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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게재 일자 : 2019년 05월 16일(木)
“내가 당할 수 있었다”… ‘강남역 살인 3주기’ 여전한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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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악범죄 여성 피해자, 남성의 10배
‘버닝썬 사태’에 몰카범죄 두려움 확산
경찰청·여성가족부, 여성 불안환경 개선·안전망 구축 작업
“일부의 문제로 여기는 인식이 한계…구조적 문제로 함께 고민해야”


“아직도 지하철 같은 곳의 공중화장실을 사용할 때 불안해요. 가능하면 들르고 싶지 않아요. 집안에서만 생활할 수 없고 밖에 나가 있는 시간도 꽤 되는데 이런 거 일일이 신경 쓰고 다니는 게 스트레스예요.” (31세 여성 양모씨)

“운이 좋아 살아남았다는 구호가 틀린 얘기 같지 않게 느껴져요. 지금이랑 그때랑 크게 다른 것도 없는 것 같아요. 밝고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인데도 걸어 다니기가 무서워요. 모든 남자가 다 그런 것은 아닌데 경계하게 되고, 애꿎은 사람들을 의심하게 되는 것만 같은 느낌도 들어요.” (29세 여성 허모씨)

서울 강남역 인근 노래방 화장실에서 한 여성이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게 살해당한 강남역 살인사건이 17일로 3주기를 맞는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한국사회에 만연해 있던 여성 대상 폭력과 혐오 문제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도 여성을 향한 폭력은 여전하고, 그에 따른 불안은 계속된다고 여성들은 입을 모은다.

지난해 통계청 사회조사를 보면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불안 요인으로 남성들은 ‘국가 안보’(20.9%)를 꼽은 데 반해 여성은 ‘범죄 발생’(26.1%)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범죄 발생’을 불안 요인으로 답한 남성은 15.0%에 그쳤다.

그보다 앞서 나온 통계청의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전반적인 사회 안전 수준에 대해 응답 여성의 50.9%가 ‘불안’하다고 밝혔다. 특히 ‘범죄 발생’에 불안감을 표출한 여성 비율은 73.3%에 달했다. 남성의 응답률은 각각 40.1%, 60.6%로 여성보다 10%포인트가량 낮았다.

여성들의 불안감은 이후에도 나아지지 않았다.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7년 여성을 상대로 한 살인, 강도, 방화, 성폭력 등 흉악 강력범죄는 3만490건으로 1년 전보다 10.7% 증가했다.

이같은 강력범죄로만 한정해 보면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는 남성 대상 범죄보다 10배나 많다. 2017년의 경우 남성이 피해자인 흉악범죄는 3천447건이었다.

회사원 김모(29)씨는 16일 “(강남역 살인사건과) 비슷한 일이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밤시간 약속장소에서 화장실을 갈 때면 나도 모르게 경계하게 된다”며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 저항할 수 있을까 두렵고 무기력하기도 하다”고 토로했다.

최근에는 연예인들의 불법 촬영물이 공유된 단체 대화방이 문제가 되면서 여성들 사이에서 디지털 성범죄 불안까지 가중하는 모습이다. 가수 승리 등 유명 연예인들이 연루된 클럽 ‘버닝썬’사건은 마약을 이용한 성폭행, 불법 촬영과 유포 등 여성 대상 범죄를 ‘총망라’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김모(35)씨는 “연예인들마저 도덕의식 없이 몰카를 찍고 공유하는 것을 보며 공포가 확산한 것 같다”며 “몰카는 여성들이 피하거나 조심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사회가 나서 단속하고 처벌해 없애야 할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나영 중앙대 교수는 “그동안 이름 붙여지지 않았던 여성들의 불편한 경험들이 강남역 살인사건을 계기로 문제화됐고 일부는 범죄화됐다”면서도 “여전히 일부 여성들과 가해자 남성들만의 문제라는 의식이 존재하는 것은 한계”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남성들을 모두 가해자로 여기는 것은 여성에 대한 폭력을 사회 구조적 차원으로 문제화하기보다는 감정에 의한 단순한 분노 표출로 해석될 수 있어 경계해야 한다”며 “일상에서 여성과 비슷한 문제를 고민하는 남성들이 적지 않은 만큼 우리 사회가 더 나아질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관계기관도 강남역 살인사건 3주기를 맞아 범죄 위험환경 점검과 단속 등에 주력하고 있다.

경찰청은 강남역 살인사건 3주기를 맞아 지난 13일부터 한 달간 여성 불안환경 점검 및 개선에 나섰다.

경찰은 심야시간대 귀가하는 여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범죄 취약 공간 2천875곳을 여성안심 귀갓길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각 경찰서 범죄예방진단팀(CPO)은 귀갓길 조도와 폐쇄회로(CC)TV 설치 여부 등을 조사한 뒤 지방자치단체와 협업을 통해 취약 요소 환경개선에 나선다. 범죄 취약지점 개선을 위해 자체 예산 4억8천만원도 투입할 방침이다.

‘섬마을 성폭행’과 같은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해 교사나 보건인력 등 여성 혼자 근무하는 도서지역에 주민 신고요원을 지정하는 등 안전망 구축 작업도 벌이고 있다.

여성가족부도 지역 관할 경찰관서 등과 협업해 지난달부터 이달 말까지 60일간 각종 불법 영상 촬영물 유포와 불법정보 유통을 집중 단속을 펴고 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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