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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파워인터뷰 게재 일자 : 2019년 05월 17일(金)
“美중심 경제사슬 위협하는 中… 美는 ‘지금 길들이자’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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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14일 서울 이화여대 교정에서 “최근 미국에선 2000년 이후 대중국 정책을 잘못 수행해 왔다는 반성의 기운이 넘치고 있다”며 “지금 고관세 등 강력한 조치를 통해 중국을 길들이지 않으면 인류 역사상 재앙이 닥칠 수 있다는 인식이 미국 조야에 급격히 퍼지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美의 최종 조립지 역할하던 中
‘제조 2025’로 美 패권에 도전
자체적‘가치사슬’만들기 나서

시장개방 등 스몰딜 원하는 中
트럼프 이후까지 협상 끌 생각
中경제가 얼마나 버틸지 의문

무역분쟁, 일단 봉합되더라도
美·中경제 ‘디커플링’계속될것
‘세계 경제사슬’둘로 나뉠 수도


14일 오후 서울 이화여대 국제교육관 9층에 있는 최병일(61)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연구실을 찾았다. 어느 시구절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이 연상되는 무더운 날, 약속 시간보다 10분 정도 먼저 갔는데 최 교수는 인터뷰 준비를 위해서인지 열심히 청소하고 있었다. 연구실은 매우 비좁았다. 아니 정확히 이야기하면 연구실 규모에 비해 책, 인쇄물 등 자료가 너무 많았다. 동행한 사진기자가 사진을 촬영하는 데 애를 먹을 정도였다. 그의 공부 습벽이 직감됐다. 아무래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미·중 무역전쟁’에 대해 먼저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고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국제무역과 관련된 자신의 지혜와 지식을 줄줄 쏟아냈다. 다양한 부문을 질문했지만 복기해 보면 모든 질문은 ‘미국과 중국 두 나라 가운데 누가 이길 것 같으냐, 그리고 한국은 어떠한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하나’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귀결된 듯싶다. KTX처럼 빠르고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최 교수의 논리와 주장을 3시간 정도 집중해서 따라가기란 쉽지 않았다. 최근 글로벌 이슈의 핵심인 미·중 관계의 현재와 미래를 그는 천착하고 있었다.

최병일 교수는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 무역 분야 최고 경제학자이며 최근에는 ‘미·중전쟁의 승자, 누가 세계를 지배할 것인가 - 미국편’을 출간하기도 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왜 발생했으며 어떻게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를 다뤘다. 인터뷰를 위해 자리에 앉자마자 책부터 따져 물었다. 최 교수는 “언론 인터뷰를 많이 했지만 내가 쓴 책을 펴 놓고 줄 쳐가면서 인터뷰하기는 처음”이라며 웃었다.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표방하며 중국 길들이기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성공할 수 있을까, 아니면 중국의 영광을 21세기에 되살리겠다는 중궈멍(中國夢)을 꿈꾸고 있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의 세찬 공세를 버텨낼 수 있을까. 최 교수는 이러한 까다로운 질문에 자신이 갖고 있는 경륜과 지식을 총동원, 명료하게 답했다. 최 교수의 견해가 전적으로 맞는다고는 할 순 없지만 그의 혜안이 오롯했다.

―미·중 무역협상이 결렬됐다. 향후 미·중 무역전쟁 시나리오는.

“두 가지 시나리오가 있을 수 있다. 하나는 일단 봉합되는 시나리오다. 이는 두 나라의 경제 상황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중국이 원하는 것은 스몰딜이다. 반면 미국이 원하는 것은 빅딜이다. 따라서 협상이 타결된다고 하면 스몰딜과 빅딜 사이에서다. 여기서 스몰딜이라고 하면 지식재산권 보호와 시장 개방으로 중국은 협상 과정에서 미국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 자신들도 지켜야 할 지식재산권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입장 선회가 이뤄진 것이다. 빅딜은 여기에 국유기업 지원과 사이버 보안 문제 해결을 추가하는 것을 말한다. 불법 보조금이 얼마인지 밝히고 협상할 수 있느냐다. 중국은 이에 대해 완강히 저항했고 결국 지난주 미·중 무역협상이 결렬됐다. 하지만 관세 부과로 경제가 타격을 입게 되면 트럼프 정부나 중국 정부는 타협하는 쪽으로 무게를 둘 가능성이 있고 표면적으로 봉합될 수도 있다고 본다.”

―어느 정도 수준의 봉합을 의미하는가.

“미·중 무역전쟁의 본질은 패권 경쟁이다. 미국에는 지금 아니면 중국을 길들일 수 없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깔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무역전쟁에 나서게 된 것은 이러한 중국에 대한 반감에 바탕을 둔 것이다. 따라서 두 국가 간 무역 관련 분쟁이 봉합되더라도 미국 정부는 여론 압박에 의해 추가로 중국에 보다 많은 것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끝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끝난 게 아니다. 중국 입장에선 또 트럼프 대통령과는 말이 안 통하니 차기 대통령과 협상을 진행하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 경제가 과연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어느 국가 경제가 더 타격을 입는지에 따라 협상 지점이 정해질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봉합될 여지는 있지만 두 국가 간 갈등은 장기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가령 기술 문제는 무역협상으로 해결할 수 없지 않은가.”

―또 다른 시나리오라면 미·중 무역전쟁이 지금과 같은 형태로 계속된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미국은 현재 중국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 경제와 맞물려 있는 중국 경제를 뽑아내려 하고 있는 것이다. 둘이 서로 다른 시스템이지만 마치 톱니바퀴처럼 얽혀 있어서 맞물려 돌아갔는데 이에 종지부를 찍으려 하는 것이다. 글로벌 가치사슬(밸류 체인)에서 중국은 최종 조립지, 한국이나 일본은 핵심 부품이나 재료, 미국은 시장을 담당했다. 미국은 중국이 이러한 글로벌 가치사슬에 편입돼 연동하게 되면 자본주의 국가로 변모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사회주의의 붉은 기운이 상당 부문 빠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를 연성 권위주의라고 한다. 싱가포르를 연상하면 되겠다. 하지만 중국은 최근 최종 조립지로 남지 않겠다, 국가적 차원에서 ‘중국제조 2025’ 전략을 통해 반도체, 인공지능(AI), 전기차 등 미래 첨단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역전쟁이 계속되면 지금의 글로벌 가치사슬은 붕괴된다. 미국은 중국을 배제한 채 자신과 함께할 수 있는 국가 위주로 미국 중심의 가치사슬을 만들고자 한다. 중국도 남미,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그리고 유럽 몇몇 국가와 중국 중심 가치사슬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두 개로 쪼개질 가능성 있다고 본다.”

―이번 미·중 무역전쟁을 통해 중국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면이 있다.

“미·중 무역전쟁의 소득이라고 해야 하나. 미국 기업, 더 나아가 우리 기업을 포함한 서방 기업들은 중국의 실체와 중국 진출의 위험성에 대해 확실히 알게 됐다. 방대하고 매력적인 시장인 것은 맞지만 위험 회피(리스크 헤지) 없이 덤벼들었다가는 큰코다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정상 기업 같으면 중국에서 서서히 발을 빼야 한다, 투자하더라도 조심스럽게 빠져나올 구멍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겠나. 실제로 많은 서방 기업이 중국 탈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최 교수 말대로라면 미·중 무역협상 타결 소식이 들리더라도 그 의미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과거로 돌아갈 순 없다는 얘기다. 조기에 봉합되든, 장기전으로 가든 간에 미국과 중국 간 디커플링은 계속 진행될 것이며 전 세계 국가는 미국 중심의 가치사슬, 중국 중심의 가치사슬 등을 선택한 뒤 편입해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사실 최 교수의 이러한 주장은 셰일 혁명을 통해 에너지 자급자족 체계를 완성한 미국은 번거롭고 비용이 많이 드는 세계 경찰관 노릇에서 벗어나 자국에 충성스러운 국가들과 함께 새로운 시스템을 구성할 것이라는 미국의 지정학 전략가 피터 자이한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최 교수는 최근 출간한 저서에서 기가 막힌 비유를 들었다. 미국은 이제 와서 중국의 고속도로 진입을 후회하고 있다.(2001년 국제무역기구(WTO) 가입을 용인한 것을 말한다) 15년에 걸친 중국과의 가입 협상을 통해 과속 운전, 반칙 운전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까지 받아냈다. 하지만 과속과 반칙을 적발해야 하는 경찰력은 무능하고 과태료는 터무니없이 싸고 범칙금 고지서를 발부해도 중국은 ‘당신들도 예전에 반칙했는데 왜 나만 못 살게 구느냐’고 항변하면서 납부를 거부한다는 것이 미국의 생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속도로에 더 많은 경찰과 순찰차를 투입하는 것으로는 중국의 난폭 주행을 막을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중국을 고속도로에서 끌어내릴 수도 없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고속도로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그와 생각을 같이하는 국가들에만 진입을 허용하는 새로운 길을 만들려고 한다. 중국을 세계 통상 체제에서 고립시키는 것이 목표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중립은 가능할까.

“중립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뭘 모르고 하는 소리다. 중립이 성립할 수 있는 전제 조건이 있다. 스위스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세중립국으로 존재할 수 있었는데, 왜 오스트리아는 중립국이 될 수 없었는가. 중립을 지키려면 주변 국가들이 우리를 흔들 의도가 없을 때나 가능한 것이다. 독일 입장에서 스위스는 건들 필요가 없었지만 오스트리아는 지정학적으로 중립으로 내버려 둘 수가 없었다. 그런데 우리는 미국이나 중국 입장에서 지정학적으로 너무 중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중립이 가능하겠나. 미국에선 한국에 대해 중국에 경도돼 있다고 늘 의심해 왔고 실제로 그러한 면이 있었다. 문재인 정부 등장 이후가 아니라 보수 정부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중국 전승절 70주년 기념식에 서방 국가 가운데에선 유일하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참석한 것은 이를 확실히 보여준다. 이명박 정부 시절 때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들어가지 않은 것도 중국을 의식한 면이 다분하다. 당시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더 시급하다는 것이 TPP 미가입의 주된 이유였는데 그다지 설득력이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이 한국을 중시하는 것 같지도 않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중국 경사(傾斜) 경향은 더욱 커진 것 같다. 미국 등에선 한국이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궤도 안에 들어가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북한 핵 문제 때문에 미국과의 공조를 강조하고 있긴 하지만 문 대통령이 중국에 갔을 때 한 연설 ‘중국은 높은 산봉우리 같은 나라이며 한국은 작은 나라지만 중궈멍을 함께하겠다’며 바짝 엎드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고 중국이 한국을 자신의 편으로 생각하고 있나. 결코 그렇지 않다. 중국에선 진짜 우리 편이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을 갖고 있다. 양쪽에서 의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사드 문제 역시 아쉽다. 어차피 충돌이 불가피하다면 우리 내부의 안보 문제이기 때문에 내정 간섭하지 말라고 했으면 한 번 맞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함으로써 중국에 한국은 언제든지 윽박지르면 굴복시킬 수 있다는 그릇된 신호를 준 것이 사실이다.”

―미국과의 관계도 매끄럽지는 않은 것 같다.

“지난해 초 철강 관세를 부과할 때 일이다. 미국 상무부는 백악관에 두 가지 안을 올렸다. 하나는 미국 안보를 위협한다는 명분하에 동맹국이건 적성국이건 상관없이 대미 철강 수출국 전체에 일률적으로 25% 관세를 부과하는 안이었다. 또 다른 하나는 죄질이 안 좋은 국가 위주로 관세를 부과하는 안인데 문제는 후자에 한국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이 최대 철강 생산국인데 잉여 생산이 너무 많다고 판단했다. 정상적인 기업이라면 수익에 민감하기 때문에 생산량을 조절하는데 정부 지원을 받는 중국 기업들은 손해를 감수하며 꾸준히 생산량을 유지했다. 이 중 일부가 한국에 들어와 한국산으로 둔갑된 뒤 미국에 수출됐는데 미국은 이를 문제 삼은 것이다. 미국은 한국을 동맹국으로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베이징(北京) 궤도에 있는 국가라고 생각하는 거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는 그런 생각이 더 크지 않겠나. 양쪽에서 의심받고 있는데 중립이 과연 가능할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안미경중(安美經中)’이라는 말이 한동안 유행했다. 미국과는 안보 면에서 협력하고 중국과는 경제적인 교류를 중시한다는 의미다. 문재인 정부의 ‘안보 따로, 통상 따로’ 대처 방안 역시 이러한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최근 글로벌 질서 흐름 변화에 비춰 보면 허황되고 효과적이지 않다. 우리 편한 대로 생각했던 것에 불과했다.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불신과 의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안미경중 개념의 한계를 분명히 드러내는 것이다.

최 교수는 “현재 확실한 1등인 미국 쪽에 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글로벌 가치사슬이 둘로 쪼개지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한쪽을 선택해야 한다면 당연히 미국이다”고 밝혔다. 그는 “물론 중국 시장은 현재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며 “하지만 중국에 대한 투자는 인질로 잡히는 위험한 투자라는 것을 사드나 롯데 문제,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드러난 참여 국가와 중국 간 문제 등을 보면 충분히 확인할 수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중국과의 교류를 단절해야 한다는 말인가.

“그렇지 않다.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중국을 외면하고 포기할 순 없다. 내 말은 중국에 우리 원칙을 확실하게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칙을 정했으면 중국으로부터 주먹질을 당하더라도 버텨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국민에게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고 이렇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해줘야 한다. 더욱이 한국이 중국에 파는 완제품은 거의 없다. 중간재 위주로 팔고 있다. 그런데 중국이 이제 최종 조립에만 머물고 싶어 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와는 보완 관계라기보다는 점점 경쟁 관계로 변해 간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우리는 중국을 이기려면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제품 혁신을 해야 한다. 그래야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고 중국에 물건을 팔 수 있다. 중국은 우리가 물건을 판매하고 전략적으로 도모할 수 있는 단순한 파트너지 함께 가야 할 존재는 아니라는 원칙은 분명히 해야 한다.”

―미·중 무역전쟁에서 누가 유리하다고 보는가.

“미국이 유리하다고 본다. 착각에서 깨어나 중국의 실체를 제대로 직시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중국에 대한 미국의 유화정책은 햇볕정책과 유사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압도적인 우위에 있다고 하면 다른 시스템이라고 해도 무엇인가를 해주면 결국엔 바뀔 것이고, 긴 과정이니까 참고 기다려야 한다는 전제도 유사하다. 중국을 바라보는 미국 주류 사회 시각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중국이 공산당을 포기하지 않더라도 색깔이 엷어져 싱가포르와 같은 연성 권위주의 사회가 되면 함께 잘 먹고 잘살고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게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다. 가령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지낸 커트 캠벨의 경우 최근 ‘포린어페어스’에 미국이 중국의 전략을 과소평가했고 중국이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냈기 때문에 싸울 준비를 해야 한다는 자기 반성적인 글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동시에 트럼프 방식으로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미국이 중국을 압도하려면 중국의 몇 십 배의 힘을 가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겨우 제압하는 수준이다. 미국 단독으로 중국을 공격한다? 글쎄 쉽지 않다고 본다. 누구 하나 중국 편을 들게 되면 게임 양상이 달라지는데. 유럽연합(EU), 영국 등이 아직은 미국 편이지만 트럼프에 대한 반감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흔히 중국에 대해 ‘국가 자본주의’라고 한다. 하지만 최 교수는 이는 잘못된 표현이라고 지적한다. 자본주의가 아닌데 희망을 담아 서방 학자들이 그렇게 불렀다는 것이다. 오히려 중국인들이 주장하는 대로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가 더 알맞은 것 같다고 그는 설명한다. 최 교수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에서 중국의 실체에 대해 눈을 뜨게 된 것은 시 주석이 중국제조 2025를 표방했을 때였다. 2025년까지 자신들이 정한 핵심 미래 먹거리 10개 분야에서 중국 제품의 시장점유율을 70% 이상으로 올린다는 것인데 그것은 도저히 말이 안 된다. 현재 각각 10%도 안 되는데 어떻게 불과 몇 년 만에 시장점유율을 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가. 해킹, 기술이전 강요, 기업 인수 등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추진하겠다는 의미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 비로소 이 시기에 미국 등 서방에서 중국에 대한 경계심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미국 사회의 의식 변화 가운데 등장해 중국을 다루기 시작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공약을 보면 무역 관련 정책이 없다. 왜 문재인 정부는 무역·통상 분야를 소홀히 하는지 궁금하다.

“2012년에 대선을 치렀고 2017년 대통령 탄핵 이후 갑작스럽게 캠프를 꾸렸다. 초기부터 많은 사람이 들어가 경제 정책을 수립하는 데 기여했는데 그 안에서 상당한 투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결국 이념 지향성이 강한 좌파 경제학자들이 승리한 것 같다. 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무역이나 금융 정책은 홀대당한 것으로 보인다. 미·중 무역전쟁 혹은 패권 경쟁 가능성에 대해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것은 뼈아픈 실수다. 주변 국가와 소소하게 잘 지내면 된다는 식의 소박한 대처만 했을 뿐이다. 중국에 대한 전략도 없었다. 대통령 공약에서 미국 우선주의, 한·미 FTA 폐기 등을 들고나온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대책도 거의 없었다. 한마디로 내부 소득 불균형 문제 해소와 남북 경협을 통한 긴장 완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고, 대외 환경 변화에 대해 거의 까막눈 수준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한·미 FTA 개정에서도 문제점을 노출시키지 않았는가.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를 들고나오자 문재인 정부는 많이 당황해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한·미 FTA를 추진했지만 야당으로 돌아선 뒤에는 이에 대해 맹렬히 반대했다. 특히 투자자·국가 소송제도(ISD)가 주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하지만 미국이 한·미 FTA가 한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하다며 개정을 요구해 오자 이에 대해 어떻게 응해야 하는지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정부는 협상 과정에서 동맹국이 수출하는 철강, 자동차 등이 어떻게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지 집요하게 주장했어야 했다. 설득력 있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또 특별히 문제는 없는데 당신들이 집요하게 요구하니 들어주겠다. 하지만 대신에 우리가 원하는 것을 집어넣자. 이런 식으로 받을 건 받되 강하게 밀어붙였어야 했다. 철강의 경우 전년 수출 물량 대비 70%는 무관세로 수출하고 그 이상에 대해선 25% 관세가 부과되는 이른바 저율관세할당(TRQ)을 협상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던 것이 너무 아쉽다. 그래서 당시 한·미 FTA 재협상에 대해 ‘C+’ 점수를 줬다. 특히 한국과 미국은 북한 비핵화 문제 해결을 위해 공조가 필요한 상태다. 그런데도 미국은 틈만 나면 한국을 통상으로 흔들려고 하니 이는 한·미 공조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방증이라고 봐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중국에 대해선 어떤가.

“중국에 대해서도 사드 문제와 관련해 WTO 제소를 했어야 했다. 스모킹 건이 없기 때문에 이기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기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전례를 만들어야 제2, 3의 사드 문제가 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제소에 나서야 했다. 나중에 알아본 결과 중국에선 한국에서 사드와 관련해 WTO 제소를 할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 정부가 앞장서서 WTO 제소 포기를 선언해 버리니 중국에선 더욱 만만하게 보지 않았겠는가. 당연히 해야 할 것도 안 하니 말이다. 전략적으로는 빵점이다.”

인터뷰 = 유회경 경제산업부 차장 yoology@munhwa.com
e-mail 유회경 기자 / 경제산업부 / 차장 유회경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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