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긴장 고조>일촉즉발 대치속… 트럼프 “다시는 협박 말라” 고강도 경고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중동 지역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아라비아해로 옮겨간 미국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의 갑판 요원들이 F-18 슈퍼호넷 전투기의 이륙을 돕고 있는 장면을 미 해군이 16일 공개했다. AP 연합뉴스

- 이라크 美대사관 인근 로켓피격

주재원·기업직원들 철수 이어
로켓 공격까지 긴장감 최고조
시아파 근거지서 발사대 발견

양국 모두 전쟁수행 부담감 커
전면전 발발 가능성은 적지만
테러·국지전 등 충돌확산 우려

미국의 대이란 제재 강화와 이란 반발로 중동지역에 전운이 짙어진 가운데 미국 정부·기업의 주재원 철수, 민항기 안전주의보 발령 등에 이어 이라크 주재 미국대사관 인근에 로켓 공격까지 이뤄져 일촉즉발의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양국 모두 전쟁 수행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아 당장 전면전 가능성은 적다는 관측이지만 친미·친이란 무장세력에 의한 대리전이 발생할 경우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수니파 국가들과 이란 등 시아파 세력 간 충돌로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

19일 AP통신,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이날 이라크 주재 미국대사관 등이 위치한 수도 바그다드 한복판 그린존으로 로켓 공격이 감행됐다. 이라크 보안당국 조사 결과 바그다드 동부지역에서 로켓을 발사한 것으로 보이는 이동식 로켓 발사대 등이 발견됐다. 이 지역은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무장세력(Shiite militias)의 근거지로 알려져 있다. 사용된 로켓 역시 구소련 시절 개발된 BM-13 로켓과 후속모델 등을 일컫는 카투사 로켓으로 확인됐다. 이 로켓은 2006년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 전쟁에서 이란 지원을 받는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 등이 사용한 무기다.

인명 피해는 다행히 없다고 해도 미·이란 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미 대사관 인근에 이뤄진 공격인 탓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미 국무부는 15일 이라크 주재 외교공관에서 비필수 업무를 수행하는 자국 주재원들에 대해 철수령을 내렸고, 석유기업 엑손모빌도 16일, 18일 두 차례에 걸쳐 이라크 바스라 유전지대 직원들을 철수시켰다. 미 연방항공국(FAA)은 16일 페르시아만 상공을 운항하는 민간 항공기에 안전주의보를 발령했다. 미 5함대 주둔지로 중동 내 미국의 대표 우방국인 바레인은 18일 이란·이라크에 거주하는 자국민에게 즉각 철수를 권고하는 등 하루가 다르게 중동지역 긴장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미·이란 양국은 먼저 전쟁을 시작할 가능성은 부인하지만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 등 중동 전역에 이란이 지원한 시아파 무장단체가 산재해 언제든 테러·국지전 발생 가능성이 있다.

실제 지난주 사우디 원유시설을 공격한 후티 반군은 19일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등의 목표 300곳에 대한 군사작전 시작을 발표했다. 미국, 이란도 상대가 도발할 경우 맞대응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의 공식적 종말”을 경고하고 있고, 이란 역시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등을 중심으로 전쟁 가능성에 대비하고 나섰다. 충돌이 발생하면 중동 내 이란의 숙적인 이스라엘, 사우디 등도 가세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지난 12일 UAE 푸자이라 연안에서 상선 4척에 피해를 입힌 사보타주(의도적 파괴 행위) 공격을 벌인 것은 이란 혁명수비대의 수중드론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