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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BTS ‘문화혁명’ 게재 일자 : 2019년 05월 17일(金)
가수와 팬들 자유로운 접속으로 ‘문화혁신’…모바일시대·언어의 수평 등 ‘시대정신’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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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탄소년단 ‘팬덤’ 이유는

질 들뢰즈 철학 재현 ‘네트워크’
중심과 주변 위계질서 허물어


“자신이 스스로 멀티 컬처 세계 시민, 교양인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밴드를 알아야 한다.”

지난해 샘 리처드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사회학과 교수가 자신의 대형 강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리처드 교수가 지목한 이 밴드는 바로 방탄소년단(BTS)이다. 그뿐 아니라 요즘 미국 대학 강의실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는 그룹이 BTS다. 언급의 영역은 철학, 인문학, 사회학부터 경제·경영학에 이르기까지 넓다. BTS가 단순히 인기 있는 보이 그룹이 아니라 ‘시대정신’과 혁명에 가까운 문화적 변혁을 보여주는 매우 강력한 문화현상이라는 것이다. 흔히 포스트모더니즘 시대라 불리는 1990년대 이후, 이렇게 많은 학자들이 뛰어들어 분석을 시도한 예는 1999년 워쇼스키 감독의 ‘매트릭스’ 이후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 ‘매트릭스’가 ‘가상과 현실’ ‘진짜와 가짜’라는 당대의 화두를 던졌다면 BTS는 모바일 시대, 중심과 주변의 전복, 인종·젠더·언어의 수평성, 생산과 소비 경계의 파괴, 공유, 유동성 등 우리의 삶과 문화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재 진행형 변화’를 집약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질 들뢰즈의 철학으로 BTS 현상을 분석한 ‘BTS 예술 혁명’(파레시아)을 쓴 이지영 세종대 대양휴머니티칼리지 초빙교수는 세계적인 BTS 팬덤을 새로운 예술 형식인 ‘네트워크 이미지’로 설명한다. 가수는 노래를 만들고, 팬들은 단순히 이를 재생·공유하는 것을 넘어 BTS와 팬들이 자유로운 접속과 활용을 전제로 한 거대한 네트워크에서 다양한 플랫폼 기기를 사용해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이를 공유하며 콘텐츠를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 교수는 팬들이 생산하는 영상들이 BTS가 자체적으로 내놓는 영상과 동일한 플랫폼 위에서 서로 연결돼 거대한 ‘방탄 월드’ ‘방탄의 세계관’을 만드는 것에 주목한다. 그는 “우리 시대, 중심과 주변의 위계질서를 가로지르며 끝없이 다른 것들과 연결 접속되는 수평적이고 탈 중심의 방향을 BTS가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는 ‘마블 월드’처럼, 최근 문화 전체에서 독특한 세계관을 지닌 하나의 세계를 만드는 문화적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방탄 세계’의 가치관은 2집 앨범 ‘WINGS(윙스)’의 모티브가 된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 ‘LOVE YOURSELF(러브 유어셀프)’ 시리즈의 모티브가 된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 뮤직비디오 ‘봄날’에 차용된 어슐러 르귄의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 그리고 지난 4월 ‘MAP OF THE SOUL: PERSONA(맵 오브 더 솔: 페르소나)’의 근본 바탕이 된 카를 구스타프 융의 ‘영혼의 지도’로 이어지며 고통받는 세계 속 성장, 타인에 대한 사랑과 이해, 그리고 자신에 대한 사랑으로 깊어지고 있다. 신자유주의와 글로벌 시대 젊은이들이 같은 고통과 상처를 앓고 있는 점도 BTS 팬덤이 보여주는 지점이다.

한편 서구에서 BTS의 인기는 젠더 측면에서는 육체적인 힘을 내세운 전통적인 남성성, 폭력성에 대한 문화 전체의 반격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여기에 미국 대중문화에서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흑인, 동양인 등 소수인종의 부상 역시 BTS 문화현상 안에 포함된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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