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편지 쓰기>무한한 사랑 준 할머니처럼 따뜻한 상담사 될겁니다

경남교육감賞 김수진

이 편지는 제 세상의 벗이자 스승이신 할머니께 바칩니다. 할머니, 안녕하세요. 저는 할머니의 강아지 수진이에요. 너무 오랜만에 편지를 써서 많이 놀라셨죠? 하하, 날도 많이 더워지고 요새 할머니께서 건강이 많이 나빠지셔서 걱정도 되고 해서 이렇게 글을 한번 적어 내려가 봅니다.

할머니, 혹시 기억나시나요? 2년 전 어버이날에 제가 할머니께 선물을 사드리려 했더니 할머니께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지요? 하지만 저는 처음으로 할머니께 사드리는 선물이라 뭐라도 제대로 사드리려 했지만 가진 돈이 별로 없어 장미 20송이와 집에서 가지고 나온 편지지에 감사하다는 짧은 글을 써서 할머니께 전달해드리니 “아이고, 돈도 없을 텐데 우리 강아지가 이런 걸 무얼 하러 사 왔노?”라고 하셨어요. 하지만 말과 다르게 10대 소녀처럼 우리 손주밖에 없다면서 해맑게 웃으시던 할머니의 모습이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어릴 때 어머니께 학대를 당하던 저를 할머니께서 데려오게 되었고 그 뒤로 할머니께선 그런 저에게 늘 미안하다며 그 누구보다도 잘 키우겠다고 하셨지요. 하지만 할머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저는 유치원에 입학하자마자 아이들의 놀림거리가 되어버렸어요. 늘 울며 돌아와 할머니 품에만 안겨 있으려 했지만 저를 먹여 살리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일을 해야 하셨던 할머니께선 늘 공장에 가시면 아주 늦은 시간에 귀가하셨지요.

할머니께선 제가 어릴 때부터 한글도 가르쳐주시고 구구단도 다 가르쳐주셨어요. 저는 모르는 것이 있으면 늘 할머니께 뛰어가 모든 것을 여쭐 정도로 할머니께선 지혜로우셨지요. 저는 중학교에 올라가고 고등학교에 올라간 후로도 늘 그러셨던 할머니를 오히려 이상하다고 밀어내려 했고 할머니께 정말 차갑고 나쁘게만 행동했던 것 같아요. 눈물이 잘 없으시던 할머니가 늘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어요. 그때 얼마나 힘이 드셨을지 생각하니 정말 눈물이 올라올 것만 같아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저 때문에 속을 얼마나 썩였을지 정말 사과를 백 번 해도 할머니의 속이 풀리실지 모르겠지만 정말 많이 죄송합니다.

사실 할머니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 시작했던 편지인데 죄송한 마음과 후회들이 올라와 글의 반을 다 사과만 적어 버렸네요. 할머니, 저는 할머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학교도 가지 않고 결국 복학까지 한 나쁜 손녀입니다. 하지만 할머니 덕분에 지금은 좋은 기숙사에 들어가게 되었고 중학교조차 졸업하기 힘들 것 같던 그때의 저는 벌써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네요. 할머니, 저는 이제 이곳에서 생활하며 친구도 많이 사귀게 되었고 성격도 다시 활발해졌어요. 선생님들께선 늘 노력하는 제가 예쁘다며 칭찬을 해주십니다. 할머니, 저는 이제 할머니께서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사랑받는 아이가 되어버렸어요. 할머니, 그래서 이제는 당당하게 약속 하나를 드리고 싶어요. 저는 할머니처럼 이 세상에 많은 이들의 상처를 치유해주는 청소년 여성 상담사가 되고 싶어요. 행동으로 보여 드리는 수진이가 꼭 되겠습니다.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