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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글로벌 스타일 게재 일자 : 2019년 05월 16일(木)
유럽內 약탈 문화재, 과연 제 고향 찾아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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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8년 11월 프랑스 파리 케 브랑리 박물관에서 관람객이 19세기 아프리카 다호메이 왕국(현 베냉)의 유물을 지켜보고 있다. AP연합뉴스

‘반환’ 물꼬 텄지만 반발 여전

獨, 나미비아 유물 돌려주고
英, 나이지리아에 일부 반환
네덜란드에선 열띤 논의 중

노트르담 화재 뒤 인식 확산
“선진국도 관리 능력 못믿어”

벨기에 등 거부기류도 상당
“반환 아닌 장기임대로 충분”


나이지리아 베닌시티에 위치한 국립박물관의 전시실에는 비어 있는 전시대가 많다. 유물이 있어야 할 전시대에는 대신 약탈자의 사진이 걸려 있다. 유물을 해외로 반출했던 19~20세기 식민지 시대 백인 개척자들의 사진이다. 현지 큐레이터는 이들 문화재가 과거 이 지역에 존재했던 베닌 왕국 당시 제작됐지만 1897년 이 지역을 식민지화한 유럽인들에 의해 반출돼 영국 등지의 유럽 박물관에 전시돼 있음을 상기시켰다. 빨리 돌아와야 하고, 언젠가는 꼭 돌아온다는 큐레이터의 설명에는 흥분이 배어 있다.

16일 현재 영국 런던 내셔널박물관에선 과거 베닌시티를 떠나온 수많은 문화재가 바닥부터 천장 높이까지 쌓여 전시되고 있다. 전시회에는 ‘서구인들에 의해 이뤄진 베닌 왕국의 재발견’이란 타이틀이 붙었다. 소위 ‘베닌 브론즈’로 불리는 이들 작품은 독자 문자(文字)가 없던 베닌 왕국이 당시 발생한 중요 사건을 조각으로 기록해둔 중요한 사료적 가치를 지닌 유물이다.

이 같은 서양 각국의 식민지 약탈 문화재 정책에 최근 변화의 흐름이 나타났다. 한번 확보한 세계사적 유물을 돌려주지 않을 듯하던 기류가 달라지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 13일 예술전문매체 아트시,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 등은 과거 식민지 시대의 열강 국가들이 보유하고 있는 외국 문화재를 반환하는 사례가 계속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2월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린덴박물관은 1890년대 나미비아 원주민 지도자였던 헨드릭 위트부이의 책과 유물 등을 나미비아에 돌려줬다. 영국 또한 베닌 브론즈 일부를 나이지리아에 반환했다. 3월에는 노르웨이가 칠레와 이스터섬에서 가져간 유물을 반환하는 데 합의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네덜란드국립박물관 또한 인도네시아와 스리랑카, 가나 등에서 가져간 문화재 반환 문제로 뜨거운 논의를 벌이고 있다.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이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미국과 이탈리아로부터 돌려받은 밀반출 문화재가 1157점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이는 홍콩 반환 이듬해였던 지난 1998년 영국으로부터 약 3000점의 밀반출 문화재를 돌려받은 후 가장 큰 규모다.

▲  프랑스 파리 케 브랑리 박물관이 소장한 다호메이 왕국 게조 왕의 왕좌. AP연합뉴스

유럽 박물관들이 이 같은 움직임을 보이게 된 데는 지난해 11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게 보고된 프랑스 정부의 ‘문화부 보고서’가 큰 영향을 미쳤다. 당시 보고서는 “프랑스가 해당 국가의 동의 없이, 특히 식민통치 기간 획득한 문화재를 갖고 있다면 영구 반환하도록 관련 법안을 개정하라”는 의견을 전문가 보고서에 밝혔다. 이에 마크롱 대통령은 세네갈, 나이지리아, 베냉 등 그동안 문화재 반환을 요청해온 아프리카 국가를 대상으로 상징적인 유물부터라도 먼저 돌려줌으로써 진정성을 보이자고 제안했다. 실제 프랑스는 이후 20여 점의 문화재를 베냉으로 보냈다. 위르겐 지르머 함부르크대 학예사는 “과거와 달리 문화재 유입의 정당성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후 지난 4월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이 갑작스러운 화재로 지붕이 소실되면서 흐름은 보다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기존에 문화재 보유국들의 ‘개발도상국은 소장품에 대한 보존과 관리를 제대로 할 수 없다’던 주장이 ‘선진국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탓이다. 유럽 미술관에서도 문화재가 도난·훼손되는 사건이 끊이지 않는 반면, 개발도상국은 베닌시티박물관처럼 유물을 보존, 전시할 만한 시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한국에서도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를 시작으로 ‘조선왕실의궤’ 등 프랑스가 가져간 국내 문화재의 반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렇다고 당장 문화재를 돌려받을 수 있는 정도까지는 아니다. 영구적 반환이 아닌 장기 임대 형식을 고수하는 등 반환 방식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또 개발도상국들의 문화재 관리 능력을 의심하며 문화재 반환에 미온적인 움직임도 존재한다. 유럽의 반출 문화재가 주인을 실제로 찾아가기까지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를 일이다.

벨기에 브뤼셀의 테뷰런아프리카박물관은 “아프리카 국가에는 소장품을 제대로 보관할 만한 인프라 구조가 없다”며 “반환이 꼭 정답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20여 만 점의 아프리카 유물을 소장한 이 박물관 관계자는 “소장품 하나하나의 정확한 입수 경로를 밝혀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제러미 라이트 영국 문화부 장관은 “문화재를 돌려보내는 데 대해선 찬성하지만 대부분 문화재 반환은 상호 교류 혹은 장기 임대 형식으로만 가능할 것”이라고 완전 반환에 반대 의견을 냈다. 하트윅 피셔 런던 문화재관리국장은 “프랑스가 발표한 보고서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상당수 영국 내 큐레이터는 “어중간한 정치적 수사를 배제하고 분명하게 ‘반환하지 않겠다’고 말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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