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9.7.21 일요일
전광판
Hot Click
방송·연예
[문화] 주철환의 음악동네 게재 일자 : 2019년 05월 16일(木)
순간은 위태롭다… ‘최고의 1인’보다는 ‘최후의 1인’ 돼라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송가인 ‘무명배우’

분위기 띄우려니 트로트가 빠질 수 없다. ‘옛날의 나를 말한다면/ 나도 한때는 잘나갔다/ 그게 너였다/ 아니 그게 나였다/ 한때의 나를 장담마라/ 가진 것 없어도/ 시시한 건 죽기보다 싫었다’(전승희 ‘한방의 부르스’ 중). 노래방에서도, 사은회에서도 질문은 가려서 하는 게 안전하다. 오랜만에 마주한 제자에게 “요즘 어디 다니느냐”고 대뜸 묻는다면 다음번 스승의 날을 기약할 수 없다. 한때 잘나가던 스타를 우연히 만나서 “요즘은 어디에 나와”라고 묻는 거랑 비슷하다. 굳이 센스 부재를 공인받을 필요까지 있나. 시시한 배우는 있어도 시시한 배역은 없다는 건 시상식에서 주고받는 덕담일 뿐이다.

음악동네엔 물에 관한 비유가 많다. ‘물 좀 주소/ 물 좀 주소/ 목 마르요/ 물 좀 주소’(한대수 ‘물 좀 주소’ 중). 이 젊은이는 무엇에 목말랐을까. 숨죽이고 들어보면 노래에 곧바로 답이 나온다. ‘물은 사랑이요’, 그렇다. 사랑을 받기 시작하면 물이 오른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물을 먹기 시작하고 사랑도 차츰 물 건너간다. 그리고 서서히 잊혀간다. 체육동네인들 다르랴. 물 만난 선수는 사랑을 한몸에 받지만 물 흐리는 선수는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한다. 물 좋은 데만 찾아다니다가 결국은 입장을 거부당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고맙기도 하고 무섭기도 한 게 물이다. 때로는 생명수였다가 어느 땐 폭포수였다가 마침내 홍수로 변하기 때문이다.

자연이 건네는 물도 있지만 마음이 우려낸 물도 있다. ‘눈물로 쓴 편지는 읽을 수가 없어요/ 눈물은 보이지 않으니까요’(김세화 ‘눈물로 쓴 편지’ 중). 그 편지를 버릴 수 없는 까닭도 노래에 담겨 있다. ‘눈물은 내 마음 같으니까요’. 부치지 못한 편지가 세상에 얼마나 많겠는가. 하루아침에 떴다지만 말이 하루아침이지 어제의 무명이 자고 일어나 바로 유명해지는 일은 없다. ‘그 누가 그 이름을 무명초라 했나요/ (중략) 지는 꽃도 한 떨기 꽃이기에/ 웃으며 너는 가느냐’(김지애 ‘무명초’ 중). 산자락엔 유명초도 있고 무명초도 있다.

사실 무명가수란 되는 일이 없는 가수지, 하는 일이 없는 가수가 아니다. 그들은 누구보다 부지런히 뛴다. ‘뛰고 뛰고 뛰는 몸이라 괴로웁지만/ 힘겨운 나의 인생’(송대관 ‘해 뜰 날’ 중)에 구름은 쉽게 걷히지 않는다.

‘아름다웠던 추억/ 기억 모두 다 영원히/ 한 방울 또 한 방울 눈물이 흘러내리죠’(송가인 ‘무명배우’ 중). 올봄엔 기뻐서 흘린 눈물이 홍수였지만 ‘노래해서 한 달 공과금 낼 돈이라도 벌면 행복하겠다’ 싶었던 게 엊그제다. ‘5월 말 계약만기인데 집주인이 천천히 나가도 된다’고 했단다.

▲  주철환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노래채집가
사람들은 왜 유명한 사람에게 호의적일까. 이름이 있고 없고가 삶을 얼마나 좌지우지할까. 짐 크로치의 ‘난 이름이 있어요’(I got a name)라는 노래엔 ‘사람들이 마음을 바꿀 순 있지만 나를 바꿀 순 없다’(They can change their minds but they can’t change me)라는 가사가 나온다. “살면서 힘든 적도 많았지만 더 힘든 사람들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노래를 해요.” 송가인(사진)의 인터뷰 중 동갑내기(1986년생) 가수 보아 관련 질문이 유독 눈길을 끈다. 동갑은 친구이자 경쟁자다. 끝없이 비교당하며 산다. 동방신기 출신 박유천도 동갑이다. 과연 가수들에게도 팔자라는 게 있을까.

‘산전수전(山戰水戰)’은 산에서도 싸우고 물에서도 싸운다는 뜻이지 결코 산과 싸우고 물과 싸운다는 뜻이 아니다. 자연은 그래서 스승과 같다. 스승의 날엔 자연에도 감사를 표하는 게 당연하다.

산전수전 다 치르고 이제는 무대가 산이 되고 바다가 된 가수가 우리에게 일러주는 교훈이 있다.

‘노을이 진다고 슬퍼 마시게/ 그래야 또 다른 내일이 온다네/ 자네는 아는가/ 진정 아는가/ 팔자는 뒤집어도 팔자인 것을’(나훈아 ‘자네’ 중). 최고, 최상을 꿈꾸는가. 자리는 위험하고 순간은 위태로우니 최고의 1인보다는 최후의 1인이 돼라.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노래채집가
[ 많이 본 기사 ]
▶ 강지환·조재현·고현정… 물의 후 중도하차, 이미지 치명타
▶ 홍콩 유명배우 런다화, 행사도중 칼에 찔려…
▶ ‘노브라’ 논란… “보기 불편” vs “왜 여성만”
▶ 홍수 피해 가정집 들어간 호랑이…침대에서 ‘꿀잠’
▶ 사람 몸에 고양이 털·꼬리만 CG로…영화 ‘캣츠’에 혹평 세..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한 순간의 실수로 공든 탑이 무너지게 마련이다. 특히 연예인은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만큼, 한 번 이미지 타격을 입으면 되돌리기 쉽..
mark쿠팡·다이소 “일본 기업 이라뇨… 한국 기업입니다”
mark日 고노 ‘무례’ 발언에 외무성 간부도 놀라
‘노브라’ 논란… “보기 불편” vs “왜 여성만”
中에 팔려간 여성, SNS 덕에 24년 만에 가족과 상..
카톡서 성적 욕구 대상 사진 전송··· “모욕죄 해당”
line
special news 홍콩 유명배우 런다화, 행사도중 칼에 찔려…
한국 영화 ‘도둑들’에 출연했던 홍콩의 누아르 스타 런다화(任達華·임달화)가 중국에서 행사 도중 칼에 찔..

line
경북 상주서 3.9 지진…“피해 없겠지만 느낀 사람 ..
은행 예·적금 이자 1%대 시대 다시 온다
“고유정 사건, 펜션업주 반발에 현장보존 미흡”
photo_news
김수지 銅·우하람 4위…역대 최고 성적 올린 한..
photo_news
불매운동 영화계로도 확산…일본 애니메이션..
line
[북리뷰]
illust
민주화 후광 업고 기득권 차지… 세대전쟁 뇌관 ‘386’
[인터넷 유머]
mark여자가 말이 많은 이유 mark욕쟁이 초등학생
topnew_title
number 전자발찌 찬 채로 여자친구의 친구를 성추행..
58타 합작 고진영·이민지, 준우승…수완나뿌..
라우리, 디오픈 3R서 4타 차 선두…켑카는 ..
일본여행 수요 급전직하…예약 ‘반토막’·취소..
김민휘, 바바솔 챔피언십 3R 이글 잡고 공동..
hot_photo
홍수 피해 가정집 들어간 호랑이..
hot_photo
배정남 부친상, 장례식장 알리지..
hot_photo
사람 몸에 고양이 털·꼬리만 CG..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