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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9년 05월 15일(水)
분산형 AI 시대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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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성열 경제산업부 부장

디지털 경제의 특징은 제조업의 서비스화다. 자동차의 예를 들자. 다임러벤츠, GM은 자동차란 ‘물건(goods)’을 잘 만들려 애쓰다가 이제 ‘이동(transportation)’ 서비스를 어떻게 잘 공급하나를 궁리하는 회사로 변하고 있다. 업(業)의 본질을 새롭게 정의하는 비즈니스 혁명이다. 소비자가 자동차로 달성하려는 가치는 다른 장소로 신속·편리하게 이동하는 것이다. 이동만 잘 이뤄진다면 내 차든 남의 차든 상관없다. 이동 서비스를 적정 가격에 공급하는 사업 모델이 생기면 소비자는 구매한다. 집에서 30분 거리의 식당으로 가고 싶다.

스마트폰을 꺼내 공공 자율주행차를 예약한다. 잠시 후 가장 가까이 있던 무인 자동차가 집 앞에 도착해 문자를 보낸다. 나가서 타면 목적지로 이동한다. 내리면 거리·시간 등 사용량만큼 계좌에서 요금이 인출된다. 보험이나 기름값 등 유지비도 필요 없다. 바깥에 넘쳐나는 ‘이동 서비스’를 원하는 만큼만 소비한다. 이게 클라우드 개념이다. 옛날에 집집이 있던 우물을 상수도로 공급받는 시스템을 생각하면 쉽다. 꼭지를 틀어 쓴 만큼 요금을 내면 우물보다 깨끗하고 안전한 물이 콸콸 쏟아진다. 에너지로 비유하면 집에 장작이나 석탄을 쌓아놓고 난방하던 방식이 발전소에서 공급하는 전기로 히터를 데우는 식으로 바뀌는 것이다. 그래서 디지털 경제에서 ‘as a Service’ 후렴구가 한동안 유행했다. Saas(Software as a Service), Paas(Platform as a Service), IaaS(Infrastructure as a Service)는 각각 소프트웨어, 플랫폼, 인프라스트럭처 클라우드다.

최근 인공지능(AI)에서도 클라우드 서비스가 나왔다. 바로 ‘AI as a Service(AIaaS)’이다. 데이터 분석을 주로 해온 미국 SAS는 AI 서비스를 앱처럼 소프트웨어 서비스로 소비자에게 제공한다. AI 앱을 깔고 자신에게 발생하는 데이터를 입력, 분석시키면 된다. SAS는 앱 이용료만 받고, 소비자는 AI 분석 데이터의 효용에 만족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일종의 AI 소매 서비스, AI 실핏줄 민주화 발상이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대세 기업의 AI 활용 방식과 전혀 다르게 접근한 도전자다. 그간 구글 등은 중앙에 AI를 딱 배치하고, 소비자에게 “데이터를 갖다 바쳐라. 그럼 내가 너희들에게 편리하게 가공한 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제공해주마”라고 호령했다. AI라는 중앙 사령탑, 브레인을 거대 기업이 독점하고 있으니 힘없는 소비자는 그저 처분만 바랍니다, 하는 심정으로 내 프라이버시 데이터를 넘겨준 뒤 잘 관리해주기만 기다렸다. 그런데 SAS는 분산 AI 서비스를 제공한다. AI를 절에 부처님 모시듯 묶어두지 않고, 필요한 곳이면 어디나 AI 부처님이 거리로 나가 민중에 포교를 하는 것이다. 원효의 정토종(淨土宗) 사상과 같다. 그를 불교의 대중화, 민주화 성자로 부른 이유는 높은 곳에 있던 부처를 저잣거리로 끌고 내려왔기 때문이다. SAS는 AI신(神)을 민중의 품 안에 안겨준 ‘AI 업계의 원효’쯤 될까. 원효의 또 다른 사상 중 하나는 화쟁(和爭)이다. 서로 대립하는 이론과 사상이 사실은 하나란 주장이다. 원융회통(圓融會通), 모든 것이 AI에 녹아드는 ‘AI 융합’ 시대에도 딱 맞는 사상일 것 같다.

nosr@
e-mail 노성열 기자 / 경제산업부 / 부장 노성열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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