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 52시간發 버스대란…후유증 더 키울 血稅 투입 안 된다

15일로 예고된 버스 파업을 무마하기 위해 ‘예상대로’ 정부와 여당은 국민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사태의 근원인 주52시간 근무제를 무리하게 밀어붙여 놓고는 후유증은 국민에게 돌리는 무능·무책임한 국정이 또 한 번 재연되는 것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3일 “대중교통 수단은 준공영제를 실시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잡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버스 준공영제를 실시하는 7개 광역자치단체는 지난해에만 서울 5402억 원 등 1조 원가량을 버스 회사에 지원했다. 전국으로 확대한다면, 월급 보전·인상과 추가 고용 비용 등으로 막대한 혈세(血稅)의 추가 투입이 불가피하다. 한국교통연구원 계산으론 최소 1조3433억 원인데, 그 규모는 매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준공영제는 버스 운행·차량·노무 관리는 민간 회사가 맡고, 적자를 지자체가 메워주는 방식이다. 버스 회사는 인건비·정비비·유류비 등을 합쳐 표준운송원가를 정하는데, 적정하게 산정됐는지, 지자체 지원금이 제대로 집행되는지부터 의문이다. 기업이 경영에 책임을 지지 않으니 서비스 경쟁도 뒷전일 수밖에 없다. 교통 환경·수요 변화에 따른 운송산업의 구조조정과 신규 업체 진입 등도 더 어려워진다. 노·사가 담합하면 공기업보다 더한 ‘신의 직장’도 될 수 있다. 지역민 복지 차원에서 지원이 불가피한 최소한의 교통 사각지대라면 모를까, 묻지마식으로 전방위 지원하는 것은 세금 낭비다. ‘준공영’이라는 미명으로 민간 영역을 왜곡하는 제도는 개선을 모색해야지 확대할 대상이 아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이날 관계 장관회의를 열어 일단 재정 지원은 어렵다는 원칙을 밝혔다. 버스 노선과 요금은 지자체 소관인 만큼 알아서 해결하라는 투다. 지난해 3월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노선버스가 특례업종에서 제외될 때 이런 사태가 예견됐음에도 사실상 아직도 무대책이다. 버스 요금 인상도 가계 지출을 늘리지만, 수요자 부담이라는 점에서 혈세를 직접 투입하는 것보다는 차악(次惡)의 대안이다. 그나마 수도권 지자체장의 이견으로 진척이 없다. 정부는 궁여지책으로 ‘일자리 함께하기 사업’을 끌어와 기사 임금을 보전하겠다고 했지만, 지원 규모는 기껏 54억 원이다. 궁지에 몰린 정부는 결국 요금을 약간 올리면서 재정을 퍼붓는 쪽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주52시간제 보완이란 근본책을 두고 손쉬운 편법을 택하면 후유증은 갈수록 더 커질 게 분명하다. 어떤 경우에도 무책임한 혈세 투입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