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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 게재 일자 : 2019년 05월 10일(金)
㎏·A·K·㏖ 기본단위, 특정물질서 불변상수로 변경… 미세오차 없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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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1월 13일에서 16일까지 프랑스 베르사유에서 열린 ‘제26차 국제도량형총회(CGPM)’에서 기본단위인 킬로그램(㎏), 암페어(A), 켈빈(K), 몰(㏖)의 재정의가 최종 의결됐다. KRISS 제공

‘국가표준기본법’ 시행령 개정…오는 20일 발효

韓도 키블저울 개발 등 기여
일상엔 변화 없지만 첨단기술에 필수


정부는 지난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8회 국무회의를 통해 ‘국가표준기본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이 개정 시행령에는 일부 국제단위계(SI) 정의가 달라진 점을 국내법에도 반영하는 내용이 담겼다. 질량을 나타내는 킬로그램(㎏)과 전류기호 암페어(A) 등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항상 마주하는 측정 단위는 모든 과학 기술의 기초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 기본단위의 재정의(再定意)는 미래 과학기술의 정확성을 높이며, 새로운 산업 분야의 도래를 앞당길 기초 작업이란 평가도 받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단위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탄생했으며, 이번 재정의가 지닌 의미는 무엇인지, 앞으로 일상생활과 과학·산업 현장에 미칠 영향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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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표준기본법 왜 개정됐나

헌법 9장 127조 2항에 ‘국가는 국가표준제도를 확립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를 근간으로 1999년 2월 ‘국가표준기본법’이 공포돼 같은 해 7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법에서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표준연·KRISS)을 우리나라의 국가측정표준 대표기관으로 명문화했다. 정부는 5년 단위로 국가표준 기본계획을 수립하며, 측정표준 확립 및 유지에 관한 기본계획 수립을 명시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질량, 전류, 온도, 물질의 양을 나타내는 국제 기본단위에 대한 정의가 오는 20일부터 바뀜에 따라 이를 반영한 국가표준기본법 개정안을 추진해 왔다. 국제 기본단위는 지난해 11월 열린 국제도량형총회(CGPM)에서 재정의됐으며 회원국인 우리나라 역시 이 기준에 맞췄다.

국표원은 지난 2월 27일 국가표준기본법 시행령 개정(안) 공청회를 개최했으며, 마련된 개정안은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됐다. 공포는 오는 20일이다.

2. 국제단위계란

국제단위계(SI·The International System of Units)란 미터법을 기준으로 1960년 CGPM에서 국제표준으로 확립한 단위 체계를 말한다. 초(s, 시간), 미터(m, 길이), 킬로그램(㎏, 질량), 암페어(A, 전류), 켈빈(K, 온도), 몰(㏖, 물질의 양), 칸델라(cd, 광도)가 SI를 구성하는 기본단위다.

3. 유도단위란

유도단위는 기본단위에 의해 유도된 단위이다. 어떤 물리량을 표현하기 위한 단위를 만들 때, 기본단위를 사용하는 물리량과의 관계식을 통해 유도한 것이다. 예를 들면 속도를 표현하기 위한 ‘㎝/s’는 유도단위인데, 길이의 기본단위 ㎝와 시간의 기본단위 s를 이용했다. 한편 미국, 미얀마, 라이베리아 3국을 제외한 세계 모든 나라가 SI를 사용하고 있다. 미국은 미터협약(Meter Convention)의 최초 가입국이지만 자국 단위계 ‘야드파운드법’을 사용하고 있다.

▲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보유하고 있는 킬로그램(㎏)원기.
4. 특정물질 단위 문제는

기본단위 재정의는 과학기술과 산업의 근간이 되는 단위(unit)에 시간의 경과 등으로 인해 오차가 발생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의미가 있다. 예컨대 1889년 백금과 이리듐 합금으로 만든 ‘국제킬로그램원기’가 질량의 기본 단위로 정의됐지만, 그 후 세월이 흐르면서 수십 마이크로그램(㎍)의 오차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탄소의 ‘질량’을 바탕으로 정의한 ㏖ 또한 킬로그램원기 질량의 변화로 인한 변동성을 함께 안고 있다.

마찬가지로 온도의 단위(K)는 ‘물’의 삼중점이 동위원소의 비율에 따라 달라져 불안정해지는 문제점이 발생했다. 이처럼 단위가 불안정하고, 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일상생활과 산업 현장에서 이뤄지는 측정값에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에 4개 기본단위가 불변의 상수를 활용해 새롭게 정의됨에 따라 SI의 7개 기본단위는 플랑크 상수(h), 기본 전하(e), 볼츠만 상수(k), 아보가드로 상수(NA) 등 고정된 값의 기본상수를 기반으로 ‘불변의 단위’가 됐다.

5. 세계 측정의 날 지정 배경

1875년 5월 20일은 세계 17개국이 미터법의 실용성과 체계성을 인정하며 미터법을 따르기로 한 미터협약을 체결한 날이다. 우리나라는 1959년 미터협약에 가입한 후, 1964년 계량법에 의거해 미터법을 전면 실시했다.

6. 새 단위로 개선되는 것

재정의된 기본단위는 현대 정밀 측정기술에 더욱 부합하게 된다. 우선 변화의 여지가 있는 킬로그램(㎏)이 기본상수에 의해 정의되면 질량 측정의 장기 안정성과 신뢰성을 보장할 수 있다. 간접적인 방법으로 구현했던 암페어(A)는 전기 측정의 정확도를, 물에 의존했던 켈빈(K)은 온도 측정의 정확도를 크게 향상할 수 있다. 몰(㏖)의 정의는 지금보다 간소화돼 물질의 양이라는 자연의 물리량을 사용자들이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7. 일상생활에서 바뀌는 것

이번 개정안 시행으로 일상생활에서의 변화는 없다. 정부는 과거 단위를 개정할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재정의로 인한 혼란을 최소화하고 일상생활에서 인지할 만한 영향이 없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였다. 각국의 측정표준기관을 제외하면 변화를 알아차릴 사용자는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8. 교육과정 어떻게 바뀌나

정부는 개정된 단위의 정의와 SI에 대해 학생들에게 정확한 내용을 가르칠 수 있도록 교육부 등 관련 부처와 물리학회 등의 단체를 통해 전파할 예정이다. 현재 KRISS에서는 중·고등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측정표준 연수를 개최하고, 학회 행사와 학술지를 통해 단위 재정의를 알리고 있다.

또한 KRISS가 운영하는 각종 측정기술 교육훈련 과정에서도 단위 재정의를 홍보하고 있다. 교과서 내용을 개정하는 일은 관련 절차에 따라 최대한 신속히 이뤄질 예정이다.

▲  새로운 킬로그램(㎏) 정의를 확립하기 위해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개발 중인 키블 저울.

9. 단위 재정의 관련 韓연구

먼저 질량 단위 킬로그램(㎏) 재정의를 위한 ‘키블 저울(Kibble Balance)’을 KRISS에서 개발했다. 플랑크 상수(h)라는 고정된 값과 물체의 질량을 연결해 킬로그램(㎏)을 구현하는 장치다. ‘기계적 일률’과 ‘전기적 일률’이 같다는 원리를 이용해 플랑크 상수(h)를 구하는 것으로 키블 저울은 질량, 중력, 전기, 시간, 길이 등 수많은 측정표준의 종합체로서 모든 측정의 불확도(不確度)가 10-8 수준으로 구현돼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키블 저울을 제작해 운영하는 국가는 6곳뿐이다. 미국과 캐나다 등의 측정표준기관이 구한 플랑크 상수(h)의 평균값(6.62607015×10-34 J s)이 국제적으로 채택돼 있다. 우리나라 키블 저울도 3년 내 세계 최고수준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온도 단위 켈빈(K) 재정의를 위한 볼츠만 상수(k)의 국제적 불일치를 우리나라에서 해결한 것도 성과로 꼽힌다. 프랑스와 영국의 표준기관에서 제시한 볼츠만 상수(k)의 측정결과가 100만 분의 3 차이가 발생했는데, 국내 연구진이 기체 시료의 동위원소 구성비를 정밀 측정한 결과, 영국 표준기관이 사용한 아르곤의 평균 분자 질량이 실제보다 100만 분의 3 높게 측정됐음을 규명했다. 이 같은 불일치의 해소로 과학기술데이터위원회(CODATA)는 볼츠만 상수(k)의 정밀도를 100만 분의 0.91에서 100만 분의 0.57로 조정했다. 선진 표준기관들의 측정결과에 대한 최종 심판자 역할을 우리나라가 수행해 켈빈(K) 재정의의 난제를 해결하고 국제표준 분야에서 위상을 제고한 성과로 거론된다.

10. 과학계 반응

새로 정의된 질량, 전류, 온도, 물질의 4개 물리량 단위 말고도 시간, 길이 등 총 7개의 기본단위 정의에 기본상수를 활용함으로써 ‘불변의 단위 정의’가 실현된 점에서 과학계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기본단위의 궁극적인 목표는 ‘불변의 기준’이 되는 것이다. 이번에 새롭게 정의된 4개 단위는 그간 충분히 안정적이지 못해 과학계에서는 큰 골칫거리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번에 플랑크 상수(h), 기본 전하(e), 볼츠만 상수(k), 아보가드로 상수(NA)란 고정된 값의 기본상수를 바탕으로 단위를 정의함으로써 불변 단위 정의가 가능해졌다. 일상생활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불변의 단위는 미래 과학기술과 산업의 발판을 마련하는 가장 기본적인 준비로 평가받고 있다. 앞으로 첨단기술은 극한 영역에서의 미세 오차까지 허용하지 않는 정확한 측정을 필수적으로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박연규 KRISS 물리표준본부장은 지난해 11월 16일 CGPM에서의 SI 개정이 결정됐을 당시 “4개 단위의 정의가 한꺼번에 바뀌는 역사상 최초의 사건”이라며 “단위를 새롭게 정의하고 구현할 수 있는 기술력의 유무가 과학기술 선진국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민·노성열 기자 bohe00@munhwa.com
e-mail 박정민 기자 / 경제산업부 / 차장 박정민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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