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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정준모의 미술동네 설설 게재 일자 : 2019년 05월 20일(月)
위대한 예술가를 대하는 남북의 태도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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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관호 자화상
▲  김관호, ‘해질 녘’, 1916, 유화, 127.5×127.5㎝, 도쿄미술학교 소장.
▲  정준모 큐레이터·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시대 풍미한 민족예술가 김관호
‘현충원 안장’ 공론화 필요할 때


예술은 단순하게 문화적인 것뿐만 아니라 나라의 체모 그리고 국민의 자부심, 자긍심을 구성하는 또 다른 힘을 지닌다. 이런 문화의 힘은 일제에 의해 한반도가 도륙을 당하던 시절, 화가 김관호(1890~1959)에 의해서도 확인된다. 고희동(1886~1965)에 이어 도쿄(東京)미술학교로 유학을 떠난 그는 1916년 수석으로 졸업하고 이듬해 문부성 전람회(문전)에 ‘해질 녘’(1916·유화 127.5×127.5㎝·도쿄미술학교 소장)을 출품해 특선의 영예를 차지했다. 당시 도쿄에 머물던 이광수는 매일신보를 통해 이를 한반도 전역에 알렸다. “조선인의 그림이라는 여학생들의 소리에 번쩍 정신을 차려보니 대동강 석양에 목욕하는 두 여인을 화한 김관호의 ‘해질 녘(夕暮)’이라. 아아! 김관호 군이여! 감사하노라. (…) 군이 조선인을 대표하여 조선인의 미술적 천재를 세계에 표하였음을 다사(多謝)하노라.”

당시 문전은 약 1500점의 출품작 중 96점만이 입선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그리고 그중에서 선별된 특선작 중 ‘3등상’을 차지했으니 암울했던 일제강점기에 그의 수상은 오랜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 같았을 것이다. 이광수는 흥분해 기사를 이어갔다. “아! 특선, 특선! 특선이라 하면 미술계의 알성급제라. 그는 조선인의 미술적 천재를 세계에 표하였다”고 서울로 타전했다. 그의 명성은 후일 한국의 유학생들이 도쿄미술학교에 입학하면 교수들이 그의 안부를 물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렇게 탁월한 예술가로서의 자질을 갖췄던 그는 1916년 12월 졸업 후 황실의 청으로 ‘비원풍경’을 그렸고, 운현궁 이준 공은 초상화를 부탁하기도 했다. 또 평양재향군인회 연무장에서 50여 점의 작품을 가지고 개인전을 열며 활발한 활동을 전개했다. 또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작품활동을 해 1921년 제1회 서화협회전, 1923년 제2회 조선미술전람회(선전)에 누드를 주제로 한 ‘호수’를 출품했고 평양에 김찬영(1889~1960) 등과 함께 삭성회 미술연구소를 세워 후진을 양성했다.

고희동과 함께 한국 근대 유화의 개척자로, 당시 도쿄 유학생 중 세 천재의 하나로 일컬어지던 그는 1927년 이후 홀연 붓을 접고 칩거에 들어갔고 6·25전쟁 중에는 둘째 아들만 남으로 보내고 북에 남았다. 또한 6·25전쟁 중 평양 폭격으로 이전에 그린 작품은 모두 소실됐다. 30년 가까이 흐른 1954년 제자 선우담의 권유로 다시 붓을 잡았지만 30여 점의 작품을 남기고 1959년 10월 20일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60주기가 되는 올해 4월 12일 선산에 묻혔던 그를 “민족 수난 시기에 식민지 화가의 설움 속에 붓대를 꺾으며 민족의 넋을 지키고 우리 민족미술의 발전에 이바지” 한 공적에 “민족의 넋을 지킨 미술가”라는 사유로, 국무위원장 지시로 애국열사릉으로 이장했다고 한다.

북한의 핵 개발과 도발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대처해야겠지만 한 시대를 풍미했던 위대한 예술가를 대하는 그들의 태도는 배워야 하는 것 아닐까. 화가 도상봉(1902~1977), 최덕휴(1922~1998) 등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으로, 만화가 길창덕(1930~2010)의 경우 무공훈장을 받아 국립현충원에 안장돼 있다. 최근 국가사회유공자로 인정받으면 현충원에 모실 수 있도록 문호가 개방됐다고 한다. 한 시대를 기록하고 증언하며 문화예술인으로, 체육인으로 대한민국을 빛내고 국민에게 자긍심을 심어준 이라면 당연히 국립현충원에 모셔야 하는 것 아닐까. 우리도 이젠 입으로만 문화예술을 말하지 말고 행동에 옮겨 보자.

큐레이터·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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