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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9년 05월 14일(火)
스포일러… 영화인 10인의 ‘3가지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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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적 반전을 담고 있어 ‘스포일러 주의보’가 발령됐던 영화 ‘어벤져스:엔드게임’ ‘식스센스’ ‘유주얼 서스펙트’ ‘올드보이’ ‘디 아더스’ ‘헬로우 고스트’(왼쪽 사진부터 시계 방향으로)
지난 한 달간 대한민국은 스포일러와의 일전을 치렀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져스:엔드게임’(엔드게임)의 결말을 모른 채 영화를 보려는 이들과 간지러운 입을 주체 못하는 관람객들 간의 대립이었다. 급기야 조 루소 감독은 지난 5일 “스포일러 금지가 6일에 해제된다”며 공식적으로 스포일러 해제 시기를 명시했다.

반전영화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식스센스’ 이후 기대작들은 스포일러와 싸워왔다. 하지만 개봉된 영화를 두고 관객에게 마냥 침묵을 요구하는 것도 온당치는 않다. 그래서 영화인 10인에게 물었다. “과연 언제부터 마음껏 얘기해도 되나요?”

‘강경파’ 홍보사
“극장 상영중엔 안돼”
“아직 안 본 이들에 대한 예의”


◇“극장 상영 종료 때까지 참아주세요!”

스포일러와의 전쟁 최일선에 위치한 홍보사나 투자배급사의 홍보팀 관계자들은 끝까지 비밀이 지켜지길 원한다. 여기서 ‘끝=극장 상영 종료’ 시점이다. 영화의 재미를 만끽하기 위해 극장을 찾는 이들의 재미를 뺏지는 말자는 의미다. 윤인호 CJ ENM 홍보팀장은 “극장 상영을 마칠 때까지 SNS 등 오픈된 공간에서 스포일러 행위를 자제하는 것은 서로에 대한 배려”라고 말했다. 조수빈 쇼박스 홍보팀장 역시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할 의향이 있는 분들이 대체적으로 봤다고 판단되는 2∼3주 사이”라고 비슷한 의견을 냈다. 요즘 인기 영화도 통상 2∼3주 정도 상영 후에는 스크린을 내주는 것을 고려할 때 영화 상영이 끝난 후를 적절하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이미 영화를 본 관객들에게 재갈을 물릴 순 없다. 그래서 현재 상영 중인 영화에 대한 글을 쓸 때는 미리 ‘스포일러’에 대한 공지를 넣어주자고 입을 모은다. 강동영 롯데엔터테인먼트 홍보팀장은 “상영 종료 후 VOD가 나올 때까지는 관련 리뷰나 기사 초반에 ‘스포일러가 있다’고 달아주는 것 좋을 것 같다”고 말했고, 강효미 홍보사 퍼스트룩 대표 역시 “극장 상영이 종료될 때까지 스포일러를 지키되, 스포일러가 담긴 글을 쓰게 된다면 ‘원치 않으면 읽지 말라’고 알려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중도파’ 제작사
“수익날때까진 자제”
“경제적 피해는 최소화하자”


◇“손익분기점 넘을 때까지 배려를!”

영화 상영 종료 시점을 알 수 없는데 마냥 “기다려달라”고 하는 것은 다소 욕심일 수 있다. 이에 영화를 직접 만드는 제작자들은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제작비를 회수하는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 때를 기점으로 삼자는 것이다. 스포일러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자는 입장인 셈이다. ‘범죄 도시’에 이어 ‘악인전’의 개봉을 앞두고 있는 장원석 BA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제작자 입장에서는 대자본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안전하게 손익분기점을 넘긴 후가 적당하다고 본다”며 “‘엔드게임’ 역시 충분히 수익이 날 만큼 많은 이가 본 뒤, 스포일러를 막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감독이 직접 이를 해제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시장’을 만든 JK필름의 길영민 대표 역시 “관객 100만 이상이 관람하면 스포일러를 현실적으로 막기 어렵고, 자연스럽게 퍼질 수밖에 없다”면서도 “300만∼400만 명 정도 관람해 손익분기점을 넘기면 ‘그 정도로 많은 이가 찾는 재미있는 영화’로 입증된 것이니 괜찮을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엔드게임’의 담당자는 어떤 생각일까? 한국 홍보를 담당했던 이채현 호호호비치 대표는 “‘엔드게임’은 마블의 차기작인 ‘스파이더맨:파프롬홈’의 예고편에 스포일러 내용이 담긴 이례적인 사례여서 비밀 유지가 더 중요했다”며 “손익분기점을 맞추거나 타 영화 관객들의 관람에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내용을 공개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온건파’ 감독들
“관심의 증거 아닌가”
“가이드라인 정할 수 없어”


◇“스포일러도 관심의 증거다!”

설문조사 대상 중 오히려 감독들은 스포일러에 대해 유연한 자세를 취했다. ‘사도’ ‘왕의 남자’ 등으로 유명한 이준익 감독은 “스포일러로 논란이 됐다는 것 자체가 이미 그 영화에 대한 화제성이 높다는 증거이니 좋은 일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스포일러는 시장 논리에 의해 자연 발생한 것인 만큼 일부러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소신을 밝혔다. ‘청년경찰’의 성공 후 올여름 신작 ‘사자’의 개봉을 앞두고 있는 김주환 감독 역시 “스포일러 자체가 관심의 표현이며, 관객들 입장에서는 영화에 대해 많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가 놀이”라며 “개봉 후 2주 정도면 영화의 생명이 끝나는 시장 상황에서 억지로 관객들의 입을 막으려는 것 자체가 강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종합해 보면 주요 내용이 공개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아무리 크다고 해도, 결론은 ‘스포일러는 막을 수 없다’이다. 이 같은 스포일러 때문에 영화스토리 자체가 바뀌기도 한다. ‘신과 함께’ 시리즈를 만든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는 “SNS가 발달된 세상에서 스포일러가 나오질 않길 바라도 뜻대로 안 된다”며 “결국 스포일러는 나올 수밖에 없다고 전제하기 때문에, 유출됐을 때 영화 흥행에 큰 영향을 미치는 반전은 시나리오 단계부터 배제하려 한다”고 밝혔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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