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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업문화 혁신으로 글로벌 1등 굳힌다 게재 일자 : 2019년 05월 16일(木)
말하는 직원, 듣는 임원 ‘역 멘토링’ 정착… ‘상명하복 구조’ 허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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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그룹의 ‘역 멘토링 제도’에 참가한 이혁주(왼쪽부터) 롯데렌탈 사원과 주한종 사원, 이강산 상무가 지난 10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 카트체험장에서 카트를 타기 전에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 ⑥ 롯데그룹 소통문화 활성화

사원과 임원 격의없는 만남
41개 계열사 2300여명 참여
취미생활 공유 공감대 형성

휴게공간 개선에 100억 투입
집중근무제 도입 효율성 향상
사내벤처 장려 도전문화 확산


6번 카트가 빠르게 앞서 나가자 9번 카트가 그 뒤를 바짝 뒤쫓는다. 12번 카트는 맨 뒤에서 앞의 두 카트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속도를 올리고 있다. “라인을 이탈하면 안 됩니다. 왼쪽으로 들어오세요!” 레이싱에서 가장 중요한 코너 부분에 다다르자 6번 카트가 다급하게 후속 차들에 외친다. 경주용 자동차 기초 단계인 카트는 속력이 시속 30∼40㎞ 정도지만, 체감 속도는 2배 이상이어서 우습게 보면 안 된다. 경주용 자동차와 흡사한 만큼 코너링에서 인·아웃 라인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 “오늘은 저희가 멘토인 날이니 계산하겠습니다.”

입사 2년 차인 주한종 롯데렌탈 제2 영업부문 경기동부지점 사원과 3년 차인 이혁주 사원이 입사 23년 차인 이강산 제2 영업부문 부문장(상무)에게 지갑을 넣어두라고 만류했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있는 잠실 카트체험장. 이들 세 사람은 이날 롯데그룹의 기업 문화 프로그램인 ‘역 멘토링’을 체험하기 위해 카트장을 찾았다. 롯데그룹의 역 멘토링 제도는 세대 간 소통을 강화하고 문화적 가치관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2017년 도입해 계열사별로 운영 중인 롯데그룹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일반 사원이나 후배 사원이 회사 경영진, 직속상관, 선배 사원들에게 멘토, 간담회, 강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신세대의 사고와 새로운 가치관을 공유해주는 제도다. 경영진과 선배 사원은 젊은 직원들을 통해 새로운 생각을 접하고 이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고, 후배 직원들은 기성 문화에 함몰되지 않고 자신들의 존재감을 부각할 수 있다.

이번이 역 멘토링 제도 세 번째 참가라고 밝힌 이 상무는 “지난번에는 양궁 체험을 끝내고 저녁에 족발을 먹으면서 요즘 밀레니얼 세대들이 결혼과 경제적인 부분 등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기성세대로서 듣고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며 “역 멘토링 제도에 참여하면서 ‘듣기’의 중요성에 대해 배웠다”고 말했다. 멘토링이라는 것이 일반적으로 경험 많은 선배가 후배를 컨설팅해 주는 것이다 보니, 듣기보다는 주로 말하는 입장에 있던 이 상무로서는 신선한 경험이었다는 의미다.

이혁주 사원 역시 “이전에는 상무님에게 전화하는 것도 어려웠다”며 “서로 인생에 대해 토로하는 등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친밀해졌다”고 말했다. 주한종 사원은 “신입사원 때 멘토링을 많이 받았는데, 그때는 내가 듣고 배우는 입장이었다면 이제는 상무님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입장이 돼 보니 매우 새로웠다”며 “역 멘토링 활동이 끝나면 SNS를 통해 공유하며, 다른 사원들은 어떤 활동을 했는지 나눠보는 것도 소소한 재미”라고 말했다.

역 멘토링 제도는 롯데렌탈과 롯데마트, 롯데월드 등 41개 계열사에서 운영 중이다. 신입사원 1970명, CEO 및 임원 320명 등 2300여 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정기적으로 만나 가상현실(VR) 체험이나 뮤지엄 방문, 가죽공예 체험, 산행 등 취미생활을 공유하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 3월 13일, 부산롯데호텔. 부산 지역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롯데제과, 롯데푸드, 롯데면세점 등 6개 계열사 현장 직원 30명이 조를 나눠 10시간 이상 열띤 토의를 진행했다. 이들은 ‘해커톤’(Hackathon·팀을 이뤄 긴 시간 동안 시제품 단계의 결과물을 완성하는 대회) 방식을 통해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문화 조성과 관련해 가감 없이 이야기를 나눴다. ‘부서 이기주의 타파’ ‘도전정신을 고취하는 제도 마련’ ‘불필요한 회의 및 보고 축소’ ‘감정노동자 보호 대책 강화’ 등 현장에서 느끼는 고민과 해결책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은 이튿날 부산 롯데백화점 광복점에서 간담회를 갖고 이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개선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황 부회장은 “긍정적인 기업문화 조성의 목적은 결국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기 위함”이라며 “이를 위해 임직원 모두가 업에 대한 본질을 이해하고 기업의 지속발전 측면에서 현장의 문제점을 찾고 이를 해결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롯데그룹은 기업 문화 개선을 위해 다양한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일하는 문화 혁신과 관련해 직원들의 창의성 및 생산성 향상을 위해 총 100억 원가량을 투자해 95개소의 업무 공간과 휴게 공간을 개선했다. 또 계열사별로 업무 집중력이 높은 시간대를 선정해 근무에 매진토록 하는 ‘집중근무제’도 도입했다. 제도 도입 이후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3%가 집중근무제가 업무 효율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임직원 도전정신을 고취하고 신사업 발굴을 활성화하기 위해 사내벤처 제도를 도입해 4개의 사내벤처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사내벤처 창업에 실패해도 3년 이내 재입사가 가능한 ‘창업휴직제’를 도입하는 등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는 문화를 확산해 나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진행 중인 ‘ERRC 캠페인’을 통해 438개의 과제를 발굴해 98만 시간을 아끼고, 총 670억 원의 절감 효과를 봤다. ERRC 캠페인은 업무에서 ‘제거해야 할 요소(Eliminate)’와 ‘감축해야 할 요소(Reduce)’ ‘향상해야 할 요소(Raise)’ ‘새롭게 창조해야 할 요소(Create)’ 등 네 가지 요인을 발굴해 생산성을 높이자는 캠페인이다.

황 부회장은 “기업문화와 관련된 건의사항이나 애로사항을 언제든지 알려주면, 제안된 내용에 대해 최대한 빠르게 조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임직원들에게 약속했다.

임대환·송정은 기자 hwan9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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