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文정부 3년차, 코드인사 是正도 과제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국민은 먹고사는 문제로 하루하루 고통받고 있는데 정치권은 이미 내년 총선 준비에 들어간 모양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달 초 일찌감치 공천 규칙을 발표했고, 엊그제 청와대 행정관 7명이 총선 출마를 위해 사표를 냈다고 한다. 여당 입장에선 집권 3년 차 총선에서 승리해야 대통령의 개혁 의지를 뒷받침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 부지런히 총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번에 사퇴한 7명 중 6명은 출마 지역을 이미 정한 모양이다. 언론이 보도한 이들의 출마 예상지는 모두 야당 의원들이 현직인 지역구다.

국회는 입법 기능과 아울러 행정부 견제 기능을 해야 한다. 견제 기능은 야당뿐 아니라 여당에도 해당한다. 그런데 청와대 출신 총선 출마자들이 국회의원이 되려는 목적은 청와대 대신에 국회에서 대통령을 보좌하겠다는 것이다. 여당에 대한 대통령의 통제력이 더 강해지고 국회의 행정부 견제 기능이 약해질 것이란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정치의 구조적 문제가 대통령의 과도한 권력 집중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헌을 통해 분권형 대통령제가 제안되는 마당에 현실은 거꾸로 가는 게 아닌가 싶다. 국회마저 코드 인사가 적용돼선 안 된다.

코드 인사를 무작정 비난하는 건 아니다. 행정부를 책임지는 대통령이 국정철학을 같이하는 인물들을 주요 직책에 중용하는 건 당연하다. 문제는, 공직자 선택 기준으로 정치 이념을 절대시했을 때 생기는 회전문 인사와 개인의 능력과 소양의 부족이라는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회전문 인사는 ‘우리끼리’라는 배타적 시각에서 출발하며, 그 범주에 드는 인물에 대해선 평가 기준이 느슨해지게 된다. 그 결과 문재인 정부 2년 정책 콘퍼런스에서도 회전문 인사가 개선 사항으로 지적될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됐다.

문 대통령은 9일 TV 대담에서 인사 실패라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인사청문회가 야당의 정치 공세의 장으로 변질돼 좋은 후보자들이 탈락했다며 청문회 제도의 개선을 언급했다. 청와대의 인사 기준이 아니라, 청문회의 검증 방식을 탓했다. 후보자들이 자진 사퇴 방식으로 낙마하게 된 시점과 이유가 여론의 부정적 반향의 결과라는 점에서 그런 후보를 추천한 청와대의 인사 시스템 개선 필요성을 인정했어야 했다.

다른 한편으로, 코드 인사가 필요한 자리에 적용됐는지 짚어보면, 현 정부 역시 이전 정부들의 관행과 다를 바 없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대통령균형인사비서관이 공공기관 인사 문제와 관련해 기소됐다는 게 공직을 사적 목적을 위해 이용하려는 구태가 여전함을 보여준다. 현 정부에서도 친여 인물들을 공공기관의 상임감사로 임명한 낙하산 인사가 수없이 지적된다. 법조계의 전관예우만큼이나 뿌리 깊은 나쁜 관행이 시정(是正)되지 않고 있다. ‘적폐’에 이 같은 자기 식구 챙기기라는 관습이 포함돼야 한다. 적폐 청산을 기치로 내세운 현 정부에서 과거 정부들에서도 관행이었다는 변명 같지 않은 변명은 설득력이 전혀 없다.

대통령의 정치 행위는 상징성이 크다. 국민이 대통령의 국정 의지를 읽을 수 있는 정보는 대통령이 등용하는 인사다. 지금까지 보여준 문 정부의 인사 정책은 포용적이지 않다. 모든 국민을 돌보겠다는 포용국가의 원칙이 실천적 공감대를 얻으려면 공직자 등용에서도 포용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능력이 뛰어난 인물이라면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설득해서 기용하려는 적극적이고 개방된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