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반도에 총성 사라졌다’는 文대통령의 현실 인식

대통령의 가장 큰 책무는 국가의 보전(헌법 제66조)이며, 이를 위해 국민은 국군 통수권을 부여(제74조)하고 있다. 취임 2주년을 맞아 문재인 대통령이 독일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에 기고한 글을 읽는 국민은 착잡하다. 문 대통령의 인식이 객관적 현실은 물론 국민의 걱정, 나아가 미국과 일본 등 우방과도 너무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6일 전화 통화를 했는데, 미국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달성 방법에 대한 양국의 의견 일치를 재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2월 ‘노딜’로 끝난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재개하는 등 한반도 정세가 급랭하는데도 문 대통령은 서정적인 말들로 평화를 노래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하늘·바다·땅에서 총성은 사라졌다”면서 “한반도의 봄이 이렇게 성큼 다가왔다”고 했다. 과연 그런가. 북한은 한·미 공조를 하려는 문 대통령을 향해 ‘오지랖’ 등의 모욕적 언사로 비난한 데 이어 6일에도 관영 매체를 통해 “외세와의 공조로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제정신을 가지고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돼야 한다”고 훈수했다. 4·27 판문점 선언 1주년에 아무 반응도 없고, 4일에는 탄도 미사일 도발까지 강행했는데 ‘총성은 사라졌다’니 어느 나라 얘기를 하는지 의아하다.

문 대통령의 기고문은 원고지 80장 분량의 긴 글로 제목은 ‘평범함의 위대함’이라고 한다. 그 정도라면 한국 국민이나 언론을 상대로 하는 것이 도리다. 내용에 있어서도 하노이 회담 결렬이나 미사일 도발에 대해선 언급 없이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이산가족 상봉, 상호 적대행위 중단, 남북 간 대화 등이 “놀랍게도 현실이 됐다”고 자화자찬했다. 문 대통령은 “개성에 연락사무소를 만들어 일상적인 접촉을 하고 있다”고 했다. 대통령의 이런 인식에 공감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