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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Fifty+ 게재 일자 : 2019년 05월 10일(金)
꽃벵이 키우며 ‘인생 역전’하고 ‘인생 2막’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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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일 꽃벵이 등 식용 곤충 사육으로 억대 농부가 된 나만수·정성희 씨 부부가 자신들이 운영하는 전북 장수군 천천면 ‘백만돌이 농원’에서 애지중지 사육하는 굼벵이를 들어 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백만돌이 농원’ 나만수·정성희 부부

사과농사 짓다 태풍에 쑥대밭
“굼벵이나 키워 봐” 한마디에
식용 곤충사육 사업 뛰어들어

부부가 농업인 대학과정 수료
곤충산업 협회 전북지부 구성
연구 학습 모임 200여명 주도

식용곤충 매년 2500㎏ 출하
꽃벵이환·엑기스등 제품 생산
지난해 매출액 1억8000만원
“곤충부자로 인정받고 싶어요”


“곤충산업은 생산량도, 출하 시기도 농부 맘대로 조절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태풍에 사과 농사 힘들면 굼벵이나 키워’라고 사람들이 던진 말 한마디에 선뜻 ‘식용 굼벵이’ 사육에 나서 연간 1억8000만 원의 수익을 올리는 나만수(51·한국곤충산업협회 전북지부장)·정성희(48) 씨 부부. 금강과 섬진강의 발원지라 청정지역으로 잘 알려진 전북 장수군 천천 농공단지 인근 ‘백만돌이 농원’ 주인 부부다. 100평 남짓한 이들 부부의 굼벵이 농장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식용 곤충 산업과 함께 곤충사육이 부가가치가 높은 농촌 돈벌이 효자 종목으로 인정받으면서 이들 부부의 농장을 견학하러 오는 사람이 많아졌다.

기자가 찾아간 지난달 30일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생물부 곤충산업과 소속 곤충 박사들과 연구원 등 10여 명도 이들 부부의 농장을 방문했다. 농장 사무실에 들어서자 꽃벵이 환, 건조 꽃벵이, 꽃벵이 진액 등 제품이 진열돼 있어 농장이라기보다 식품회사처럼 보였다. 꽃벵이는 농림축산식품부가 굼벵이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식용 가능한 흰점박이꽃무지 애벌레인 굼벵이의 애칭을 공모해 붙여진 이름이다.

“곤충 사육은 공간이 많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일반 농업과 달리 애벌레를 다루는 데 섬세한 여성의 손길이 더 적합합니다.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크고 진입 문턱도 낮아 귀농·귀촌을 꿈꾸는 도시민에게 제격입니다.”

사실 백만돌이 농원의 대표이사는 부인 정 씨다. 애벌레를 돌보는 일이나 농장 경영은 정 씨가 도맡아 한다. “식용 곤충이라 출하에 앞서 3일 이상 절식(絶食)을 해야 하는데 이때 찹쌀가루를 먹이면 몸속 찌꺼기가 싹 빠져나가요.”

부인 정 씨가 곤충 박사들 앞에서 자신들이 터득한 곤충 사육 비법을 설명했다.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격’이지만 사실 그럴 만도 한 게 식용 곤충 관련 규정집에 출하 직전 3일 이상 ‘절식’만 명시돼 있을 뿐 굼벵이에게 찹쌀가루를 먹여 몸속 찌꺼기를 제거할 생각을 한 것은 이들 부부가 처음이다.

부부는 “밀기울이나 사과, 콩가루 등 5~6가지 식품을 먹여 가며 찌꺼기 제거 실험을 해 봤지만 찹쌀가루가 최고였다”며 “바닷조개가 소금물로 해감하듯 굼벵이도 찹쌀가루를 먹고 몸속 톱밥 등 찌꺼기를 모두 몸 밖으로 배출한다”고 말했다.

부부가 사육하는 곤충은 꽃벵이와 장수하늘소 유충인 장수애, ‘치유 곤충’으로 도입한 왕귀뚜라미 등 3종류다. “입식 60일 만에 식용 가능한 애벌레로 성장하지만 온도는 25도, 습도는 65%를 꾸준히 유지해 줘야 합니다. 나머지는 사육장 실내 습도 조절을 위해 가습기만 틀어 주면 됩니다.” 남편 나 씨는 “젊은 시절 관정 사업과 건축업으로 큰돈도 벌어 봤고, 중국집을 경영할 때는 힘들기도 했지만 지천명의 나이에 곤충 사육이라는 천직을 찾은 것 같다”며 “부가가치가 높고 식품과 약용 등으로 활용 분야가 많은 곤충 산업은 말 그대로 농촌의 미래산업이라고 할 만하다”고 말했다.

부부는 매년 2500㎏ 정도의 식용 곤충을 출하한다. 5t 이상 생산이 가능한데 수요에 맞춰 절반만 생산하고 있다. 1㎏에 400~450마리 정도여서 매년 100만 마리 이상 애벌레를 상품으로 출하하는 것이다.

농장 이름을 ‘백만돌이’라고 지은 이유다. 지난해 영농법인 통장에 1억8000만 원의 매출액이 기록됐다. 사실 이들 부부가 곤충산업에 뛰어든 건 우연이었다. 나 씨는 지난 2011년 시작한 사과농장이 이듬해 태풍 볼라벤으로 쑥대밭이 됐던 일만 생각하면 지금도 등골이 오싹하다. 경남 창원에서 10여 년 동안 중국집을 운영하며 어렵게 마련한 사과 농장을 한 번의 태풍으로 모조리 잃게 될 처지였다.

“중국음식점은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하루 12시간 이상 주방 화덕에서 불이 꺼질 새가 없습니다. 체중이 줄고 체력은 고갈돼 농촌살이를 결심했습니다.” 2008년부터 장수 인근에 농장 부지 7000여 평을 물색하고 사과 묘목도 심었다.

“굼벵이나 키워 봐.”

태풍으로 쓰러진 사과나무를 보며 시름에 빠져 있던 어느 날, 한 모임에서 들려온 ‘구원’ 같은 메시지였다. 나 씨는 사과농장 운영을 병행하고, 부인 정 씨가 곤충 사육을 주도했다. 3∼4년 만에 곤충 농사가 사과보다 더 수익성이 높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때마침 음성적으로만 거래하던 약용 곤충에 대해 2014년부터 정식 식용 곤충 사업이 가능하도록 관련법도 정비됐다. 이때부터 전국적으로 곤충 사육 농가가 급격하게 늘기 시작했다. 부부는 장수군에서 지원하는 농업인 대학 과정도 수료했고, 한국곤충산업협회 전북지부도 구성해 활동에 들어갔다. 사실상 지역에서 곤충 산업의 기틀을 다져온 선구자들이다. 이들 부부가 주도하는 한국곤충산업협회 전북지부 회원은 40여 명, 함께 곤충을 연구하는 학습 모임 회원은 200여 명에 달한다.

백만돌이 농장에서는 현재 분말 꽃벵이나 건조 꽃벵이, 꽃벵이 진액, 꽃벵이 환 등 건강 보조 식품용 2차 가공품을 생산하고 있지만 아직 생굼벵이를 직접 주문하는 사람이 더 많다. 한약 보조제나 약용식물과 섞어 복합 중탕 추출액으로 섭취하기 위해서다. 최근에는 꽃벵이가 함유된 ‘머거바’ 등 과자류 상품까지 개발돼 미래 식품으로 가능성도 열어 놨다.

부부는 “장수풍뎅이를 앞세워 장수군을 한국 곤충 산업의 발원지이자 꽃벵이 사육의 메카로 키워나갈 생각”이라며 “욕심은 금물이지만 꽃벵이로 돈을 많이 번 ‘곤충 부자’로 인정받고 싶다”고 말했다.

장수 = 박팔령 기자 park8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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