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버스기사-회사-시민 모두 피해자 만드는 文정부 무책임

오는 7월부터 주52시간제 적용을 받는 버스업계가 폭발 직전이다. 월급이 깎일 처지에 몰린 운전기사들이 파업 절차를 밟고 있어 ‘버스 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 부산·울산·충남·충북 등 4곳의 버스 노조가 높은 찬성률로 파업 참여를 결정했고, 9일 서울·경기 등 7곳의 결과가 나온다.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은 이르면 15일 전국 규모 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근원적으로는 문재인 정부가 현실을 무시한 채 무리하게 일률적 근로시간 단축을 밀어붙인 결과이고, 가깝게는 지난해 2월 노선버스를 근로시간 특례업종에서 제외할 때 제기됐던 후유증이 현실로 닥친 것이다.

이 때문에 근로자·기업·시민 등 경제 주체들이 모두 피해자로 둔갑했다. 전국 버스기사 평균 월급은 346만 원인데, 기본급을 제외한 연장근무 수당 등이 51%다. 주당 52시간에 묶이면 임금이 30%까지 줄어들게 된다. 생계 유지가 빠듯한 기사로선 근로시간 단축보다 일할 기회가 더 절실하다. 버스 회사에도 날벼락이다. 노조 요구대로 현행 임금 수준을 유지하려면 2700억 원, 주52시간제에 필요한 1만5000여 명 증원을 위해선 7300억 원가량 소요된다고 한다. 회사로선 이런 추가 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 벌써 적자 노선이 폐지되거나 운행이 축소되고 있다. 시민은 불편을 넘어 기사 부족으로 인해 안전까지 위협 받게 됐다.

지난해 7월 주52시간제 시행을 앞둔 기업들의 우려가 컸지만, 정부는 “문제없다”며 일축했다. 막상 문제가 속출하자 6개월 계도기간을 설정하더니 그나마 탄력근로 확대 등 보완장치도 없이 풀어버렸다. 현실을 무시한 덫을 쳐놓곤 기업이 알아서 피하라는 무책임한 정부다. 버스 회사나 노조는 정부의 결자해지를 요구하지만, 국토교통부는 지방자치단체가 버스요금을 올리면 될 일이라며 미루고 있다. 재정으로 막든, 요금을 올리든 결국 국민 부담이다. 이제라도 사태의 근원인 근로시간 과잉 규제를 바로잡는 게 유일 해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