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核포기 의사 없는 北 어떻게 다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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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록 경희대 공공대학원 교수 정치학

남·북 및 미·북 협상 난관 봉착
한·미 동맹은 생존 문제지만
여러 번 흔들린 역사 기억해야

전쟁은 동북아 갈등 해법 못 돼
유럽式 안보협력기구 위해선
정부·학계·민간 공감대 넓혀야

다음에 인용한 3가지 사건은 일견 상관이 없는 것처럼 보이나, 우리의 생존과 안전 그리고 번영과 평화 통일을 위한 국가 전략을 구상하는 데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 19일 우즈베키스탄 국빈방문 중 의회 연설에서 중앙아시아의 비핵화 선례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이루려는 한국 정부에도 교훈과 영감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4월 29일 세계가 완전무장을 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전 세계 국방비 지출은 1조8220억 달러(약 2112조 원)로 이 중 미국 6490억 달러, 중국 2500억 달러, 일본 464억 달러, 한국 431억 달러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국방부는 지난 8일 북한이 방사포와 단거리 미사일 등 세 가지 이상의 발사체 20여 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으며, 마지막 한 발은 단거리 미사일인 것 같다고 밝혔다.

남북한은 서로에 대해 심각한 안보 위협을 느끼고 있다. 한국은 북한의 핵무기와 생화학무기를 포함한 대량파괴무기(WMD) 및 휴전선에 집중 배치된 다연발 방사포가, 북한은 세계 최강의 한·미 연합전력과 압도적으로 우세한 한국의 무기가 그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8년 이후 3번의 남북 정상회담과 2번의 미·북 정상회담을 통해 공동 번영과 자주 통일, 한반도의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과 완전한 비핵화 노력 등을 합의했지만 결코 쉽지가 않다. 특히, 북한이 핵(核) 포기 의사가 전혀 없음이 드러난 이상 남북 간, 미·북 간 획기적인 관계 증진은 난관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대미 수출 비중은 12%인 반면 대중 수출 비중은 27%에 이르러, 한·미 관계는 생존의 문제지만 한·중 관계는 먹고사는 문제가 됐다. 그러나 우리는 한·미 동맹을 절대시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즉, 미국은 1905년 가쓰라-태프트 협정을 통해 일본의 대한제국 지배를 양해했으며, 6·25전쟁 직전인 1950년 1월 미국 국무장관 딘 G 애치슨은 미국의 태평양 방위선에서 한국은 제외된다고 발표해 북한에 남침 오판의 빌미를 제공했고, 1975년 월남의 공산화 이후 불안한 한국의 안보 현실을 도외시한 채 1977년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지미 카터는 주한미군 철수를 공약했으며,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주한미군 문제를 연계시키고 있다.

이는 동맹 없는 자주는 위태롭고 공허하지만 자주 없는 동맹은 우매하고 굴종적임을 보여준다. 그런데 미국과 옛 소련은 군사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던 냉전 시기인 1975년 유럽안보협력회의(CSCE)를 창설해 유럽에서의 군사적 대립을 해소하고 공동 번영과 평화 정착의 틀을 마련했으며, 1989년 동유럽권의 붕괴로 인한 혼란과 1990년 독일의 통일 과정을 잘 관리했다.

이 같은 유럽의 경험과 지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도 동북아시아판 안보협력기구를 창설해 북한의 핵 문제 해결과 역내 평화와 공동 번영을 모색해야 하며, 한국이 이를 주도해 나가야 한다. 탈냉전 이후 유독 동북아에서는 군비 지출이 늘고 있지만, 이 지역에서의 전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남북 및 중국과 일본은 모두 인접국으로부터 피침 시 충분한 보복과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대응전력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동북아 국가는 모두 파괴에 매우 민감하고 균열에 취약한 고도 산업사회여서 구조적으로 전쟁을 하기에 부적합하다. 동북아에서는 갈등과 분쟁 요인이 상존하지만, 이를 무력으론 해결할 수 없고, 해결해서도 안 된다. 결국은 정치가 해결해야 한다.

한국은 중국과 일본이 ‘강대국(strong nation)’이 아닌 ‘위대한 국가(great nation)’의 길을 가도록 견인해야 한다. 중국과 일본이 더 이상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세력이 아닌, 동북아의 공동 번영과 안전에 기여하는 국가가 되도록 정부 차원의 끈질긴 노력과 외교력을 발휘하는 한편, 이들 국가의 학계·언론계와 시민단체, 양식 있는 지식인 및 시민들과의 접촉과 홍보를 강화하는 노력 또한 필요하다.

이것만이 안중근 의사가 순국을 앞두고 ‘동양평화론’을 집필해 한·중·일 3국의 공동 번영과 평화를 갈파했던 그의 숭고한 뜻을 받드는 길이며, 그의 의거 110주년을 더욱 의미 있게 맞이하는 것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