙기기라는 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국민을 우롱하는 일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및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안을 둘러싼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문무일 검찰총장이 “견제·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고 반대하자 검찰 내부에서 법리와 수사 실무상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고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경찰이 나서 반박하는 등 혼선이 계속되고 있다. 공수처법도 검찰 내에서 “정권 하수인 노릇을 하게 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고, 법원에서도 “공수처는 누가 견제하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 소속 금태섭·조응천 의원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정략에 따른 무리한 패스트트랙 강행 여파로 권력기관이 서로 갈등하는 등 국정은 꼬이고, 한국당이 장외로 나가는 등 정국은 경색되고 있다. 패스트트랙은 이미 근거를 잃었다. 선거법은 한국당을 포함해 원점에서 협상을 시작하고, 수사권 및 공수처 문제는 정부 이견부터 재조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