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홍길동軍’과 ‘타조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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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충신 정치부 부장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4·17 사격시험에서 ‘사변적 무기’라고 한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두고 군 당국은 대전차(對戰車) 무기란 분석을 내놓아 기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CNN이 미 정보당국 발표를 인용, 대전차 무기 부품을 시험한 것이란 평가를 참조한 듯하지만 한·미의 ‘깔아뭉개기’에 발끈한 김 위원장은 지난 4일 300㎜ 방사포 등과 함께 ‘신형 전술유도무기’ 2탄을 터뜨렸다. 5·4 실험 직후 합동참모본부는 ‘미사일’이라 발표했다가 40분 만에 ‘발사체’로 수정하는 불가사의한 행동으로 기자들을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급기야 김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2주년인 9일 사거리 420㎞, 270㎞ 미사일 발사를 강행했다. 신형 전술유도무기는 ‘2018 국방백서’에 ‘신형 고체연료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로 소개돼 군 당국이 실체를 모를 리 없다. 현존 최고 성능의 탄도미사일로, 미국의 ‘사드-패트리엇(PAC)’ 미사일방어(MD) 체계를 무력화한 러시아 ‘이스칸데르-M형’의 북한판이란 전문가들 분석에 군은 묵묵부답이다.

4·17 전술유도무기 시험 후 한 달이 다 돼 가지만 군은 “정밀 분석 중”이란 말만 되풀이한다. 미 국방부는 5·9 단거리 미사일을 ‘탄도미사일’로 규정했지만 우리는 “탄도인지 순항미사일인지 아직 분석 중이다”라고 한다. 그래서 요즘 한국군은 ‘분석군(軍)’으로 불린다. 군이 미군으로부터 북 미사일 관련 정보·감시·정찰(ISR) 내용을 제때 못 받는 정황도 드러났다. 5·9 미사일 발사 직후 합참은 발사 원점을 평북 신오리라고 발표했다가 다음 날 40여㎞ 떨어진 평북 구성으로 수정했다. 미군이 8일 오전 RC-135 계열 정찰기로 서울과 인천 상공을 비행한 뒤 신호정보 감청으로 미사일 발사 준비 징후를 포착, 9일 0시 해상초계기를 지상감시용 정찰기로 개조한 미 해군의 P-3C 범프로 경기와 강원 방향으로 심야 비행까지 했다. 그런데 느닷없이 ‘신오리’가 튀어나온 건 미군과 정보 교류가 안 됐다는 증거로 읽힌다.

미사일을 미사일, 탄도미사일을 탄도미사일이라 못 부르는 군을 두고 일각에서는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한 홍길동에 빗대 ‘홍길동군(軍)’이라고 부르고 있다. 요즘 국방부 간부들 사이에선 “홍길동군 맞는다”는 자조와 푸념 섞인 말들이 오간다고 한다. ‘군 수뇌부는 청와대 눈치 보고, 청와대는 북한 눈치 본다’고 해 눈치보기군(軍)으로도 불린다.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핵·미사일 도발의 질을 근본적으로 바꾼 ‘전략적 도발 위협’이다.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 대해 ‘오지랖 넓다’ ‘족제비도 낯짝이 있다’며 모욕적 언사를 한 데 이어 ‘평화는 힘에서 나온다’고 큰소리친 배경이다. 문재인 정부는 파탄 난 남북관계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김씨 세습 정권은 한반도에서 알파도그(우두머리 개)로 행세하려는 도발 DNA를 바꿀 의도가 전혀 없음이 입증됐다. 이 정부는 머리를 모래 속에 처박은 채 안보 현실을 무시하고 외면하려 드는 ‘타조’에 비유된다. ‘타조 정부’가 군을 영혼 없는 복지부동군(軍)으로 만들면 국민은 누굴 믿고 의지해야 하나. 상황 관리는 청와대 몫이다. 안보 제일선의 군마저 상황 관리의 정무적 판단으로 중심을 못 잡으면 북한의 오판 위험은 더 커진다.

cs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