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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중남미
[국제] Global Focus 게재 일자 : 2019년 05월 10일(金)
뿌리 깊은 부패에 ‘정치 환멸’… 左도 右도 포퓰리즘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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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널뛰듯 정권 바뀌는 중남미

2014년 ‘오데브레시 스캔들’
9國 연루 뇌물규모 5230억원
전현직 대통령 수감·탄핵 사태

멕시코 ‘좌파 트럼프’ 당선 이어
브라질은 극우 포퓰리스트 집권
올 하반기에도 5개국 대선 치러
결과 따라 정치 지형 요동칠 듯
공동시장 통한 ‘남미 통합’ 타격


중남미 정치지형은 롤러코스터에 올라탄 형국이다. 각국의 정권은 선거 때마다 좌파에서 우파로, 혹은 우파에서 좌파로 널뛰듯 바뀐다. “핑크 타이드(온건 사회주의 성향 좌파 물결)가 중남미를 휩쓸었다”는 이야기는 이제 옛말이 됐다. 롤러코스터의 동력원은 심각한 경제 위기와 불평등 심화다. 이를 틈타 좌든 우든 포퓰리즘 정치인이 득세하는 경향을 보인다. 난무하는 포퓰리즘 정책에 정부 곳간이 비면, 또다시 정권이 심판받는 식의 다람쥐 쳇바퀴에 갇혀 있다.

◇복잡한 양상의 정권교체 = 1999년 등장하며 중남미를 지배했던 핑크 타이드가 밀려나고 전반적으로 우파 정권이 득세하는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9일 현재 최근 1년여간 중남미에서 치러진 각국 선거를 종합하면 예측불허의 결과가 벌어졌다.

파나마에서 5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중도좌파 성향의 라우렌티노 코르티소 후보가 당선되며 중도우파 집권당을 몰아냈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89년 만에 우파에서 중도좌파로 정권 교체를 이뤄냈다. 반면 1월 취임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대선에서 득표율 55%로 당선되며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 집권 후 15년 만에 좌파에서 우파로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지난달 30일 베네수엘라에서는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니콜라스 마두로 좌파 정권을 축출하려고 군사 봉기를 시도하기도 했다. 2018년 취임한 칠레 대통령은 우파인 세바스티안 피녜라로, 당시 대선에서 좌파 후보에게 완승을 거뒀다. 오는 10월에는 아르헨티나·볼리비아·우루과이·도미니카공화국 대선이, 12월에는 아이티 대선이 예정돼 있다. 이들 국가의 정권 교체 여부에 따라 중남미 정치는 더 복잡다단해질 전망이다.

◇포퓰리즘의 약진 = 경제 위기로 불평등이 심화하면서 포퓰리즘 정치는 중남미에서 계속 화두가 되고 있다.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은 좌파와 우파를 가리지 않고 지난 정권이 주지 못한 보상을 약속하며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정계에서 아웃사이더로 불리는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극우 발언으로 지지자들을 집결시켰다. ‘브라질의 트럼프’를 자처하며 SNS를 통해 꾸준히 인지도를 높인 그는 여성을 비하하고 인종·동성애·난민·원주민을 차별하는 발언을 하는가 하면, 군사 독재 정권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난 독재를 찬성한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통해서는 국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투표를 통해서는 이 나라를 바꿀 수 없다. 내전을 통해서만 바꿀 수 있다” 등 수위 높은 발언을 이어갔다. 좌파 포퓰리스트로 분류되는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멕시코 퍼스트’ 구호를 앞세워 ‘멕시코의 좌파 트럼프’라고 불린다. 민족주의·대중주의적 성향의 정치를 지향하는 그는 대선 기간에 기득권 타파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정치인들의 급여를 절반으로 삭감하고, 대통령 전용기를 없애고, 대통령 관저를 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약속을 하며 폭넓은 지지를 이끌어 냈다.

◇부패 스캔들이 부른 기성 정치에 대한 환멸 = 정권의 성격이 선거 때마다 변화하는 배경에는 뿌리 깊은 정치 부패가 있다. 구조적이고 고질적인 권력 비리는 정치에 대한 환멸과 불신을 키웠다. 지난 2014년 라바 자투 작전이라는 이름의 부패 수사가 진행되던 중 ‘오데브레시 스캔들’이 세상에 드러났다. 브라질에 본사를 둔 건설 회사 오데브레시는 지난 2001년부터 공공건설 사업을 수주하는 대가로 중남미 9개국의 정치인과 관료들에게 4억6000만 달러(약 5230억 원)이상의 막대한 뇌물을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브라질에서는 룰라 전 대통령이 뇌물수수 혐의로 12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됐으며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은 국가 회계 조작 혐의로 탄핵당했다. ‘라틴아메리카의 케네디’로 불리며 페루에서 두 차례 대통령을 지낸 알란 가르시아 전 대통령은 오데브레시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기 전, 지난 4월 스스로 총기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지난해 3월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멕시코의 정치 분석가 데니세 드레세르는 “대선에서 부패 때문에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을 고발하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며 “오데브레시 스캔들이 중남미인들을 단결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염증이 커지며 강력한 법과 질서에 대한 요구가 들끓었고 야당 후보들은 과거와의 결별과 부패 척결을 내세우며 유권자들의 틈을 파고들었다.

◇중남미 통합 어려울 전망 = 중남미 국가들이 정치적 지향점을 달리하면서 현재 남미국가연합의 존립과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등을 통한 지역 통합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08년 5월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남미 정상회의 합의에 따라 창설된 남미국가연합은 미국의 영향력을 줄이고 궁극적으로 남미 통합을 지향한다는 목표를 제시하면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아르헨티나·브라질·칠레·콜롬비아·페루·파라과이 등 우파 정부가 들어선 6개국이 임시로 회원 자격을 중지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지난 3월 에콰도르까지 탈퇴하며 현재 회원국은 베네수엘라·볼리비아·우루과이·가이아나·수리남 5개국으로 줄었다. 남미국가연합이 사실상 와해 절차를 밟는 가운데 남미 우파 동맹인 ‘프로수르’(Prosur) 출범을 위한 움직임은 본격화하고 있다.

정유정 기자 utoor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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