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탓 수출 반등?…“효과 제한적”

원자재 수입할 땐 오히려 불리
기업들도 “그렇게 호재 아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달러 강세 현상이 나타나며 일각에선 우리 수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달라진 국내 산업구조, 글로벌 환경 등으로 인해 ‘환율효과’는 매우 제한적이라는 게 업체와 전문가들의 견해다.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14일 오전 약보합 상태다. 환율은 개장과 동시에 1190원을 찍어 전날에 이어 재차 연고점을 경신했다가 오전 10시 기준으로 1.70원 떨어진 1185.80원을 기록하고 있다.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며 환율이 1200원대로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선 이처럼 ‘갑작스러운’ 원화 약세 현상이 5개월째 역성장 중인 국내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기대를 내비치고 있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 당시에는 정부가 수출 진작을 위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등 원화 약세를 유도할 정도였다. 환율이 수출품목의 가격경쟁력에 절대적인 요소였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 자동차, 철강, 조선 등 다른 나라와 경합하는 수출품목은 단가 영향을 받기에 환율(원화 약세)은 수출기업들이 가장 신경 쓰는 요소였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지금은 환율 변동성 확대에 따른 수출 부양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수출 기업들은 환율이 오른 데 대해 “나쁜 상황은 아니지만 그렇게 호재도 아니다”는 반응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원화 약세가 수출에 호재이긴 하지만 단기현상이라면 효과는 제한적”이라며 “특히 중소부품업체들의 경우 해외에서 원자재를 수입해야 하는 만큼 원화 약세가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특히 기업들은 환율효과보다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글로벌 경기 하락이 수출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원화 약세가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정부도 수출 실적 회복이 급하긴 하지만 과거처럼 외환시장에 개입해 원화 약세를 유지할 수도 없다.

최남석 전북대 무역학과 교수는 “과거와 같이 환율로 수출 부진을 극복할 순 없는 시장 상황”이라며 “결국 수출 경쟁력은 기술고도화 등을 통한 차별화, 산업재편 등 근본적인 부분에서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민·김만용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