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의 달밤’ 등 대중가요 작사가 유호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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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가요 ‘신라의 달밤’ 작사가로 잘 알려진 유호(본명 유해준) 씨가 6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98세.

1921년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난 유 씨는 수많은 히트곡을 남긴 한국 대중가요의 작사가이자 최초의 방송작가였다.

그는 경성제2고등보통학교(현 경복고)를 졸업하고 일본에서 유학한 후 1943년 극본 2편을 동양극장에 올리면서 극작가로 등단했다. 이를 계기로 1945년 서울중앙방송국(현 KBS)에 입사, 본격적으로 드라마를 집필하면서 ‘1호 방송작가’가 됐다. 방송국에서 언론사 문화부로 옮긴 후에는 수많은 노래를 만들었고, 1960∼1970년대엔 드라마 작가로 활약했다.

작사가로서 가장 잘 알려진 곡은 ‘신라의 달밤’이다. 유 씨가 가사를 쓰고 박시춘 작곡가가 멜로디를 붙였다. 1947년 발표된 이 곡은 해방 후 최고의 히트곡이 됐다. 노래를 부른 현인도 이름을 크게 알렸다. 이 밖에도 ‘고향만리’ ‘서울야곡’ ‘낭랑 18세’ ‘맨발의 청춘’ 등 시대상을 담은 노랫말을 지었고, 6·25전쟁 중에는 진중(陣中)가요인 ‘전우야 잘 자라’ ‘전선야곡’ 등을 썼으며 나중에 국방부의 의뢰로 군가인 ‘진짜 사나이’도 만들었다. 드라마 작가로서는 ‘님은 먼 곳에’ ‘종점’ ‘세 자매’ 등 연속극을 집필했다. 그는 TBC 방송국이 ‘일요극장’의 이름을 아예 ‘유호극장’으로 바꿀 만큼 인기가 높았다.

한국방송작가협회 이사장, 고문 겸 교육원장 등을 지냈고 2011년 제2회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보관문화훈장을 받았다. 2013년엔 KBS2 ‘불후의 명곡’에 최고령 ‘전설’로 출연했다.

유족으로는 장녀 유남미 씨, 사위 이신우 전 문화일보 논설위원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 은평구 은평성모병원에 마련됐다. 발인은 8일 오전 10시 30분이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