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日과 이례적 ‘대사관 별도회의’… 대놓고 ‘韓정부 불신’?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9일 오전 마크 내퍼(왼쪽 두 번째) 미 국무부 부차관보 대행과 랜들 슈라이버(오른쪽) 미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 차관보가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한·미·일 안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韓美日 안보회의 개최 앞서
韓美-韓日-美日 등 양자회의
주회의장 주변 개최가 ‘관례’
“대사관 회의, 보안 고려한 것
文정부에대한 불신 노출” 분석
‘3각공조 균열 반영했다’ 관측도

韓, 對北 식량지원 속도내지만
美 “관여 않겠다” 냉소적 반응

미국과 일본이 9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일 안보회의(DTT)에 앞서 이례적으로 미 대사관에서 양자협의를 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문재인 정부 ‘소외론’이 다시 대두되고 있다. 대사관 협의는 보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미·일이 3각 공조에서 이탈하는 듯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은 지난 4일 북한이 발사한 전술유도무기를 ‘미사일’로 규정하면서 여전히 “확인 중”이라는 문재인 정부와도 상당한 시각차를 보였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시카와 다케시 일본 방위성 방위정책차장이 9일 오전 한·미·일 안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국방부 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김호웅 기자

랜들 슈라이버 미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 차관보와 이시카와 다케시(石川 武) 일본 방위성 방위정책차장은 이날 한·미·일 DTT 회의에 앞서 주한 미 대사관에서 양자대화를 갖고 안보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DTT 관련 미·일 양자회담이 대사관에서 열린 것은 처음이다. 한국에서 열렸던 2013년과 2016년 DTT의 경우 각각 제주도 모 호텔과 국방부 청사에서 열렸으며, 양자회담은 호텔이나 국방부 청사 주변 시설에서 열린 적은 있다. 국방부 출신 인사는 “양자협의는 늘 있었지만 미국 대사관에서 한 것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

미·일의 대사관 양자협의는 보안을 고려한 것으로, 문재인 정부를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미·일이 DTT가 열리는 용산 국방부에서 꽤 떨어져 있는 미 대사관을 택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한·일 초계기 갈등으로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한·미·일 3각 공조에 균열이 발생한 안보 현실을 상징적으로 반영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3자 DTT 회의에서 미·일이 따로 만나서 회의에 참석하는 모습은 한·미 또는 한·일 관계의 현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미는 북한이 발사한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놓고 상당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장관 대행은 8일(현지시간) 상원 세출위원회 국방 소위원회의 내년도 예산안 관련 청문회에 출석해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이 전화해서 ‘북한이 지금 로켓과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미국 국방부가 이 발사체를 “미사일”이라고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국방부는 이날 현재까지도 “확인 중”이라면서 ‘발사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도 미국 반응은 미지근하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한국 정부의 대북 식량 지원과 관련해 “한국이 그 부분에 있어 진행해 나간다면 우리는 개입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대북 최대 압박이라는 대전제를 유지하면서도 대북 ‘유인책’으로서의 대북 식량 지원을 용인하겠다는 의미지만, 다소 냉소적 반응인 셈이다. 특히 샌더스 대변인은 “북한에 관한 우리의 입장은 최대 압박 전략을 계속해 나간다는 것이며, 우리의 주안점은 비핵화에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대북 인도적 지원 카드가 먹힐지 주목된다. 일단 문재인 정부가 10일 열리는 한·미 워킹그룹에서 대북 식량 지원에 관한 미국의 양해를 얻더라도 북한이 이를 수용할지 미지수라는 견해도 적지 않다.

김영주·정충신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