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패스트트랙이 의원 증원用 꼼수였음을 자백한 평화당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이 지난달 말 선거제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 등 3개 안건 관련법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지만 2주 만에 탈선하고 있다. 13일 평화당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유성엽 의원은 선거법에 대해 “현행대로라면 부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호남에서 7석의 지역구 축소가 불가피한 반쪽짜리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절대 반대한다”고 솔직하게 속내까지 털어놨다. 선거제도 개편안이 정치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에 기존 합의를 파기해야 한다는 의미로서, 현재 패스트트랙으로 상정된 법안들이 무리한 정치적 거래와 담합의 산물이었음을 자백한 것과 다름없다.

평화당의 이런 입장이 아니더라도 이미 의원 개인 차원에서는 의석수 증가가 공론화하고 있다. 정의당과 민주당에서도 그런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지난 3월 17일 패스트트랙 4당 합의에는 ‘전체 의석 300석 고정’을 약속했고, 국민도 그렇게 이해했다. 지난 4월 22일 4당 원내대표 합의문 제1조 1항도 3·17 합의에 미세 조정만 한다고 돼 있다.

이제 와서 의석 증원을 요구하는 것은 이런 과정을 지켜본 국민에 대한 기망(欺罔)이다. 패스트트랙이 원천적으로 무효가 됐음을 선언하는 일이기도 하다. 공수처 및 수사권과 관련해서도 정부 내에서 요지경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무관한 법안들의 주고받기식 짬짜미에다 패스트트랙 절차상의 여러 불법까지 감수해야 할 정도로 애당초부터 무리였다는 점에서, 예견된 일이다. 이제라도 폐기를 선언하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